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각국 직장인의 월급이 사라지는 과정 시리즈를 재미있게 잘 읽고 있어서 저도 미흡하나마 올려 봅니다. 그런데 이렇게 써 보고 나니 제가 얼마나 주제 넘게 헤프게 돈을 쓰는지 잘 보이는군요… 최대한 솔직하게 썼으니 돈 너무 펑펑 쓰고 산다고 욕은 자제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ㅠㅠ<br><br>저는 이십대 후반이며 홍콩에 와서 산지는 약 5년 되었고 풀타임으로 일한지는 지난 달 막 4년이 되었습니다. 현재 하는 일은 당장 월급은 괜찮은 편이나 기술이 쌓이지 않는 일이라 비전이 없어 이직 생각중입니다. 다른 나라로 가는 것도 생각 중이고요. 어렸을 때 부터 외국 이곳저곳에 살아 어느 곳에 딱히 애착은 없으나 한국에서 살기는 싫고, 홍콩도 가정을 꾸리고 살기에는 환경이 별로고… 하지만 나이는 먹어가고, 기술도 없고 해서 고민중입니다. 영어가 자신 있는것 빼고는 제 조건이 환경이 나아 보이는 캐나다나 호주 등에 이민가기에는 아직 힘든 것 같군요.ㅠㅠ<br><br>여긴 회사, 직종마다 년 13개월 페이를 받는 곳도 있는 등 차이가 있으나 저희 회사는 보너스가 없으므로 연봉은 그냥 월급 곱하기 12. 간혹 야근수당이 있긴 하나 거의 야근이 없는 일이므로 제외하겠습니다 (3-4 개월에 한두번 꼴).<br><br>제 월급은 현재 $28,989 이고 현 직장에서 2년차입니다. 이직할때 월급 $28,000으로 쇼부치고 들어와서 매년 약 2%의 월급 인상이 있었습니다 (매년 7월에 인상됩니다). 건강보험은 회사에서 지원됩니다.<br><br><br>1. 세금과 연금<br><br>저는 싱글이며 부양가족도 없고 해서 세금이 팍팍 나갑니다. 세금 계산하는 방식이 복잡하고 저는 예체능계 출신이라 (이과망해라…가 아니라 너무 부러워요) 잘 설명은 못하겠지만 거의 한달 월급이 나갑니다.<br><br>자세한 계산방식은 아래 링크를 참고해 주세요<br><a target="_blank" href="http://www.gov.hk/en/residents/taxes/taxfiling/taxrates/salariesrates.htm#pr">http://www.gov.hk/en/residents/taxes/taxfiling/taxrates/salariesrates.htm#pr</a><br><br>월급에서 MPF라는 연금이 먼저 공제되고 통장에 들어옵니다. 반은 회사에서 내고, 반은 제 월급에서 나가는데 각 5%, 최고 $1,500까지입니다. 대략 $1,450이 공제됩니다. 그리고 세금을 나눈 $2,416을 빼 두도록 하겠습니다.<br><br>28,989 – 1,450 – 2,416 = 25,128<br><br><br>2. 집<br><br>여긴 렌트가 어마어마하게 비쌉니다. 솔직히 집세때문에 홍콩 뜨고 싶습니다. 정말 관같이 작은 집에 월세 한화 약80만원씩 받는데… 어휴… 저는 그나마 시 중심부에, 가구를 다 갖추었고, 회사에서 가까우며 400sq.ft. (홍콩 수준에 아주 작지 않은) 정도 되는 집을 정말 운좋게 $13,500에 구했습니다. 셰어해서 월 $8,000이 나갑니다 (저는 큰방). 다만 여기는 한국처럼 보증금 금액이 크지 않습니다. 보통 두 달치 렌트입니다. 가스, 전기, 물, 인터넷, TV 등 해서 월 약 $1,000이 추가됩니다 (겨울에는 좀 덜 나올듯해요).<br><br>25,128 - $8,000 - $1,000 = 16,128<br><br><br>3. 음식<br><br>요새는 귀찮아서 요리를 잘 안하기 때문에 밖에서 간단하게 덮밥이나 국수 같은걸 먹을 때가 많습니다. 그런 간단한 요리는 약 $30-50정도 하고 (한국보다 비싸요), 친구들 만나서 밥 먹고 차 마시고 하면 약 $300-500 정도 되더군요. 육식을 좋아하기 때문에 고기 사는데 돈이 많이 나갑니다. 장 볼때마다 $400정도는 나오고 $1,000 넘어갈 때도 부지기수에요. 한달에 식비로 한 8,000 정도 나가는 듯 합니다. 엥겔지수가 엄청 높군요…ㅠㅠ<br><br>16,128 – 8,000 = 8,128<br><br><br>4. 교통비<br><br>어차피 비싼 집세 낼 바에야 차라리 회사에 걸어다닐 수 있는 위치로 잡자! 했기 때문에 왠만해서는 교통비가 들 일이 없습니다. 친구들 만나도 근처에 트램이나 지하철 타고 다닐 수 있는 위치에서 만납니다. 트램은 거리에 상관없이 $2.30이고 느릿느릿하지만 홍콩의 정취가 잘 느껴져 타는 걸 좋아합니다. 침샤추이에 갈 때는 마찬가지로 스타 페리 타는걸 좋아하고요. 급하게 간다면 지하철 혹은 택시. 개인적으로 택시는 탈 일이 많지 않습니다. 새벽까지 놀아도 밤버스가 있기 때문에 문제 없습니다 (다만 오래 기다릴 뿐). <br><br>8,128 – 200 = 7,928<br><br><br>4. 여가, 취미생활<br><br>쇼핑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매월 신용카드 내역을 보면 자잘하게 많이도 사더군요… 옷이며 속옷이며 악세사리며 화장품 등… <br><br>책보는 걸 좋아하는데 얼마전에 킨들을 지르고 나서 책 보는게 너무 편해졌어요. 전공 관련서적이나 소설같은거 한달에 세네권 정도 사는 것 같네요. 한권당 약 미화 $10이니 홍콩달러로는 약 $80정도일듯 하네요. <br><br>그리고 여러 가지 DIY를 좋아해서 뜨게질, 가죽공예 등 뭐 만드는 걸 하느라고 재료비가 나가네요. 이번에는 추석에 들어갈 때 엄마 선물로 드리려고 가방 만들 재료 또 구입하느라고 돈이 좀 나갔습니다. 일부 재료는 한번 사두면 계속 쓰기도 하는데 또 살때 돈이 확확 나가서 들쭉날쭉하네요… <br><br>헬스장은 집 근처 그나마 좀 싼데를 등록했는데 한달에 약 $450이 나갑니다. 외국인 친구들이 많이 다니는 Pure 같은 곳은 한달에 $1,200정도 합니다. 저렴한 저희 헬스장에서도 PT 받으려면 한시간당 $600-800정도 하기 때문에 저는 안합니당.<br><br>다 합해서 월 $2-4,000 정도 하는 군요. 평균 $3,000이라고 치고 계산하겠습니다.<br><br>7,928 – 3,000 = 4,928<br><br><br>5. 학교<br><br>저는 파트 타임으로 홍콩대학교에서 석사과정을 다녔기 때문에 (이제 막 끝났습니다) 남은 돈은 모아뒀다 한 학기에 한 번씩 모조리 학비로…..ㅠㅠ 앞뒤 신경안쓰고 흥미를 느낀 인문계 (사회학) 쪽 공부를 하고 나니… 나는 나이만 더 먹었을 뿐이고, 직장생활에서 남는 스킬도 없고, 이민이나 이직에 당장 도움이 되는 공부도 아니고, 난 대체 뭐한 거지? 하고 멘붕중입니다 ㅎㅎㅎ 박사를 할까도 고민중입니다.<br><br>뭐 더이상 학비를 내지 않아도 되니 앞으로는 이 남는 만큼 더 저축을 하고 재테크를 해서 자산을 불려야죠… 하지만 요번에 주식이 폭락하는 바람에 돈을 잃었다는게 함정ㅠㅠ<br><br>홍콩이나 다른 아시아 관련 글은 많이 보이지 않아 올려봤습니다. 혹시나 홍콩 생활을 생각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br>역시 마무리는 꼬릿말에 5줄요약으로...<b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