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아침나절, 전날 술을 많이 마셔 집에서 쉬면서 팔베개를 한 채 검은사막 모바일</div> <div>출석체크를 하고 있는데 한통의 전화가 왔다. 동네나쁜형에게서 온 전화였다.</div> <div> </div> <div> </div> <div>"어 형. 왜요."</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왜요는 새꺄 일본담요고. 빨리나와."</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ㅇ 예? 왜요?"</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매국노새꺄 일본담요 그만 타령하고 빨리 나오라니까? 너네집 앞이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흠터레스팅. 뭔 개짓거리를 하려고 또 부르나 싶었는데 아무튼 나갔더니 문앞에</div> <div>서 있는 카니발 한대가 눈에 들어왔다. 이거 내가 아는 차인데?</div> <div>아니나 다를까 운전석 창문이 열리며 "빨리타 임마" 하고 조수석 창문이 열리며</div> <div>조카가 "삼촌!" 하고 외친다. 아뿔싸 당했구나. 오늘은 또 어딜 가려고.</div> <div> </div> <div> </div> <div>주섬주섬 떨어지지 않는 다리를 챙겨 차에 오르고 안전벨트를 맸는데, 뜬금없이</div> <div>"계곡가서 닭도리탕에 소주나 한잔 빨자" 하며 나를 태운채 북한산 대서문 입구를 찍고는</div> <div>스트레이트로 가는 형을 보며 '오늘도 조졌구나' 하는 탄식과 함께 오늘은 또 무슨일이</div> <div>생길까 두근반 세근반하며 우린 목적지로 향했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형, 아 진짜 너무 부지런한거 아니야? 하긴 옛날에 일찍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div> <div>말도 있긴 하지."</div> <div> </div> <div> </div> <div>"야. 뭔소리야. 일찍일어나는 새는 졸라 피곤해. 그냥 개피곤해."</div> <div> </div> <div> </div> <div>"ㅋㅋㅋㅋㅋ 말되네 일찍일어나는 새는 개피곤함 ㅋㅋㅋㅋ"</div> <div> </div> <div> </div> <div>"야 근데 벌레가 새보다 일찍 일어나면 해결되는거 아니냐?"</div> <div> </div> <div> </div> <div>"알람없어서 못일어날걸?"</div> <div> </div> <div> </div> <div>"ㅋㅋㅋㅋㅋㅋㅋ"</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ㅋㅋㅋㅋㅋㅋㅋㅋ"</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아침 열시에 계곡 앞에 도착해 차를 세우고, 나는 담배한대 피우고 형은 조카데리고</div> <div>계곡 방갈로에 자리잡으러 가고, 담배를 다 피운 나는 방갈로 사무실에 들어가</div> <div> </div> <div>"아 이모. 우리왔어요" 하고 인사하자 매년 세번씩은 보는 이모가 "뭐줘? 닭도리탕 먹어.</div> <div>닭 어제 들어온거라 맛있어. 너네 저기 대서문 입구까지 다녀오면 딱 잘 삶기겠네.</div> <div>가서 얼른 운동들 하고와." 그말 들은 우리들은, 형은 딸 줘야되는 물이랑 지갑 든 가방</div> <div>챙기고 나는 조카 무등태우고 그렇게 닭도리탕 기다리는 기대감에 젖어 레드페이스 가서</div> <div>작업복도 좀 보고, 겨울 스키여행 이야기도 하면서 하염없이 걷다 대서문 앞 매실파는</div> <div>아줌마 마주한 뒤에 다시 내려와 방갈로에 앉았다.</div> <div> </div> <div> </div> <div>동네형은 자리에 앉자마자 조카 수영복 갈아입히러 화장실가고, 난 술잔 세팅하면서</div> <div>반찬그릇 놓는 알바학생 불러세워놓고 만원짜리 한장주면서 "아이고 더운데 고생많아요"</div> <div>하고, 바로 물에 들어가 발담근 채 아스팔트9 레이싱게임 하면서 천렵하는데</div> <div>그와중에 수영복 갈아입히러 갔던 형과 조카가 돌아왔다.</div> <div> </div> <div>조카는 수영복도 갈아입었겠다 "삼촌 안아줘 저기 갈래" 하면서 물가로 데려다달라 하고,</div> <div>나는 "야이눔아 삼촌 팔빠진다 의료보험 안되냐" 하면서 물가로 데려다주고</div> <div>물에서 말도안되는 수영법 보여주는 조카에게 물몇번 뿌린뒤 올라와서 밥을 먹기 시작한다.</div> <div> </div> <div>아침 열한시 반부터 오후 두시까지 우리는 이런저런 이야기 형님 힘든 이야기</div> <div>나 지랄병맞은 이야기 하면서 이래저래 점심을 보냈다. 소주 세 병에 맥주 두 병.</div> <div>감자전과 닭도리탕 거하게 빨아먹고 알바학생 한번 더 서빙하러 올 때 만원짜리 하나 또 주니까</div> <div>이번엔 "형님들" 하면서 알바학생 오더니 닭죽 주문나왔던거 취소된건데 드십쇼 하면서 닭죽을</div> <div>또 내온다.</div> <div>취소되긴, 일부러 만들어온거겠지.</div> <div>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고 뭐 이런걸 하면서 받아들여야 그게 미덕아니겠는가 싶어</div> <div>받아 맛있게 먹고 자리 파하고 계산하고, 이모는 "너네 다음에 오기전에 전화하고 와" 하면서</div> <div>다음에 오면 닭발 구워주겠다고 했다.</div> <div> </div> <div>우리는 주차장에 그대로 차를 세운 채 등산로 입구에 있는 포차에 가서 조카는 좋아하는</div> <div>돈까쓰 먹고, 우리는 두부김치에 조카가 먹다 남긴 돈까스 먹으면서 또 소주 세병을 까고,</div> <div>그와중에 조카는 잠들고 나는 형에게</div> <div> </div> <div>"형 우리 삶이 참으로 지랄맞고 힘들더이다. 그래도 이런 재미있는 날들 고대하면서 또 힘내 삽시다"</div> <div> </div> <div>하자, 형은</div> <div> </div> <div>"덕담을 동생이 먼저 하는법이 있냐? 그래도 그래, 고대하면서 살자."</div> <div> </div> <div> </div> <div>소주 세병에 두부김치 거의 다 먹고 나와 대리기사 불러 집에 온 뒤, 나는 오는 내내 잠들었는데</div> <div>조카 집에 데려다주고 온 형이 그간 차에서 미친듯이 자고 있던 날 깨워 우린 노래방에 가서</div> <div>한시간 반을 서로 좋아하는 노래 부르면서 놀다가 맥주도 세 캔 먹었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마지막엔 형수에게 전화와서</div> <div>애기 김밥먹고 싶어하니까 동네 김밥집 가서 김밥 사오시오. 하는 말에</div> <div> </div> <div>김밥사러가는 척 하면서 김밥집 옆 순대국집에서 순대정식에 소주 세 병 더 먹고 집에 들어왔다.</div> <div> </div> <div>아이고야 하루 한번 고되고 재미있게 보냈구나.</div> <div>집에 돌아와 검은사막 모바일 사냥 얼마나 해놨나 쳐다보다가 미드 how i met your mother 보면서</div> <div>나는 지금 이 글을 쓰고있다. 그래 척박한 내 삶 그래도 완전히 재미없진 않구나.</div> <div>내일은 민주당 청년위원들하고 닭집에서 한잔 퍼먹기로 했는데 또 나보고 만원 더내라고 하면</div> <div>만원어치만큼 때려줘야겠다.</div> <div>통합당 청년위 게스트가 거의 매번 나오는데 이번엔 또 뭘로 깔까 두근거리며 하루를 마무리한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진짜 오늘은 내 일기네.</div> <div>감사합니다. 뻘소리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