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백화점 쇠락, 일본과 닮은꼴…'잃어버린 20년' 따라가나 <br><br>(서울=연합뉴스) 유통팀 = 국내 유통업계의 '맏형'이라고 할 수 있는 백화점들의 업황이 최근 수년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br><br>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일찌감치 쇠락의 길로 접어든 일본 백화점 업계와의 유사성을 근거로 한국 경제가 일본의 장기 불황, 이른바 '잃어버린 20년'을 따라가는 신호가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br><br>전문가들은 백화점들의 부진이 일본처럼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해법으로 '변화'와 '혁신'을 강조했다. <br><br>반면, 백화점의 매출부진을 일본식 불황의 신호로 해석하는 것은 성급하다는 의견도 있다. <br><br>◇ 한국과 일본 유통산업은 '판박이'<br><br>한국의 유통산업은 여러모로 일본과 비슷하다. 시간상으로는 일본이 걸어간 길을 한국이 따라가는 모양새다. <br><br>일본에서는 1960년대부터 대형 유통업체가 성장하기 시작했고, 1970년대부터 중소 소매업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 정책이 실시됐다.<br><br>한국은 1990년대부터 대형 유통업체가 빠르게 몸집을 키웠고, 일본처럼 각종 규제 정책도 도입됐다. <br><br>유통산업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점도 비슷하다.<br><br>19일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4년 기준 한국 유통산업의 부가가치는 118조1천384억 원 규모로, 전체 산업의 9.2%를 차지했다. 이는 제조업(32.0%)의 뒤를 이어 두 번째로 큰 것이다.<br><br>일본 유통산업의 부가가치는 2013년 68조6천866억 엔으로 전체 산업 총부가가치의 13.3%를 차지, 역시 제조업 다음으로 비중이 컸다. <br><br>일본 백화점은 장기 불황과 함께 1990년대 중후반부터 내리막길에 들어섰다. <br><br>백화점 매출액은 1997년 9조1천924억 엔에서 16년 연속 감소해 2012년 6조1천453억 엔까지 줄었다. 아베노믹스 효과로 2013년에는 잠시 전년 대비 1.2% 증가했지만 이후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br><br>백화점과 대형마트의 전성기가 지나고 편의점과 온라인 쇼핑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일본 유통산업의 변화도 최근 한국이 뒤늦게 경험하고 있다.<br><br>김숙경 산업연구원 서비스산업연구실장은 "한국에서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최근 들어 성장이 크게 둔화하고 있다"며 "일본에서 백화점은 1990년대 초부터, 종합슈퍼마켓(<span class="word_dic en">GMS</span>)은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장규모가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 alt=""><em class="img_desc"> 일본 미쓰코시 백화점 [<span class="word_dic en">EPA</span>=연합뉴스 자료사진] </em></span><br><br>그는 "최근 한국에서 나타나는 대형마트와 백화점의 침체는 대형 유통업체에 대한 정부 규제의 영향도 일부 있겠지만 구조적 요인으로 성장의 한계에 도달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br><br>시장이 성숙기에 이르러 확장이 어려워진 데다 온라인 쇼핑 등 다른 시장이 성장하면서 국내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침체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 alt=""><em class="img_desc">썰렁한 서울시내 백화점 </em></span><br><br>◇ "일본식 장기 불황 징후" <span class="word_dic en">vs</span> "온라인쇼핑 등 소비자행태 변화 탓"<br><br>문제는 이런 '백화점 쇠락' 현상이 한 유통업태에만 국한된 것인지, 한국 인구·사회적 변화에 따른 장기적, 구조적 내수 침체의 신호인지 여부다.<br><br>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동향분석팀장은 "백화점 매출 정체는 현재 수년째 이어지는 우리나라의 내수 부진을 반영한다"며 "내수 부진은 세월호 사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와 같은 일회성 요인뿐 아니라 사회 구조적 변화와도 관계가 있으므로 일본처럼 장기적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br><br>특히 한국 사회의 급격한 고령화는 소비 위축 요인의 하나다. <br><br>소비 성향이 높은 30~40대 인구는 감소하는 반면 상대적으로 소비 여력이 적은 고령층은 늘어나기 때문이다. 올해부터는 만 15~64세의 생산가능인구까지도 줄어든다. <br><br>한국 경제 성장률이 2%대로 떨어진 점도 일본의 '저성장 장기화'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br><br>김현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저성장 시대가 되면 모든 가게의 매출이 떨어지는데, 직격탄을 맞는 것이 백화점"이라며 "백화점 매출이 제자리걸음 하는 것을 보면 우리도 일본처럼 장기 불황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br><br>다른 의견도 있다. 백화점업계가 성장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자체로 한국 경제가 일본식 장기 불황에 빠진다고 보기는 아직 성급하다는 견해다.<br><br>1인 가구 증가, 온라인쇼핑 성장 등에 따른 소비자행태 변화에 따른 것이므로, 제품과 서비스를 혁신하면 백화점들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br><br>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인구 구성의 변화로 시장 자체에도 변화가 있겠지만, 불황과의 직접적 연결고리는 찾기 어렵다"며 "저성장 시대에는 잠재 고객을 세분화해서 다각적으로 전략을 펼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br><br>예를 들어 현재 기성세대는 과거 기성세대와 달리 학력이 높고 경제활동 기간이 길기 때문에, 그 특성에 맞춘 상품군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설명이다.<br><br>김숙경 실장은 "전형적 백화점 형태로는 과거와 같은 지위를 누리기 어렵지만, 이를 '잃어버린 20년'과 직접 연결하는 것은 조심할 필요가 있다"며 "백화점들은 일본처럼 장기 쇠퇴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복합몰 등 다른 방식으로 활로를 찾거나 다른 채널과의 연계를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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