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불판 위에 고기가 올려진 지 수 분이 지났다.</div> <div>고기가 익어가던 것을 말없이 지켜보던 병신의 친구 아무개가 입을 열었다.</div> <div> </div> <div> </div> <div>"어렸을 때는 몰랐는데 아이를 키우는게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네."</div> <div> </div> <div> </div> <div>"아무렴 자네 키우시던 자네 부모님 만 하겠는가?"</div> <div> </div> <div>"글쎄..."</div> <div> </div> <div>아무개는 술이 오른지 한참 되었지만 오늘만큼은 그만 마시자는 말을 하지 않았다.</div> <div>서른 셋 남자 둘의 술자리가 고깃집 소음 너머로 천천히 페이드아웃 되었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현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미1친놈아 카라 리즈시절은 구하라지"</div> <div> </div> <div>"개소리하고 자빠졌네 뇌없냐? 니콜모르냐? 한진택배 전화해줘? 니 정신 언제 배송되냐고?"</div> <div> </div> <div>"응 다음 페도새끼"</div> <div> </div> <div>"뭐래 니마누라 니랑 결혼함 ㅋ"</div> <div> </div> <div>"시발 모욕은 참을 수 없다"</div> <div> </div> <div>"고기탄다 미1친놈아 좀 뒤집어라"</div> <div> </div> <div>"담배없냐?"</div> <div> </div> <div>"니 줄 담배는 없는데요 담배없는 찐따새꺄"</div> <div> </div> <div>"형님제발 형님형님"</div> <div> </div> <div> </div> <div>우리는 문제해결을 항상 싸움과 저질수준의 개드립으로 해결하곤 한다.</div> <div>나는 아직도 아버지가 친구분들과 대화하시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아버지가 나와 같은 나이셨을 때 나는 여섯살 쯤 됐었는데</div> <div>술상을 앞에 놓고 소주잔을 위엄있게 든 채 "자네도 한잔 하시게" "술이 오르니 흥도 오르는구먼 허허" 하던 그 위엄있는 모습을.</div> <div>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분명 같은 나이가 되었는데 진지라고는 어제 저녁에 먹은 숯불닭갈비 뿐이다.</div> <div> </div> <div>진지함이라는 단어는 우리네 삶의 선택지에서 아예 빠져 있는 듯한 단어가 되어버린 것 같다.</div> <div>가끔- 아주 가-끔 술을 마시는 우리 무리는 진지한 척을 하려고 노력해보지만 최근에 했던 가장 진지한 대화란...</div> <div>타노스와 헐크가 싸우면 누가 이기나 였다.</div> <div> </div> <div>"야 갑자기 생각난건데 타노스하고 헐크하고 싸우면 누가 이김?"</div> <div> </div> <div>"타노스는 5대원소 아니냐? 근데 헐크 ㅈ찐따는 걍 초록괴물 ㅋㅋ"</div> <div> </div> <div>"니가 이제 입으로 똥을싸네 헐크가 5대원소 동급인거 모름? 로키 쳐바를때 안봤냐? 로키가 무슨 찐따처럼 나오는데</div> <div>그거 상대가 헐크라서 그런거임;; 로키도 탈우주급임"</div> <div> </div> <div>"토니가 헐크버스터만 입어도 빤쓰런하겠던데 무슨 오대원소같은 소리하네 철원오대쌀같은 새끼야"</div> <div> </div> <div>"넌 그런 드립좀 안치면 안되는 뭐 그런 병에 걸렸냐?"</div> <div> </div> <div> </div> <div>우리에게 결여된 것은 진지함이 아닌 정신줄이라는 상대적 평가에 대해 상당부분 동의는 한다만, 글쎄다 거기에 첨언을 좀 더 하자면</div> <div>어른으로써의 정신줄이 결여된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래서 남들보다 덜 이성적이고 더 감성적인 것 같다.</div> <div>어른이 되면 나는 내 감정을 내 생각대로 조절할 수 있게 될 줄 알았다.</div> <div> </div> <div> </div> <div>"엄마 나 저거 사줘"</div> <div> </div> <div> </div> <div>"안돼. 안돼."</div> <div> </div> <div> </div> <div>"빨리 사줘어어어!! 시러어어어어!"</div> <div> </div> <div> </div> <div>어렸을 적 누구나 장난감 앞에서 어머니와 실랑이를 벌인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 때는 우리에게 그 장난감이 인생 최초이자</div> <div>최후의 즐거움이였고 그 즐거움을 소유한다는 욕망의 발현이 우리를 비이성적으로 만들었을 것이다.</div> <div> </div> <div> </div> <div>"이제 그만 만나. 그만하자. 나도 좋은 사람 만나고 싶어."</div> <div> </div> <div>"싫어! 싫어! 안가! 너도 가지마!! 어딜가!! 가지마!!"</div> <div> </div> <div> </div> <div>이제 그만 만나고 싶다는 그녀의 앞에서 나는 어린시절 우뢰매를 사달라고 떼쓰던 아이처럼 소리를 지르며 울고 발버둥을</div> <div>쳤다. 멀어져가는 뒷모습은 어머니나 그녀와 똑같았다. 다만 어머니는 나의 손을 잡아주었고, 그녀는 끝내 나의 손을 잡아주지 않았다는 것이다.</div> <div>휴지 세 통을 다 쓰며 밤새 울어도 멈추지 않는 눈물과 콧물은 과장이 아닌 현실이였다.</div> <div> </div> <div> </div> <div>떼쓰기만 해서 얻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div> <div>만약 내가 떼를 써 얻어낸 것이 있다면 그건 동정으로 적선을 받은 것이다.</div> <div>그것을 깨닫고 내가 떼쓰기를 참았을 때 나는 헛기침으로 못내 아쉬움을 표현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지만</div> <div>정신적인 안정이 결여된 나의 지난 몇몇 순간에 나는 또 참을 수 없이 비이성적으로 행동했고 모든것은 단지 후회가 되었을 뿐이다.</div> <div> </div> <div> </div> <div>뜬금없는 개드립과 절제하지 못하는 욕망, 때로는 심수봉의 구구절절한 노래가 가슴을 울릴 때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div> <div>아이유와 트와이스를 흠모해 마지않는 내 나이는 서른셋.</div> <div>아이도 아니지만 어른도 아니고 그렇다고 미성숙한 것도 아닌 것 같은데 하는짓 가만히 보고 있으면 저래 살아도 살아지는구나 싶은 나이.</div> <div>어떻게 살다보니 여기까지 오긴 왔다. 좀 힘들긴 했어도.</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