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3.근무를 마치고 복귀하는 길에 왠 상자가 놓여져 있는걸 발견했다. 상자 안을 살펴보니 상자안엔 왠 팽이들이</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잔뜩 들어 있었다. 별 생각 없이 상자를 챙겨 부대로 복귀했고 그때부터 부대 안에선 팽이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늘상 심심함에 몸부림 치던 우리들에게 팽이는 좋은 놀잇감이었고 우리는 분대별로 내기도 하면서 팽이의 매력에</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흠뻑 빠져들었다. 그 중 유독 눈에 띄던 후임이 있었는데 평소에 좀 놀았는지 독보적인 팽이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그 어떤 죽어가던 팽이도 그의 손이 닿기만 하면 다시 살아났고 팽이줄을 움켜쥐고 채찍질 하던 그의 모습은 </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흡사 인디아나 존스를 보는 듯 했다. 언제나 확실한 승리를 보장하기에 그를 서로 자기편으로 데려가기 위한 </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경쟁이 치열했고 그때 느낀 우월감 탓인지 그 후임은 저질러선 안될 짓을 저지르고 말았다. </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왕고의 팽이를 찍기로 찍어 팽이꼭지를 날려버린 것이다. 소중한 꼭지를 잃고 꼭지가 돌아버린 고참은 그대로 내무실로</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들어가 버렸고 그 이후로 우리들 사이엔 상꺽이하 찍기 금지라는 암묵적인 룰이 생겨났다. </span><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 몇일 후 분이 안풀렸는지</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그 고참은 일대일 대결을 신청했다. 승패가 뻔히 보이</span><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는 대결이라 모두들 의아해 하고 있는데 그 고참은 일반 룰이 아닌</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묻고치기를 하자고 제안해왔다 </span><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 묻고치기란 말 그대로 팽이를 땅에 반쯤 묻고 둘 중 하나의 꼭지가 날아갈 때 </span><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까지 번갈아가며</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치는 로마시대에나 했을법한 하드코어한 룰을 가진 종목이었다</span><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 어차피 후임에게 선택권은 없었기에 둘은 연병장</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으로 나갔고 우리들 또한 빅매치를 구경하기 위해 우루루 몰려나갔다. 가위바위보로 선후공을 정하고 가위바위보에서 진 </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후임의 팽이가 먼저 땅에 묻혔다. 첫 공격은 실패로 돌아가고 후임의 차례가 왔다. 우리는 끝났음을 직감했지만 긴장한</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탓인지 아니면 눈치를 봐서 그런건지 후임의 공격 또한 실패로 돌아갔다. 기적같이 다시 기회를 얻은 선임은 한국시리즈</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7차전 9회말 투아웃 풀카운트 상황에 마운드에 올라간 마무리투수처럼 신중하게 팽이를 움켜쥐었다. 그리곤 온 힘을 </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다해 팔을 휘둘렀다. 어찌나 혼을 실어 휘두르던지 그의 팽이에선 청룡의 형상이 보이는 듯 했다. 그렇게 날아간 팽이는</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정확하게 후임의 발등 위로 떨어졌고 그 후임은 짐승같은 비명을 지르며 연병장 바닥을 뒹굴렀다. </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br></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2.주말이었다. 우리는 항상 시시껄렁한 내기를 자주 하는 편이었다. 전투화를 닦고 신발장에 넣으려다 불현듯 내기거리가 </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떠올랐다. 신발장은 칸으로 나눠져 있었는데 과연 제자리에서 뛰어서 몇칸이나 올라 갈 수 있을까 궁금해졌고 후임들과 고참들을</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모아서 내기를 하기로 했다. 이 아무것도 아닌 내기에 모두들 금방 심취해 여기저기서 제자리 뜀을 하기 시작했고 곧 본 내기로 </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들어갔다. 다들 비슷비슷한 기록을 내고 있을 때 사회에서 농구를 즐겨했다던 고참의 차례가 왔다. 연습삼아 폴짝폴짝 뛰는 것만</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봐도 꽤나 높이 뛰어오르는 그의 모습에 우리는 과연 그가 얼마나 높이 날아오를수 있을지 숨죽이며 지켜보았다. 모두가 그렇게</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지켜보는 순간 그는 한마리 새처럼 날아 올랐고 놀랍게도 신발장 칸이 아닌 신발장 위로 올라갔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착지가 </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불안했는지 그대로 미끄러져 신발장 모서리에 양쪽 정강이를 부딪히고는 그대로 볼썽사납게 바닥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엄청난 고통이었는지 비명조차 못지르고 흐응 흐응 하는 실낱같은 숨소리만 내뱉고 있을 뿐이었다. 그의 몸무게가 반근만 </span></p><p>더 나갔더라도 아마 질럿다리를 가지게 되었을 것이다. 부러지진 않았지만 양쪽 정강이에 일자로 상처가 남았고 그는 </p><p>약속의 증표처럼 다리를 모으면 정강이의 두 줄이 한줄로 이어지는 신기한 흉터를 가지게 되었다. </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br></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1.두번째 유격훈련을 갔을 때였다. 유격조교들 중 한명이 눈에 들어왔다. 계급장이 붙어있지 않아 계급은 모르겠지만 왠지 어수룩한</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모습과 억지로 위엄있는 모습을 짜내는 듯한 표정. 다른조교들의 눈치를 보는걸로 봐서는 조교들 중 막내가 분명해 보였다. 내 짬에</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반에 반도 안되보이는 풋내기에게 굴려지는 내 자신이 서글퍼졌지만 그곳에서 난 한마리 올빼미에 불과했다. 그렇게 한참을 PT체조</span></p><p>를 하고 장애물 코스로 들어섰다. 장애물을 타기 전에 조교들이 시범을 보여주는데 확실히 밥먹고 장애물만 타서인지 각이 잡혀</p><p>보였다. 그렇게 대여섯개의 코스를 돌 동안 아까 눈여겨 봤던 조교는 한번도 시범을 보이지 않았고 나는 그가 이등병임을 확신할 수 </p><p>있었다. 훈련은 계속 진행되었고 자른 통나무를 밟고 이동하는 코스에 도착했다. 조교들은 자기들끼리 얘기를 나누는가 싶더니 </p><p>드디어 한번도 시범을 보이지 않았던 그 조교가 시범조교로 나섰다. 그 코스는 미리 연습을 한 모양이었다. 앞으로 나선 </p><p>그는 이제부터 숙련된 조교의 시범을 보겠습니다. 라고 말하고 자신있게 통나무 위로 올라서서 성큼성큼 앞으로 나섰다. </p><p>빠르고 절도 있는 동작으로 나무와 나무사이를 이동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이등병이라도 조교는 조교구나 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때쯤..</p><p>\'유켝! 유켝! 유켝!유켜허어으크커어으컼!\' 절반쯤 가고 있던 그가 발을 헛디뎌 그대로 밑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p><p>방아쇠가 공이를 치듯 통나무는 그대로 그의 낭심을 가격했다. 그의 다리가 조금만 더 길었더라면 대참사를 막을수 있었을테지만 </p><p>아쉽게도 그는 대한민국 표준체형이었고 중력이라는 놈은 매정하게도 그를 지구의 품으로 잡아당겼다. 군대에서 본 가장 끔찍한 </p><p>장면 중 하나였다. 그곳에 모여있던 50여명은 누구하나 할 것 없이 임팩트 순간 자기도 모르게 자신의 사타구니에 손을 가져갔다. </p><p>길거리의 망치게임처럼 그의 알들이 위로 솟구쳐 입으로 나오지 않을까 걱정이 됐지만 다행히 그런일은 일어나지 않았다.</p><p>인조인간 같던 조교들의 얼굴에도 처음으로 당황하는 기색이 엿보였다. 결국 그는 주변의 도움을 받은 후에야 그곳을 벗어 날수 </p><p>있었고 그 코스에선 왠지 모두들 극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며 장애물을 넘었다. 다음날 그는 돌아왔지만 그의 목소리는</p><p>조금 가냘퍼진 느낌이었다.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