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와서 베오베까지 간 그 글을 봤습니다. <div>(<a target="_blank" href="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comics&no=21562#memoWrapper85640910">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comics&no=21562#memoWrapper85640910</a>)<br><div>많은 분들이 의견 주셨더군요.</div> <div><span style="font-size:9pt;">여러 번 의문이 제기된 항목에 대해 똑같은 소리를 할 필요는 없으니 제일 중요한 것만 말씀드리겠습니다.</span></div> <div><br></div> <div><b>1번은 제가 popipopi님이 주장하신 방식대로 제작한 만화를 보지 않는 이상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없을 것 같습니다.</b></div></div> <div>다만 현재 웹툰 시장에서 요구되는 미니멈이 주 1회 60컷 풀컬러라는 건 웹툰에 관심있으신 분들이라면 다들 아실 테니, 제 입장에서는 그걸 기준점으로 삼을 수 밖에 없습니다.</div> <div>일단 이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려면 본인이 그린 만화를 들고 오시는 게 제일 빠를 듯 합니다.</div> <div><br></div> <div><b>2번. 이건 본문의 댓글에서도 말씀드렸다시피 자기 얼굴에 침뱉기입니다.</b></div> <div>결국 지망생 및 가혹한 시스템과 좁은 스펙트럼을 견디지 못하고 잠시 발을 뺀 동지들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꼴이죠.</div> <div>그렇게 허들이 낮은데도 진입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뭐라고 불러야 옳겠습니까?</div> <div>물론 popipopi님께서 흥행가도를 달리는 고참 웹툰 작가라고 하시면 할 말 없습니다. 약간 아니꼬울지언정 누가 뭐라고 하겠습니까.</div> <div>이미 자기 실력으로 증명해보인 사람이 그렇다는데요.</div> <div><br></div> <div>솔직히 웹툰 좀 본다는 사람 중에 공감툰 좋게 보는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div> <div>하지만 그 만화는 엄연히 파괘왕 공모전에서 수상을 했고, 그 보상이 정식 연재였을 뿐입니다.</div> <div>심사의 공정성에 대한 의문은 제기할 수 있지만, 그 사례를 '허들이 낮아졌다.'의 증거로 제시할 수는 없습니다.</div> <div>애초부터 막 나가자고 시작한 공모전이니까요. 공감툰의 예시를 들려면 허들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네이버라는 플랫폼의 근시안적인 태도와 공정성을 해치는 독단적 결정에 대해 비판해야 할 겁니다.</div> <div><br></div> <div><b>3번입니다.</b></div> <div>업체가 특정 플랫폼을 이야기하시는 건지 업계를 이야기하시는 건지, 제 능력으로는 도저히 그 단어의 함축적인 의미와 행간에 숨은 맥락을 읽을 수 없기에, 이 역시 함구하겠습니다.</div> <div>다만 그 '업체'가 정확히 어디인지는 좀 궁금하네요. 그리고 그 '업체'에 무슨 억하심정이 있으신지도요.</div> <div><br></div> <div><br></div> <div><b>4번.</b></div> <div><b>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순전히 4번 때문입니다.</b></div> <div>1번은 직접 증명하시면 되고, 2번 역시 커리어를 증명하시는 걸로 해결되며, 3번은 업체와 개인 간의 분쟁조정 절차를 진행하시면 됩니다.</div> <div><br></div> <div>다만 4번은 좀 다릅니다.</div> <div>이건 작가로서 정말 위험한 발언입니다.</div> <div>popipopi님께서 쓰신 원문은 아래와 같습니다.</div> <div><br></div> <div><div><b>4. 소비자의 문제</b></div> <div><b> </b></div> <div><b>눈에 보이는 이미지 퀄리티엔 민감하면서</b></div> <div><b>눈에 보이지 않는 스토리와 텍스트 퀄리티엔 잘 반응하지 않는다.</b></div> <div><b> </b></div> <div><b>그래서 대체로 스토리 개판이어도</b></div> <div><b>그림이 좀 상품성 있다 치면 구입해준다.</b></div> <div><b> </b></div> <div><b>그래서 업체가 1번의 문제를 바꿀 필요성을</b></div> <div><b>못 느끼게 한다.</b></div></div> <div><br></div> <div>일단 이 항목에 대해 제시하실 근거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천 명 단위의 설문조사도 좋고, 업체의 KPI도 좋습니다.</div> <div><br></div> <div>사실 검증할 필요도 없습니다.</div> <div>정말 큰 문제는 위 주장이 사실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본인께서 그렇게 생각하고 계신다는 거니까요.</div> <div><br></div> <div>저는 popipopi님이 제 댓글과 다른 분의 댓글에서 '부패한 정치가'를 두 번이나 언급하신 걸 보고 좀 놀랐습니다.</div> <div><br></div> <div>첫째로 놀란 것은 '이 안에 숨은 논리적 비약을 감지하지 못하는 건가?'였고,</div> <div>둘째로 놀란 것은 '진심으로 시장의 편향성이 <b><font color="#ff0000">독자의 잘못</font></b>이라고 생각하는건가?' 하는 거였습니다.</div> <div><br></div> <div>독자들의 니즈에 따라 플랫폼이 어떤 공통적인 성향을 가지는 웹툰을 주로 서비스하는 것은</div> <div><b><font color="#ff0000">'다수의 어리석은 사람들에 의해 소수의 현명한 사람들이 피할 수 없는 부정적인 부채를 떠안는 것'</font></b>에 견줄 수 없습니다.</div> <div><br></div> <div>웹툰이라는 미디어에 대해 굉장히 심도있는 생각을 하시는 데다 애정이 있으신 것은 알겠습니다만 이렇게 비약을 하시면 곤란합니다.</div> <div><br></div> <div>웹툰 시장의 상황은 이런 겁니다.</div> <div><br></div> <div>찻집이 있습니다.</div> <div>커피도 팔고 쌍화차도 팔지요.</div> <div>커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쌍화차 찾는 사람들이 적으니 가게 주인은 쌍화차 메뉴를 없애고 커피 메뉴를 조금 늘립니다.</div> <div>쌍화차를 먹으러 오던 사람들은 항의하겠죠. 왜 쌍화차가 없냐고요.</div> <div>가게 주인은 이렇게 말할 겁니다.</div> <div>잘 팔리는 걸 늘리느라 어쩔 수 없었다고요.</div> <div><br></div> <div>언뜻 보면 쌍화차를 마시던 사람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div> <div>애초에 가게 주인에게는 쌍화차를 제공해야 할 의무가 없으니까요.</div> <div>가게 주인이 본인의 이윤을 위해서 쌍화차를 없애고 커피 메뉴를 늘리는 게 불의에 해당하나요?</div> <div>어차피 커피든 쌍화차든 기호품이고 그 존재 유무가 사람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합니다.</div> <div><br></div> <div>웹툰도 마찬가지입니다. </div> <div>그냥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뿐입니다.</div> <div>커피를 좋아하고 쌍화차를 싫어하는 게 부패한 지도자를 선출하는 어리석음과 동등한 무게를 가질까요?</div> <div>쌍화차를 안 팔아서 아쉬워한다면 모를까, 쌍화차를 팔지 않는 걸 불의라고 부를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div> <div><br></div> <div>저도 서브컬쳐에 한 다리 걸치고 있는 사람으로서 말씀드립니다.</div> <div>작가는 독자를 평가할 수 없습니다.</div> <div>평가해서도 안 됩니다.</div> <div>내 만화, 내 소설이 잘 안 되는 것은 독자들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문제가 있거나 나와 같은 기호를 가진 사람이 적기 때문입니다.</div> <div>독자들이 틀린 게 아닙니다. 다른 것뿐이죠. 내가 추구하는 방향과 대중의 보편적 성향이 다른 것뿐입니다.</div> <div>언젠가는 내 만화, 내 소설의 가치를 알아봐 줄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믿고 꾸준히 해나가는 수밖에 없습니다.</div> <div><br></div> <div>당장의 명예와 물질이 필요하다면 그걸 취할 수 있는 방식을 택하면 됩니다.</div> <div>자신의 고집을 꺾지 않으면서 명예와 물질을 취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지요.</div> <div>하지만 그런 기회는 흔치 않습니다.</div> <div>보통 사람들은 어떤 방식이든 선택을 해야 합니다.</div> <div>내면에 동기를 두고 적지만 내 작품의 가치를 알아봐주는 사람들과 힘든 길을 헤쳐 나갈 것이냐,</div> <div>아니면 잠시 고집을 꺾고 현실적인 가치와 타협할 것이냐.</div> <div>내 고집대로 전부 하면서 현실적으로 그 대척점에 서 있는 가치들을 탐한다는 것은 덧없는 욕심입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마지막으로...</div> <div><br></div> <div>창작자들은 독자의 수준을 정의할 수 없습니다.</div> <div><br></div> <div>장선우 감독은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을 찍은 뒤 이렇게 말했습니다.</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이제까지 관객이 영화를 평가했다면, <성소재림>은 사상 최초로 관객의 삶에 대한 경험수준과 이해력을 평가하는 영화가 될 것이다. 만약 당신이 진정한 지존이라면 이 영화를 보고 난 뒤 기쁨을 느낄 것이고, <font color="#ff0000">고수라면 슬픔</font>을 느끼게 될 것이다. <font color="#ff0000">중수라면 무슨 소리인지 이해가 되지 않아</font> 게임을 다시 접속하고 싶어지겠지. <font color="#ff0000">하수라면 아예 영화를 보지도 않을 것이다</font>. 이 영화가 가져올 파장이 개인적으로 궁금하다.”</b></span></div> <div><div><br></div> <div><span style="font-size:9pt;">원문보기: </span></div> <div><a target="_blank" href="http://news.maxmovie.com/2256#csidx37df1b8ef8f06bd878712be7a9b2e65">http://news.maxmovie.com/2256#csidx37df1b8ef8f06bd878712be7a9b2e65</a> </div></div> <div><br></div> <div>장선우 감독은 이후 재기하지 못하고 영화계를 떠나게 됩니다.</div> <div>그리고 2012년 영화판이라는 다큐 영화에 출연해 당시의 발언이 자신의 오만에 의한 것이라고 인정했습니다.</div> <div><br></div> <div><a target="_blank" href="http://osen.mt.co.kr/article/G1109503658">http://osen.mt.co.kr/article/G1109503658</a></div> <div><br></div> <div>시간적으로 가장 가까운 사례는 류승룡 씨입니다.</div> <div>류승룡 씨는 영화 '손님'이 퇴장을 앞둔 시점에 아래와 같은 인터뷰를 해서 구설수에 올랐습니다.</div> <div><div><br></div> <div>특히 그는 <b><font color="#ff0000">"관객이 영화의 행간을 읽지 못하고, 미덕을 못 찾아낸 것 같다"</font></b>고 짚었다. 특히 관객의 쥐에 대한 혐오를 꼬집었다. "사람들이 겉으로는 자기 자신은 깨끗하고 거룩하다고 하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혐오스러운 게 있어도 안 그런 척 숨기고 있다. 거짓과 이기심 등 여러 가지 것들이 그렇다. 영화 속 마을 사람들도 살려고 지은 죄를 합리화하고 쉬쉬하지 않나. 그렇게 또 사람을 죽이는 등 악순환의 상징이라고 생각했다. <b><font color="#ff0000">깊은 생각을 하지 않아도 행간을 보면, 많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상당수의 관객이 이런 의미를 읽어낼 줄 알았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font></b> 일차적인 쥐에 대한 혐오라니…." </div></div> <div><br></div> <div><a target="_blank" href="http://star.mk.co.kr/new/view.php?mc=ST&no=703932&year=2015">http://star.mk.co.kr/new/view.php?mc=ST&no=703932&year=2015</a></div> <div><br></div> <div><span style="font-size:9pt;">소비자 집단은 살아있는 생명체와 같습니다.</span></div> <div>언뜻 그들의 행동패턴을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그들이 보고 느끼는 것까지 컨트롤할 수 있다고 믿을 수 있겠지만,</div> <div>앞선 두 사례를 바탕으로 봤을 때 그러한 믿음은 순전히 자신의 창작물에 대한 과도한 자신감이 불러온 오판일 확률이 더 높을 것입니다.</div> <div><br></div> <div>이 글로 popipopi님의 생각을 바꿀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div> <div>하지만 내 맘대로 되지 않는 시장이나 독자들을 <b><font color="#ff0000">'틀렸다.'</font></b>고 보는 시각은 장기적으로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만 알아주십시오.</div> <div><br></div> <div>건필하시길 빌겠습니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