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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이야 워낙 많으니까 그렇다 치고...
...그렇다 치고?
때는 모든 손님이 빠진, 마침 종업원이 가장
잔인해질 수 있는 오후 세시. 모바일게임 보상을
깠는데 개거지같은게 나와서 빡쳐있었다.
"망할 이 ㅈ망겜..!"
그 때, 손님이 들어왔다. 아저씨 둘, 아줌마 둘.
아뿔싸. n년차 경력의 내가 봤을 때 저들에게서
느껴지는 농후한 진상의 냄새를 나는 알아차렸다.
종업원들은 모두 쉬러 갔고, 나만 혼자 덩그러니
남겨져 있지만 문제없다.
"어서오세여! 몇분이세여?"
중요한건, 여기서 ~요? 가 아니라 ~여? 로
끝나야 한다. 이게 약간 자본주의에 물든 목소리라고
나는 표현한다. 목소리는 약간 하이톤. 그들은 나를
본체 만 체, 자리에 앉는다.
"네분이세여?"
말하거나 말거나, 물과 물티슈를 내려놓으며
묻는 질문에도 그들은 자기들끼리 떠들기만 할 뿐이다.
"주문 도와드릴까여?"
그들 중 아줌마 하나가 흘끗 날 보더니
"이따가"
라고 짧게 말을 끝낸다.
사장님 저는 또 오늘 이렇게 한번 더 참고
열반의 길에 한걸음 가까워졌습니다.
"넵 그럼 주문 정해지시면 불러주ㅅ"
"고기줘요. 네명먹을걸로"
"아 저희 꽃등심이나 살치가 잘 ㄴ"
"그거가져와 그럼"
"꽃등심 말씀이세여?"
"아니 그 뒤에 말한거 그거가져와"
"아 그럼 살치살여? 저희 400그램 짜리하고 600그램 짜리가 있는ㄷ"
"아아니! 그냥 가져와 그냥!"
뭐지 시발?
하지만 여기서 아넵 ㅎ 근데 몇그램짜린지 말씀해주셔야...
라고 말하면 하수다. 나는 바로 목소리 깔고 물어본다.
"아니 잠시만요. 몇그램짜린지 말씀해주셔야 갖다드립니다.
그리고 자꾸 말을 끊으시면 제가 주문을 똑바로 받을 수 없어요."
"뭐라고?"
아저씨가 뜻밖의 반격에 잠깐 당황했다가 기선제압을
시도했지만 나는 그냥 되물었다.
"예?"
그러자 옆에 앉은 아줌마가 흠흠 하며
"살치살 사백그람 짜리로 주세요." 하고 제대로 된 주문을
넣었다. 나는 "아 감사합니다. 금방 준비해드릴게여."
하고 다시 하이톤의 목소리로 돌아왔다.
상을 차리러 들어가고 있는데
저 멀리서 "소주줘요 소주!" 하고 큰소리로 말한다.
나는 "네 소주요" 하고 말하는데 "맥주도 맥주도" 하고
말한다. 너네 왜케 급하냐. "네 소주맥주 같이요" 하고
후레쉬 하나, 처음처럼 하나, 새로 하나, 카스하나를 챙긴다.
상과 함게 후레쉬를 놔주자 마자 "이거말고 처음처럼" 하길래
바로 준비해간 처음처럼을 놓자 약간 당황한 것 같았다.
내가 너네같은 인간들 한트럭 응대했다. 날 얕보지마라.
그리고 그 뒤로 무난한 식사가 이어졌다.
나는 고기를 좀 체크하고 쉬다 나온 남자직원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여기요!" 하고 아저씨가 외친다.
남자직원이 "넵" 하고 달려가려는걸 내가 뒤에서 잡았다.
"헐 부장님 왜요"
"있어봐. 내가 간다."
"엥왜요"
"이따말해줄게"
나는 "네 뭐 필요하ㅅ" 까지 이야기하는데 "사이다줘요"
라고 이야기한다. 냉장고에서 사이다를 꺼내 가져다
주는데 "컵주세요" 라고 이야기한다.
"컵은 자리 옆에 바로 있습니다." 하고 종이컵을 가리켰다.
그랬더니 이 아줌마 "아니아니! 맥주컵 달라고! 어려워요 그게?!"
아니 얘네 왜케 화가나있어; 난 흠 하고 쳐다보다가 말했다.
"당연히 어렵죠. 맥주컵을 달라고 하셔야 드리죠.
제가 손님 속마음까지는 못읽어요."
"근데 아저씨."
"네?"
"아까부터 왜 이렇게 불친절해요?"
"손님. 손님은 아까부터 왜 이렇게 화를 내세요?
무슨 말이 나올 지 모르는데 제가 어떻게 웃으면서 응대하나요?"
생각해보니, 존나 맞는 말 같았는지 "맥주컵 줘요."하고 좀 누그러진
말투로 이야기한다.
"철수씨!(가명) 여기 맥주컵 하나만 주세요!"
남자직원이 아넵 하면서 맥주컵을 갖다주었고 나는 고기를 썰러
올라갔는데, 대충 그렇게 식사를 마친 그들은 남자직원을 통해
계산을 하는데, 이번에 또 사건이 일어났다.
자신들이 비싼 고기를 먹었으니 음료수값을 깎아달라는 것으로
실갱이가 벌어진거다. 별 권한이 없는 남자직원은 아넵저기그게
하면서 난감해하고, 아저씨는 화를 내고, 에휴 곱게 안갈줄 알았다.
그런 생각을 하며 난 카운터로 내려왔다.
"어떤것때문에 그러세요?"
이미 자본주의에 물든 고객응대 목소리는 온데간데 없어진 낮은 목소리로
나는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물었다. 아저씨가 뭔가 이야기하려는데
아줌마가 "아니 근데, 불친절하고 밑반찬도 영 맛없고 이러면 두번
못오지. 안그래요? 그리고 음료수좀 서비스로 달라는데 그게 어려워?"
라고 눈을 희번덕하게 뜨며 아주 논리적인 양 이야기했다.
난 말을 잘랐다.
"네 어렵죠. 직원입장에선 그래요. 음료수는 서비스로 드릴게요."
하고 음료수값을 뺀 뒤 계산해주자 궁시렁대며 그들은 나갔다.
"야 철수야. 저럴땐 그냥 파워밤을 꽂아버려."
"부장님 죄송합니다."
"니가 뭐가;"
"아 바로 부장님 불렀어야 했는데.."
"아냐. 쟤네 주댕이가 나쁜거지 넌 안나빠. 그리고 그럴땐 좀 세게 나가도 돼."
"근데 그러다가 컴플레인 걸리면요.."
"형 있잖아. 형이 시켰다고 해. 사장님이 뭐라고 하면,
저 근본없는 돼지새끼가 시켰다고 하란 말이야."
농담좀 섞어서 다독거려주니 좀 마음이 풀렸는지 웃는다.
"야 근데."
"네?"
"밑반찬 투정한것 치고는 ㅈㄴ 깔끔하게 먹고갔는데?
그릇까지 다 핥아먹은듯?"
"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끝이 났고, 하루 결산 하면서 나는 낮에 있던 이야기를
사장에게 말했다. 사장은 "그러냐" 하고 말았다. 그리고 뒤이어
"넌 근데 그딴거까지 나한테 이야기하냐" 하길래 "그딴거 이야기
안하고 혼자 처리해놓고 잊고있으면, 너 이 리뷰 뭐냐 하면서
갈굴거잖아요. 아님? 내가 틀린말 함?" 하니까 "지랄하네" 하며
유유히 퇴장했다.
장사란, 생각보다 힘들다.
본인 멘탈이 강하지 않다면 이쪽 바닥은 어지간해서는
오지 않는 편이 좋다고... 생각...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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