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아빠는 내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변함없이 철이 없으신 분이니</div> <div>나름 일관된 삶을 사셨다는 덕목 하나는 보유하고 계시나</div> <div>그 덕목의 유탄은 오롯이 가족들의 몫이였다.</div> <div> </div> <div>떨어져 있어도 </div> <div>별로 그립지도 않고</div> <div>만나면 할 말도 없고</div> <div>살가운 인사말도 대략 패쓰한</div> <div>무심한듯 쉬크한 부녀사이가</div> <div>아빠와 나를 관통하는 역사의 결과물이다.</div> <div> </div> <div>그래도, 이렇게 비가 오는 주말이면 </div> <div>국민학교 교문앞에 자전거를 세우고</div> <div>어찌어찌 남매를 자전거에 실어</div> <div>정확하게 학교와 집 사이에 있던 통닭집에 데리고 갔던 삼십대의 아빠가 생각난다</div> <div> </div> <div>잘생긴 외모</div> <div>시골 부잣집의 막내 아들</div> <div>으리 으리 좋아하던 박력남은</div> <div> </div> <div>각박한 서울살이에</div> <div>그 놈의 의리에 생까이고</div> <div>날마다 커가는 아이들 틈에</div> <div>먹고 사느라 같이 밥벌이 하느라 바쁜 마누라 대신</div> <div>일주일에 한번 새끼들 목에 고기를 넘겨주려 왔던거 같다.</div> <div> </div> <div>단골 통닭집에 들어가</div> <div>닭을 시키고</div> <div>뜨근뜨근한 닭이 나오면</div> <div>각 부위별로 엄마 몫을 따로 챙기고</div> <div>지난 주에 먹다 킵핑해 놓은 소주 반병을 찾아 한 잔 따르면</div> <div>우리 남매는 하이에나 새끼들처럼</div> <div>오골오골 고기옆에 모여 앉아</div> <div>통닭을 뜯곤 했다.</div> <div> </div> <div>부른 배를 두들기며</div> <div>집으로 돌아 오면</div> <div>피곤한 일상에 늘 기미가 끼어 있던 엄마가 </div> <div>일에서 돌아 와 있고</div> <div>아빠는 무심한듯 쉬크하게 엄마에게</div> <div>챙겨온 통닭봉지를 건네고 나서야,</div> <div>엄마의 늦은 점심식사가 시작되었더랬다.</div> <div> </div> <div>언젠가</div> <div>아빠한테</div> <div>그때 먹은 통닭만큼 맛있는 닭이 없다고 말했더니..</div> <div>아빠는</div> <div>다른 기억을 풀어 놓으셨더랬다.</div> <div>맨 처음에는 통닭 반마리를 시켜도 많이 남았었는데</div> <div>날이 갈 수록 우리 남매의 양이 늘어서</div> <div>한마리 반을 시켜도 모자라는 지경이 되서야</div> <div>우리가 초등학교를 졸업하더라는...</div> <div> </div> <div>얼마전 동생넘이랑 통화를 하다가</div> <div>남들에게는 못하는 아빠의 뒷담화 삼매경에 빠져 들었다</div> <div>.</div> <div>아빠는 전생에 나라를 구한 거 같아</div> <div>뭔 복에..자기 한 일에 비해, 진짜 복이 많지 않냐?</div> <div>아마도 전생에 청산리 전투에 참가해서 혁혁한 공을 세웠거나</div> <div>혹여, 김좌진 장군일 수도 있어..</div> <div>그러니, 자기가 한 것도 없으면서, 이리 많은 걸 우리한테 받지..</div> <div>도대체 뭘 했다고..</div> <div>엄마가 혼자 고군분투했구만..</div> <div> </div> <div>모..이딴 말을 하다가</div> <div>우리는 그 옛날의 통닭집 이야기를 하고..</div> <div> </div> <div>동생은 그 옛날</div> <div>국정교과서에 실린</div> <div>눈밭을 헤치고 아픈 어린 아들을 위해</div> <div>서러운 서른 살의 아버지가</div> <div>따오신 산수유 붉은 알알 대신</div> <div>통닭집 기름이 내 피에 흐르기 때문이라는 시를 읊어 대다가</div> <div>그래서 내 혈전이 탁하다는 둥</div> <div>이동네 저동네 다 훑던 뒷담화는 끝이 났더랬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좋은 기억들은 휘발성이 강해 날아가 버리기 쉽고</div> <div>아프고 서러운 기억들만 가슴에 쉽게 남는다 했던가.</div> <div> </div> <div>힘들고 괴로웠던 이야기들</div> <div>구비구비 억울했던 사연들</div> <div>없는 건 아닌데</div> <div>그래도, 플러스 마이너스해서</div> <div>이리 비오는 날 생각나는 통닭이라도 </div> <div>추억 만들어 줘서 대견하우..아빠..</div> <div> </div> <div>철이 없어도</div> <div>아픈데도, 또한, 없어 다행이고..</div> <div> </div> <div>지나간 것은 </div> <div>지나간 대로</div> <div>그런 의미가 있겠죠.</div> <div> </div> <div>오유 게시판에 </div> <div>첫 글 올립니다.</div> <div> </div> <div>여러분</div> <div>즐거운 주말~</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