반쯤 접어진 어닝 밑에.
고등학교 저학년으로 보이는 남학생이 서 있다.
이어폰을 꼽고 있어서 일부러 큰 목소리로 물었다.
"우산 없니?"
"네~" 한쪽 이어폰을 뺀다.
"누가 데릴러 와?"
"아뇨.비 좀 그치면 가려고요."
"집이 어딘더?"
"요 위로 좀만 올라가면 돼요."
"잠깐 있어봐."
가게 들어와서 찾아보니.
오래 전 손님이 놓고 간 우산이 2개나 있다.
나도 우산을 안 가져와서 어쩔 수 없이.
3단 우산은 좀 작을 듯 싶어.
장우산을 갖고 나갔다.
"이거 쓰고 갔다가 가져와."
"아? 감사합니다!!"
"급한거 아니니까 내일 갖다줘도 돼."
집에 빨리 가고 싶었는지.
한쪽 이어폰을 다시 꼽으며 우산을 펴는 표정이 싱글벙글.
나도 저 나이 때 교복 입고 다녔는데..
우산 쓰고 가는 그 학생의 뒷 모습을 웃으며 쳐다보고 있다.
다시 가게에 들어와 이 글을 쓰고 있다.
설마 우산 먹튀 하진 않겠지?
설마 갑자기 손님이 우산 찾으러 오진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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