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사'라는 단어가 여혐 단어냐 아니냐로 오유가 며칠째 시끄럽습니다. <div><br></div> <div>김여사라는 단어는 '여자들은 운전을 못한다'라는 사고방식을 기저에 깔고 들어가는 단어입니다.</div> <div>애초에 기원부터가 몇 기상천외한 운전을 하는 여자들을 더러 김여사라고 부르기 시작하다가 인터넷 전반에서 성별이 식별되지 않는 온갖 비매너 운전행위에 김여사란 말을 하기 시작했죠. 그리고 이건 '여자들은 운전을 못한다'라는 사고를 심화시킵니다.</div> <div><br></div> <div>"운전을 못하는 여자에게만 김여사라고 부르는 게 뭐 어떠냐"라고 말씀들을 하십니다.</div> <div>문제는, 이미 김여사라는 단어가 위의 편견에 의한, 편견을 확대하는 단어 중 하나임과 동시에 사건의 '문제'가 아닌 '성별'에 집중한다는 겁니다.</div> <div>이상하게 운전을 하는 짤방과 함께 '김여사'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느낌이 드십니까? 정말로 운전을 못하는 일부 여자란 생각만 드나요? 솔직히 '거봐 여자들은 운전을 못한다니까'라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div> <div><br></div> <div>한국은 '여성'을 객체화하는 단어가 굉장히 많습니다. </div> <div>여사장, 여기사, 여의사, 여교수, 여류작가 등등</div> <div>범죄 기사의 경우에는 김모양, 김모여인, 김씨(31세, 여)</div> <div><br></div> <div>반면 남성을 객체화하는 단어는 매우 드뭅니다. 남간호사, 남교사같은 몇 개 외에는 생각이 잘 안 나네요.</div> <div>신문기사에 남성이 나올 땐 그냥 XX씨가 끝입니다. </div> <div><br></div> <div>문제는 이게 혐오단어에서도 마찬가지라는 거죠. </div> <div>김치녀, 맘충, 김여사, 된장녀, 빠순이, 온갖 XX녀들</div> <div>근데 남자는 거의 없습니다. 쩍벌남 외에는 XX녀의 사례에서 파생된 케이스들이 거의 전부입니다.</div> <div>그래서인지, 많은 분들이 '성별'을 지칭하게 만드는 혐오 용어들에 왜 여성들이 염증을 느끼는지 공감을 힘들어하시는 것같습니다.</div> <div><br></div> <div>남자가 운전을 못하면 그냥 운전 못하는 놈이지만 여자가 못하면 '김여사'가 됩니다.</div> <div>남자가 사치를 하면 그냥 사치하는 놈이지만 여자가 하면 '된장녀'가 됩니다.</div> <div>이처럼 단어는 집단을 규정하고 편견을 만들고 심화시킵니다.</div> <div><br></div> <div>또,</div> <div>"문제를 일으키는 대상만 이런 단어를 쓰는 게 무슨 문제냐?"</div> <div>"운전을 못하는 여자만 김여사라고 부르는데 무슨 문제냐?"</div> <div><br></div> <div>서양에는 아시안 드라이버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시아인은 운전을 못한다는 편견에서 나온 단어죠.</div> <div>내가 서양에서 차 사고를 냈는데 지나가던 외국인들이 '역시 아시안드라이버ㅋㅋ'라는 말을 한다면 이건 인종차별일까요 아닐까요?</div> <div>이런 상황에서 '아 나는 아시아인 운전자니까 아시안 드라이버라는 말에는 아무 문제가 없어'라고 말 할 수 있나요?</div> <div><br></div> <div>'일부에게만 지칭하는 것이다'라는 주장이 받아들여지려면, 김치녀 한남충도 쓸 수 있어야죠.</div> <div>일부 무개념 전라도 사람에게 한해서 홍어도 쓰고 일부 무개념한 부산 사람은 스까충라고 부릅시다.</div> <div>미친소리죠?</div> <div><br></div> <div><br></div> <div>"쌍욕 대신에 점잖게 말해주는데 뭐가 문제냐"</div> <div>"쌍욕했다가 고소당하면 책임질거냐?"</div> <div><br></div> <div>사실 너무 유치합니다. 차라리 몰지각한 여성 운전자에게 '미친X이네'라는 말을 한다면 그냥 저 여자가 미친것처럼 느껴집니다.</div> <div>하지만 '김여사네'라는 말을 보는 순간 김여사가 불러일으키는 편견에 의해 이건 나를 지칭 할 수도 있는 폭력이 됩니다.</div> <div>점잖게 말해줘서 좋아 할 게 아니란 말이죠. 점잖게 받아들여지지도 않구요.</div> <div>간단하게, 무개념짓을 한 여성에게 '김치녀네'라는 말을 하는 거랑 똑같습니다. 데이트 폭력 휘두른 남자한테 '한남충이네'하는 거구요.</div> <div><br></div> <div>그리고, 무개념한 여성 운전자에게 쌍욕을 하지 못해 김여사라는 단어를 쓴다면, 무개념 남자 운전자에겐 뭐라고 하나요?</div> <div>그냥 쌍욕 하지 않나요? 똑같은겁니다. 무개념 남자 운전자한테 미친XX라고 부른다면 여자 운전자한테도 똑같은 거에요.</div> <div>미친1놈은 금지어가 아니고 미친1년만 금지어라면, 풀어달라고 하면 됩니다. 굳이 저런 단어까지 쓸 필요 없지요.</div> <div><br></div> <div><br></div> <div>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글을 쓰게 된 계기인데,</div> <div>여시나 메갈이 아니더라도 김여사나 맘충 같은 단어에 기분 나쁜 사람이 분명히 있을 수 있습니다.</div> <div>지금 김여사 논란에서 불편함을 표하는 분들이 상당히 많은데 그럼 이 분들이 전부 여시 메갈입니까?</div> <div><br></div> <div>너무 수준 떨어져서 댓글 안 달면 "논리정연하니까 반박을 못하넼ㅋㅋㅋ 역시 여시메갈ㅋㅋㅋㅋㅋㅋ"</div> <div>또는 "곧 그들이 몰려오겠군요", "쿵쿵쿵쿵!!"</div> <div>이런 말들이 너무 유치합니다. 내 의견에 반대되고 내가 편한 것에 불편함을 느끼면 몰아버리는 게 너무 쉬워진 것같습니다.</div> <div><br></div> <div>나와 정치의견이 다르면 일베고, 나와 성차별을 바라보는 온도차가 다르면 여시 메갈이 됩니다.</div> <div>그냥 어느새 일베와 여시 메갈이 자기와 의견이 다른 사람들 입을 틀어막는 손쉬운 방패막이가 됐어요.</div> <div>물론 여시 사태에 대한 반발심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그 총알받이는 누가 하고있나요?</div> <div><br></div> <div>끝으로, 어제 아래와 같은 내용의 댓글을 보았습니다.</div> <div>'장애우'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90년대 쯤부터 장애인이라는 단어가 가진 스티그마 때문에 장애인을 대체해 사용하자고 만든 용어인데, 의도는 참 좋았습니다.</div> <div>그런데 장애인분들의 반발심이 컸습니다. 내가 왜 모르는 사람의 친구냐, 나를 3인칭으로 불러야한다, 오히려 더 의존적이고 스티그마로 느껴진다 같은 이유에서요.</div> <div>그래서? 장애우라는 단어를 없애고 그냥 다시 장애인이라는 말을 쓰기로 했습니다. </div> <div>때문에, 내 비록 점잖게 말하기 위해 '김여사'라는 단어를 쓴대도 받아들이는 상대가 거기에서 불편함을 느낀다면 그 단어는 점잖은 단어가 아니게 된 거지요.</div> <div><br></div> <div>여러모로 아쉬움이 느껴지는 떄입니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