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000년 3월 7일 저녁, 난산 끝에 딸아이가 태어났습니다.</P> <P>그러나, 아이는 숨을 쉬지못했고 축 늘어져 있었습니다.</P> <P>5분 넘게 계속된 응급조치와 인공호흡으로 숨을 쉬게 되었지만 </P> <P>아이는 바로 인큐베이터가 구비된 앰블런스를 타고 소화아동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P> <P> </P> <P>신생아집중치료실에 입원했기에 면회는 불가했고 저는 다음날 휴대전화로 아이가 '다운증후군'이라는 소리를 들었습니다.</P> <P>짧지않은 기간동안 장애복지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했었지만 그 순간 충격으로 어떤 판단도 할 수 없었습니다.</P> <P>복지관에 근무하는 후배에게 전화를 걸어 "내 아이가 다운증후군이라는데 그게 뭐지?"라고 할 정도로...</P> <P> </P> <P>그뿐 아니라 탯줄이 얽힌 상태에서 태변까지 흡입한 아이는 산소공급을 못받아 심각한 뇌손상을 받았고,</P> <P>심장에 2군데의 천공, 심장판막 기형, 갑상선 기능 저하, 백혈구 수치 저하 등의 판정을 받았습니다...</P> <P>(진단명이 10가지였는데 나머지는 기억이 나질 않네요)</P> <P> </P> <P>당시 아이의 체중은 2.1Kg...</P> <P> </P> <P>코를 통해 호스를 삽입하여 수유를 하였고, 아이는 숨만 쉴 뿐 눈을 뜨거나 움직이지 않았습니다.</P> <P>얼마 후 담당의사는 더 이상 해줄 것이 없다며 집으로 가 아이의 마지막을 함께 하는 편이 낫겠다 했습니다.</P> <P> </P> <P>마지막이란 심정으로 서울대학병원으로 갔습니다.</P> <P>지인의 소개로 마주한 의사는 컵의 물을 바닥에 쏟은 뒤 얼마나 다시 주워담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습니다.</P> <P>주변 사람 모두가 수술을 만류했습니다. 기적적으로 살아나도 중증장애인인데 앞 날을 생각하라고...</P> <P>저 역시 쉽게 수술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어느 이른아침 담당의사께서 찾아와 한 마디 하고 갔습니다.</P> <P>"장애아란 이유로 수술을 포기한다면 이 세상의 모든 장애인은 죽어야 하는 것인가?"</P> <P>쇠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 했습니다. 바로 수술을 결정했습니다.</P> <P> </P> <P>생후 45일이 되던 날, 3.0Kg의 아이는 심장수술을 받았습니다.</P> <P>수술 성공보다 수술 중 사망의 확율이 더 높았고 수술 중 위기가 오기도 했지만 아이는 이겨냈습니다.</P> <P>그렇게 아이는 다시 태어났습니다.</P> <P> </P> <P>그후, 신촌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과에서 평생 걸을 수 없다는 판정을 받았고, 실제로 20개월이 넘도록 스스로 서지 못했습니다.</P> <P>서울대학병원에서는 한 쪽 눈이 실명할 것 같다고 했습니다.</P> <P> </P> <P> </P> <P>그러나, 아이는 오늘도 건강하게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습니다.</P> <P>달리기 잘하고, 보조바퀴가 있지만 자전거도 잘 탑니다. 수술을 통해 일상생활에 지장없는 시력도 갖게 되었습니다.</P> <P> </P> <P>물론 정상 아이에 비해 많이 모자랍니다.</P> <P>말도 어눌하고, 아직 한글을 다 익히지 못해 글을 읽지 못합니다. 수 계산도 못합니다.</P> <P> </P> <P>그래도, 음악을 전공한 엄마를 닮아서인지 음악을 좋아하고 재능이 있어 학교 풍물부에서 꽹과리와 대북을 연주합니다.</P> <P>어지간한 대표곡은 다 외워 부를 정도로 가수 김경호씨의 광팬이라 직접 유튜브에서 김경호를 검색하여 동영상을 감상합니다.</P> <P> </P> <P> </P> <P>딸아이가 태어난지 만 13년이 되었지만 한 번도 수술을 후회한 적이 없습니다.</P> <P>대다수의 장애자식을 둔 부모의 소원이 그러하듯 우리 부부 역시 이 아이보다 오래 사는 것이 소원입니다.</P> <P>비록 태어날 때는 '축하'를 받지 못했지만 이 아이가 우리 부부에게 온 '천사'임이 분명하니까요.</P> <P> </P> <P>"생일 축하한다 우리 딸. 건강하고 밝게 커줘서 너무너무 고맙다.</P> <P> 그런데, 너 요즘 사춘기인 건 아는데 말 좀 잘 듣고 그만 개겨라. 동생하고 그만 싸우고. 제발 부탁이다."</P> <P> </P> <P> </P> <P>"사랑한다."</P> <P> </P> <P style="TEXT-ALIGN: left"><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303/8f1c39010f5ec234fb602000caedb7a5.jpg" class="txc-image" style="FLOAT: none; CLEAR: none" /></P> <P> </P> <P style="TEXT-ALIGN: left"><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303/3218acbbc5fceed558e9b54dc8ef7350.jpg" class="txc-image" width="543" height="334" style="WIDTH: 543px; FLOAT: none; HEIGHT: 334px; CLEAR: none" /></P> <P style="TEXT-ALIGN: left"> </P> <P style="TEXT-ALIGN: left">=============================================================================================</P> <P style="TEXT-ALIGN: left"> </P> <P style="TEXT-ALIGN: left">노파심에 첨언하면, 소화아동병원에서 쉽게 생명을 포기한 것이 결코 아닙니다. </P> <P style="TEXT-ALIGN: left">최근 몇 년간 못 갔지만 소화아동병원 담당의사 선생님께 매년 인사를 갔었습니다.</P> <P style="TEXT-ALIGN: left">초기에 조치를 잘 해주셨기 때문에 우리 아이가 살아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P> <P style="TEXT-ALIGN: left">그 의사 선생님 자리 뒷 편에 제 딸아이의 사진이 늘 걸려있었습니다.</P> <P style="TEXT-ALIGN: left"></P> <P></P> <P>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