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튼 본인만 모르고 있는 사실이 하나 있는데, 레이튼에겐 호구 기질이 있다. 그것도 호구중에서도 상호구. 그것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왜냐하면 레이튼과 짧게나마 대화를 한 사람은 있어도 -물론 그마저도 레이튼의 공격적인 대답에 짧게 끝난다.- 그에게 부탁을 한 사람은 드물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이 말을 왜 하느냐고? <div><br></div> <div> [출력감소. 에너지 코어의 에너지 전력이 30% 미만입니다. 자체수복 및 자가발전이 불가능합니….]</div> <div> "아, 알았어 이 기계 아가씨야! 내가 알아서 다 해줄테니 저기 가만히 앉아서 콜라라도 좀 홀짝이고 있어!"</div> <div> [알겠습니다.]</div> <div><br></div> <div> 지금도 그 호구짓을 하고있으니 그렇지.</div> <div> 레이튼은 아돌프 박사가 쓴 책의 내용대로 충전 포트를 만드는 중이다. 레이튼의 예상과는 달리 정말로 쉬웠다. 정말, 차량 정비공인 자신이 할 수 있을 정도로 쉬웠다. 다만….</div> <div><br></div> <div> "더럽게 많아…."</div> <div><br></div> <div> 문제는, 이 충전 포트를 조립할 때 쓰이는 핵심 부품 하나 하나를 -핵심부품이라 해봐야 구리가 아닌 은으로 된 전선과 삼발이같은 금속 부품이 전부지만.- 일일이 만드는 방법을 쉽게 모은 것일 뿐인지라 시간은 무척이나 오래 걸렸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은이 비쌌다.</div> <div><br></div> <div> "제기랄! 이거 전부 다 청구할거니까 그렇게 알아둬!"</div> <div> [당연한 것을 마치 협박하듯이 하시는 군요.]</div> <div> "뭐 임마? 아니 잠깐만. 너 누가 내 체스터 버거 먹어도 좋다고 했어!"</div> <div> [감사합니다.]</div> <div> "감사는 무슨 감사! 그 햄버거에서 입 안떼? 으아악! 젠장, 이미 한입 먹었잖아! 제기랄 너 먹어라, 먹어!"</div> <div> [감사합니다.]</div> <div> "젠장! 말이나 못하면!"</div> <div><br></div> <div> 정말이지, 마치 자신의 집에서 행동하듯 행동하는 트릭시의 행동이 무척이나 뻔뻔하다고 느끼는 레이튼이었지만 그는 제대로 된 불평조차 하지 않고 일에 집중했다. 그의 가장 큰 목표는 지금 당장이라도 이 작업을 끝내서 트릭시를 자신의 보금자리에서 내쫒는 것이었기 때문이다.</div> <div><br></div> <div> [연합의 다른 사이퍼 분들께선 연합 숙소에서 지내시던데, 레이튼 님께서는 그곳에서 지내시지 않는것인지요?]</div> <div> "내가 거길 왜 가! 그리고 말 걸지마! 바빠!"</div> <div> [알겠습니다. 그리고 체스터 버거와 함께 체스터 피자라고 쓰인 피자 박스에 담긴 피자를 몇 개 섭취하고자 합니다.]</div> <div> "그건 안 돼. 그거 먹으면 정말 내쫒을…!"</div> <div> [감사합니다.]</div> <div> "감사하지마! 제발 감사하지마! 그거 내 저녁…제기랄! 또 먹었냐?! 이 도둑고양이 같은 아가씨야, 너무하지도 않니?!"</div> <div> [감사합니다.]</div> <div> "감사하지 말라니까!!"</div> <div><br></div> <div> 레이튼은 오늘 안에 이 작업을 끝내고자 마음먹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말이다.</div> <div><br></div> <div>-</div> <div><br></div> <div> 눈을 떠보니 레이튼은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자신이 어째서 자신의 방에서 이 기계 아가씨와 한방에서 함께 잠을 자고 있었던 것 -말이 한방에서 자는거지, 솔직히 말해서 트릭시는 침대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고 레이튼은 대충 바닥에 뉘여져 있었다.- 일까? 잠에서 이제 막 깨어난 탓에 정신이 멍한 레이튼이 오른손으로 자신의 오른쪽 관자놀이를 덮으며 중얼거렸다.</div> <div><br></div> <div> "제기랄. 제우스가 헤파이토스에게 도끼로 머리를 찍어달라고 한 이유가 다 있었군. 머리가 아주 터져버릴 것 같아…."</div> <div><br></div> <div> 레이튼은 마른 세수로 아주 약간이나마 정신을 차린 후 주변을 살폈다. 탄 냄새가 났다.</div> <div><br></div> <div> "어?"</div> <div><br></div> <div> 그리고 그제서야 어제 레이튼이 겪은 일이 떠올랐다.</div> <div> 바로 전날. 갑작스럽게 차고의 한쪽 벽면이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불타는 벽은 이내 무너지기 시작했고 화염 능력자의 감정 폭발로 인한 폭발로 레이튼의 차고는 완전히 날아갔다. 레이튼은 그 폭발에 휩싸이기 직전, 무언가에 의해 뒷목의 옷깃을 잡혀 끌려갔던 것 또한 기억해냈다…. 아, 몇가지 특이사항이 있다면…. 열기가 느껴지기 바로 직전, 어디선가 "즈큐우우우우웅-!!"이라는 인과관계조차 불명확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는 것과 주변에 벽돌 보도블록을 뚫고 식물이 자라났다는 점.</div> <div><br></div> <div> [….]</div> <div><br></div> <div> 트릭시는 그 특유의 멀뚱한 표정으로 슬픔을 그려내며 불쾌한 제목의 접두어만 조금 남은 책자를 망연자실하게 바라만 보고 있었다. 차고가 날아갔으니 애써 만들어낸 부품이 녹거나 폭발에 휩싸여 사라진 것은 말 할 필요도 없는 이야기고 말이다.</div> <div><br></div> <div> "…힘 내라 트릭시. 너, 그래도 공성전 참가 수당은 받을거 아니냐. 그걸로 먹을거라도 먹으면서 아돌프 박사라는 작자가 올때까지 기다리면 되는거지. 안그래?"</div> <div> [….]</div> <div><br></div> <div> 트릭시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괜히 머쓱해진 레이튼은 트릭시의 등을 손바닥으로 살짝 치며 격려했다.</div> <div><br></div> <div> "힘 내! 앞으로 살 날도 많은 아가씨가 왜 이렇게 기운이없어!"</div> <div><br></div> <div> 파지지직!</div> <div><br></div> <div> 이런! 나도 모르게 전기를 방출했….</div> <div> 조건반사. 공성전에서의 일상이 빚어낸 후천적 본능이 트릭시의 전신을 감쌌다. 비록 약한 전류이기는 했지만, 기계인 트릭시가 어떤 문제를 일으킬지는 알 수가 없다.</div> <div><br></div> <div> "이런 젠장! 괘, 괜찮냐 트릭시?!"</div> <div> [….]</div> <div> "제길! 왜 하필 거기서 전기가 튀어나와서…!! 얌마! 괜찮냐고! 안 괜찮으면 연합 쪽에라도 너 데려가게!"</div> <div> [이전의 전류가 전신에 흐르면서 에너지가 충전됨을 확인.]</div> <div> "뭐?"</div> <div><br></div> <div> 트릭시는 그 특유의 멍한 표정으로 머리를 숙이며 말했다.</div> <div><br></div> <div>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div> <div> "뭐?! 야, 임마! 너 그게 무슨…! 얌마! 왜 못 듣는 척을 해! 야 이 아가씨야! 야! 야!!"</div> <div><br></div> <div> …몇 번이나 말해서 미안하지만, 레이튼은 호구다. 그는 부탁을 거절하지 못한다. 그리고, 트릭시는 부탁을 하고 있다. 그는 아마 거절하지 못할 것이다. 확실하게.</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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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18님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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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onTree님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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