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r></div> <div>가방선물 얘기를 보고 오래전 일이 생각나서 씁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전 시골에서 자란 그냥저냥 좀 못사는 집 자식이구요.</div> <div><br></div> <div>여자친구는 서울토박이고 음악도 했을만큼 어느정도는 잘사는집 딸이었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사실 연애 초기부터 씀씀이에 대해서 걱정이 많았습니다.</div> <div><br></div> <div>사람 사는거 다 거기서 거기인건 맞는데, 미묘하게 일부분에서 저랑 완전 다른 삶이 보이는거예요.</div> <div><br></div> <div>여자친구는 미용실에서 30만원을 긁기도 하고, 딱히 갈만한데가 없다면서 들어간 <span style="font-size:9pt;">아웃백 같은데서 밥값을 6~7만원씩 쓸때도 있구요.</span></div> <div><br></div> <div>근데 또 어떤날은 저랑같이 순대국밥집에도 잘가고, 제 낡은 코란도를 타고 다니면서도 차에 대해서 불평한번 한적이 없어요.</div> <div><br></div> <div>돈을 쓰는 걸 좋아한다기보다는 그냥 생활수준이 달랐던 거였고, 사실 그 때문에 연애하면서 다툰적은 별로 없었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런데 결혼하기전 신혼여행 얘기를 하다가 아프리카 크루즈 얘기가 나왔습니다.</div> <div><br></div> <div>견적이 얼마정도인지 물어본 저는 천만원이라는 소리에 어이가 달아나더라구요.</div> <div><br></div> <div>나는 전세집 구하는데 500만원이 모자라서 쩔쩔매고 있는데....</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때 좀 격앙된 어조로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결혼을 하게 된다면 내 수입은 얼마고 니 수입은 얼마인데, <span style="font-size:9pt;">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되는지,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얼마를 저축하고 얼마를 쓸수있는지 등등을요.</span></div> <div><br></div> <div>그리고 와이프도 상당히 충격을 먹었습니다. 지금까지 당연하게 여겼던 삶들이 모조리 너프당하게 생긴 것보다</div> <div><br></div> <div>남자친구가 자기의 씀씀이를 헤프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더 충격을 먹었죠.</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날 어떻게 헤어졌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저는 내가 나름 좋은 직장에서 평범한 수준의 수입은 된다고 생각했는데</div> <div><br></div> <div>갑자기 자신이 초라해지고 한심해 보이기도 하고, 이 결혼이 정말 그렇게 어려운 것인지 의심하게 되더라구요.</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근데요. 여기까지 얘기하면 제가 엄청 검소한 사람인것 같지만, 사실 저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습니다.</div> <div><br></div> <div>사회초년생때 술값 펑펑쓰다 카드값 못값아서 아버지에게 손벌린적도 있구요. 게임 아이템 산다고 수십만원 쓴적도 있구요.</div> <div><br></div> <div>보드탄다고 장비사다가 적금 깬적도 있구요... 자주가던 쇼핑몰에 세일하면 쓰지도 않을 물건을 마구 지르기도 하구요...</div> <div><br></div> <div>고백하자면 지금도 스팀 라이브러리에 해보지도 않은 게임이 수두룩하죠...</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자신을 잘 돌아보니 이해가 갔어요. </div> <div><br></div> <div>우리는 사실 누구도 그렇게 합리적으로 살고있진 않아요.</div> <div><br></div> <div>합리적이라는 명목으로 상대방의 작은 사치를 비난하면서 나는 정말 그렇게 합리적으로 살지 않거든요.</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다음날 여자친구에게 사과했습니다. </div> <div><br></div> <div>결혼후 서로 의논하면서 가정을 꾸리면 될것을 내가 네 씀씀이를 뜯어고치려는 시도 자체가 너무 어리석었다고 사과했습니다.</div> <div><br></div> <div>그렇게 이해하고 나니 훨씬더 좋은 방향으로 이야기가 풀리더라구요.</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신혼여행은 제가 열심히 비행기표를 알아보고 숙소를 예약해서 저렴하게 동유럽으로 다녀왔고, 너무너무 좋은 추억이었습니다.</div> <div><br></div> <div>그리고 그렇게 잘살던 집의 딸은 지금 마트에서 파 한단에 3천원이라는 소리에 개비싸다고 고민하는 주부가 됐습니다. <span style="font-size:9pt;">닥치면 다 하더라구요. </span></div> <div><br></div> <div><span style="font-size:9pt;">비난하지 않아도 이해하고 대안을 제시하면 배우자도 훨씬 더 해결방법을 쉽게 찾을 수 있어요.</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결국 결혼생활의 모든 트러블은 이해심을 필요로 하는 것 같아요. <span style="font-size:9pt;">배우자는 내가 가르치는 제자가 아니니까요. </span></div> <div><br></div> <div>상대방이 잘못한 것을 비난하고 교정하려고 하기보다, 왜 그랬는지 상황을 이해하면 훨씬 더 좋은 방법을 찾을 수 있을거예요.</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냥 씀씀이 문제로 고민하는 연인들에게 옛날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어요.</div> <div><br></div> <div>끝.</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