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읽었던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비둘기" 라는 소설에서 주인공이 정어리 통조림과 식빵을 먹는 장면인데요.<br><br>아래에 초록색으로 표시된 부분입니당. 저는 어린마음에 나름 맛있겠다 생각했는데... ㅎㅎ<br><br><br><br><br><br>호텔로 돌아가기 위해 몸을 추스렸다. <br><br>가는 도중 아싸 가에서 튀니지 사람이 하는 잡화상을 보았다. 문이 아직 열려 있었다. <br><br>기름에 절인 정어리 통조림 하나, 염소 젖으로 만든 치즈 한 덩이, 배 하나, 포도주 한 병과 아랍 식빵을 하나 샀다.<br><br>호텔 방은 플랑슈 가에 있는 그의 방보다도 작았다. 한쪽 면이 출입문보다 약간 더 길었다. 기껏해야 3 미터밖에 안 될 것 같았다. <br><br>벽들은 서로 직각을 이루며 맞물려 있지도 않았고 문쪽에서 보자면,폭이 2 미터쯤 되어 보이는 곳까지 비스듬히 벌어지다가, 갑자기 좁아지면서 방의 전면에 삼각형의 형태를 이루며 서로 붙어 있었다. <br><br>방의 모양새가 말하자면 관 같았다. 그리고 실제로 그것은 관보다 훨씬 더 넓지도 않았다. <br><br>긴 벽 쪽에 침대가 있었고, 그 맞은편에 세면대가 설치되어 있었으며, 그 아래에는 안에서 밖으로 돌리며 끄집어낼 수 있게 만들어진 뒷물 대야가 하나 있었고, 삼각형을 이루고 있는 곳에는 의자가 하나 놓여 있었다. <br><br>세면대의 오른쪽 위로는 천정 바로 밑으로 창문이 하나 뚫려 있었다. 그것은 창문이라기보다는 두 가닥의 끈으로 열고 닫을 수 있게 만든 유리가 끼워진 작은 채광구라고 하는 것이 옳았다. <br><br>습하고 후끈한 미풍이 밖에서 나는 잡다한 소음을 그 구멍을 통해 관 속으로 실어날랐다. <br><br>접시가 부딪치는 소리, 화장실에서 물을 트는 소리, 스페인 어와 포르투칼 어의 토막 단어들, 약간의 웃음소리, 어린애가 훌쩍거리는 소리 그리고 가끔은 아주 멀리에서부터 들려오는 자동차 경적소리.<br><br>조나단은 속옷 바람으로 침대가에 쪼그리고 앉아 저녁을 먹었다. 의자를 끌어다가 그 위에 가방을 얹은 다음, 사온 물건 봉지를 펼쳐놓아 식탁 대용으로 썼다. <br><br><font>쬐끄만 정어리를 주머니칼로 가로로 잘라 반쪽을 찍어 빵조각에 얹어서 한 입에 먹었다. <br><br>물컹물컹하고 기름에 절은 생선 살이 싱거운 빵과 함께 뒤섞이며 기막히게 맛 좋은 덩어리가 되었다. </font><br><br>레몬을 몇 방울 떨어뜨리면 맛이 더 훌륭하겠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였지만. (한 입 먹고 나서 포도주를 병째로 들어 조금 마신 후 그것을 이 사이로 지긋이 물면서 잠깐 물고 있으면 생선의 진한 뒷맛이 포도주의 약간 신 듯한 향료와 어우러지면서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맛을 자아내고 있었기 때문에 꼭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br><br>조나단은 식사를 하고 있는 그 순간보다 더 맛있게 음식을 먹어 보았던 적이 일생에 단 한 번도 없었을 것 같았다. <br><br>통조림 통에 정어리가 네 개 들어 있었으므로 그런 맛을 여덟 번 맛볼 수 있었다. <br><br>빵과 함께 그것을 온 신경을 집중하여 씹어먹었고, 포도주도 여덟 번 마셨다. <br><br>그는 아주 천천히 먹었다. <br><br>언젠가 신문에서 배가 많이 고플 때 음식을 빨리 먹으면 몸에 좋지 않고 소화 장애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읽은 생각이 났기 때문이었다. <br><br>그리고 그렇게 천천히 먹는 또 다른 이유는 그것이 그의 인생의 마지막 식사가 되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br><br><font>정어리를 다 먹고, 깡통에 남아 있던 기름도 빵으로 훑어서 다 먹은 다음 치즈와 배를 먹었다.</font> 배는 어찌나 수분이 많던지 껍질을 깍다가 하마터면 놓칠 뻔했다. <br><br>그리고 치즈는 빈틈없이 단단히 뭉쳐져 있어서 칼날에 자꾸만 늘어붙었고, 맛이 어찌나 시면서 쓰던지 잇몸이 순간적으로 아찔했으며, 잠깐 동안 침샘이 말라버려 입이 건조해질 지경이었다. <br><br>그렇지만 달콤하고 물이 많은 배를 한 조각 먹으면 다시 괜찮아지면서 이와 입천정에서 떨어져 서로 엉키다가 혀를 타고 목 속으로 쏙 들어가곤 하였다. <br><br>다시 치즈 한 입 먹고, 한 번 살짝 놀라고, 또 다시 그것을 부드럽게 섞어주는 배를 한 조각 먹고, 치즈 먹고, 또 배 를 먹고. <br><br>맛이 너무나 좋아서 그는 치즈를 쌌던 종이를 칼로 박박 긁었고, 조금 전에 칼로 썰어냈던 배의 가운데 부분도 갉아먹었다.<br><br>한동안 몽롱하게 앉아 혓바닥으로 이를 훑다가 마지막 남은 빵 조각과 포도주를 삼켰다. <br><br>그런 다음 빈 깡통과 배 껍질과 치즈를 쌌던 종이를 빵 부스러기와 함께 돌돌 말아서 봉지에 넣어 치웠고, 쓰레기 봉지와 빈 병을 문가에 세워둔 다음, 가방을 의자에서 내려놓고, 의자를 도로 제자리에 갖다놓은 후, 손을 닦고 침대에 누웠다. <br><br>그는 담요를 발치까지 밀어놓고, 홑이불만 덮었다. 그리고는 불을 껐다. <br><br>칠흑 같은 어둠이었다. 위쪽 천장 근처의 구멍에서조차 한 줄기 가느다란 빛도 들어오지 않았다. <br><br>다만 물기 찬 미풍과 멀리, 아주 멀리에서부터 들려오는 소리만이 그 사이로 들어올 뿐이었다. <br><br>몹시 후덥지근했다.<br><br>"내일 자살해야지."<br><br>그렇게 말하고 그는 잠 속에 빠져들었다. <br><br><br>
댓글 분란 또는 분쟁 때문에 전체 댓글이 블라인드 처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