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사가 되어본적 있는 30대 중반의 남성입니다. <div><br></div> <div>무슨 이야기인고 하니, 전 운전면허를 스물한살에 취득하고 군대에 다녀온 스물 세살부터 운전대를 잡았습니다.</div> <div><br></div> <div>필기는 물론 기능과 주행 모두 우수하게 원패스로 통과했습니다만, 역시 실전이란 녹록치 않더군요.</div> <div><br></div> <div>끼어들기는 무척 힘들어서 가끔씩 진입해야 하는 길로 가지 못하고 빙 돌아가길 일쑤였습니다.</div> <div><br></div> <div>전 천성이 안정적인 것을 선호하는지라, 정속 운행을 하는데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정속으로 가고 있으면 뒤에서 빵.</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신호를 준수하기 위해 신호에 걸려서 멈추면 뒤에서 빵.</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예측 출발을 하지 않기 위해 신호가 바뀐 뒤에 출발해도 뒤에서 빵.</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그 때 하도 경적 소리에 시달려서 자동차 경적 소리에 노이로제가 걸려 지금도 경적소리만 들으면 불쾌해질 정도입니다.</div> <div><br></div> <div>그렇게 도로의 거친 운전자들에게 호되게 혼나기를 계속하면서 점점 더 소극적으로 운전하게 되더군요.</div> <div><br></div> <div><br></div> <div>그런 상태로 한 2년정도 운전했고, 집안 사정으로 그 차를 팔면서 다시 운전을 쉬게 되었습니다.</div> <div><br></div> <div>운전을 쉬기를 3년 정도, 박사과정에 진학해 학과와 연구실 자금사정이 나아지면서 올라간 인건비와 연구수당 덕분에 중고차를 구입했습니다.</div> <div><br></div> <div>두번째로 운전대를 잡으면서 무척이나 걱정되더군요.</div> <div><br></div> <div>하지만 이게 웬걸</div> <div><br></div> <div>끼어들기는 누워서 떡먹기만큼 쉽고 신호에 걸려서 정지해도, 신호가 바뀐뒤에야 출발해도 아무도 저에게 뭐라고 하지 않았습니다.</div> <div><br></div> <div>아무리 두번째로 운전하는 거라고 할지라도, 처음 운전은 기간도 길지 않았을 뿐더러 운전실력이 전혀 나아지지 않았음을 주변의 차들이 잘 일깨워 주었거든요.</div> <div><br></div> <div>이상한 일이었지만, 운전하기 편해졌으니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운전을 했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그러던 어느날, 깨닫게 되었습니다.</div> <div><br></div> <div>처음 운전했던 차는 빨간색 소형차 (클릭), 두번째로 운전한 차는 진주색 준중형 (아반떼) 이라는 사실을요.</div> <div><br></div> <div>빨간색 소형차는 도로에 나오는 순간부터 '김여사'딱지가 붙은 채로 주변의 운전자들로부터 괴롭힘을 받고 있었습니다.</div> <div><br></div> <div>똑같이 깜빡이를 켜고 끼어들기를 시도해도, 빨간색 소형차의 운전자는 도로 흐름도 모르고 마구자비로 들어오는 김여사로</div> <div><br></div> <div>똑같이 신호를 받아 정지해도, 빨간색 소형차의 운전자는 자연스러운 교차로 통행의 흐름을 방해하는 김여사로</div> <div><br></div> <div>똑같이 신호가 바뀐 뒤 출발해도, 빨간색 소형차의 운전자는 교통 흐름에 미리 대비하지 못하는 김여사로 비추어지고 있던 것이었습니다.</div> <div><br></div> <div>대한민국이란 나라에서 남자로 태어나 말썽 안부리는 아들로, 공부를 잘하는 학생으로만 살아왔던 제게</div> <div><br></div> <div>이유도 모르는 상태에서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행동으로 느껴야 했던 기억은 제법 강렬했습니다.</div> <div><br></div> <div>덕분에, 운전대만 잡으면 '아줌마가 솥뚜껑 운전이나 하지'란 말을 입에 담고 운전하시던 아버지 차를 숱하게 타왔음에도 여성운전자를 특정해서 차별하지 않는 운전자가 될 수 있었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만약 제 이야기에 쉬이 동의하기 어려우시다면, 주변의 지인들에게 부탁해 '소위 여성적인' 생상의 소형차량을 몰고 도로로 나가보세요.</div> <div><br></div> <div>신세계가 열릴겁니다.</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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