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div> <div>그간 넷 상의 글을 보면서 이런 류의 글은 음슴체로 쓰는 것이 정도라는 느낌을 받았음<br>이에 스스로도 어색하지만 생전 첨으로 음슴체로 글을 써봄<br>보기에 어색해도 이해해주시길 바라며~</div> <div> </div> <div>* 주의: 이 글은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쓰여져 매우 길고 난삽함</div> <div> </div> <div><br>[1. 돈 떼먹힌 이야기] </div> <div> </div> <div>IMF를 조금 지나 어수선한 시절에 대학을 졸업함<br>원래 목표는 공기업이었는데, 공기업은 물론이고 공공기관도 대부분 채용 자체를 안함</div> <div>원서 낼 일, 시험을 볼 일도 거의 없었음 <br>그나마 어찌어찌 해서 공공기관 한군데 합격 </div> <div> </div> <div>2주간의 신입직원 합숙교육이 끝나고 금요일날 발령을 받았는데,<br>다음날인 토요일까지 대전지사로 가라는 거였음</div> <div>난 내가 입사시험 내지는 신입직원 교육에서 꼴등을 한 줄 알았음<br>해당 공채기수 30명 중 비연고지 배치는 4명 뿐이었기에.</div> <div> </div> <div>나중에 보니 그런 건 아니었지만 어쨌든 태어나서 그때까지 서울을 벗어난 적이 없던 나로서는 황망했음<br>심지어 나는 유치원 이후 결혼 전까지 대학교와 군대까지</div> <div>모조리 한 집에서 버스 타고 왔다갔다 하며 마친 인간임<br>(군대는 전설의 마지막 방위, 2대 독자 18개월 방위)</div> <div> </div> <div>하여간 아버지 차를 얻어타고 트렁크에 이불 한 채만 달랑 싣고서 생전 첨으로 대전에 입성<br>대전에 도착하여 처음 보게 된 것은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는 수많은 예쁜 누나들<br>지금은 아마 없어졌을지 싶은데 당시만 하더라도 대전 시내에는<br>다방커피 배달 누나들이 소형오토바이를 타고 끊임없이 달렸음</div> <div> </div> <div>안그래도 아들이 집 떠나 발령받은게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으셨을 아버지가<br>그 광경을 보고 말씀하시기를,<br></div> <div>"대전이 생각했던 것보다 시골이구나. 쿨럭~"</div> <div> </div> <div>하여간 사무실에 근무하게 되었는데 당시만해도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이 공공기관은 한가하던 시절<br>월급은 조금 마음에 안들었지만, 야근에 시들어가던 친구들을 생각해 보니<br>업무강도 대비 보수는 괜찮은 것으로 판단되어 일단 일년은 다녀보기로 맘을 먹음</div> <div> </div> <div>문제는 관사 생활이었는데~<br>애초에 트렁크에 이불 한 채만 가져오라는 것은 관사가 제공되었기 때문임<br>다만 문제는 관사는 낡을대로 낡은 아파트인데 당시 대전지사가 타연고지 직원이 넘쳐서 <br>미혼남자 5명이 살고 있었다는 것<br>저녁식사는 없고 오직 저녁 술만이 존재했으며,<br>먹다보면 멀쩡히 대전에 집 있는 유부남도 합류하고 청주지사 직원인데 대전이 집인 직원 등도 합류해서<br>마지막 차는 관사에 남자 7~8명이 득시글거렸음</div> <div> </div> <div>이 관사의 보스는 당시 고참 대리, 나이로는 차장급인 분이었는데 카리스마가 대단했음<br>카리스마가 대단했다고 해서 꼰대질이나 예의없고 거친 편은 아니었지만,<br>조용한 여자 부장님을 대신해서 부장이 해야할 일부 역할을 대신할만큼 그런 양반이었음<br> </div> <div>이런 분이 돈을 빌려달라하니 나이어린 신입직원은 암 생각없이 별 생각없이 빌려드림<br>이런 분이, 더구나 공공기관 근무하는데 돈을 떼먹을거라는 생각은 해보지도 않음(어렸던 시절~)<br>100만원이라 그리 큰 돈이라고 생각도 안되어 별고민도 안했음 <br>그리고 나중에 70만원 더 빌려달라고 해서 그도 더 빌려드림</div> <div> </div> <div>아주아주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이 분은 주변에 사람이란 사람에게는 돈을 죄다 빌려서<br>매우 어려운 상황이었고, 결국은 이게 문제가 되어 사내에서 징계도 당함<br>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그 용처가 주로 유흥비였던 모양인데 <br>그래서 직원들의 돈 갚으라는 개인적 압박도 심했다고 함</div> <div> </div> <div>하지만 나야 첨에 직장 들어와 일 가르쳐주고 밥하고 술 사주고,<br>일상생활도 같이 했던 선배한테 돈 갚으라고 하기가 쉽지 않았음<br>꿈질꿈질하다가 결국 어렵게 이야기해서 100만원은 받고 70만원은 결국 못받음<br>왜 친한 사이일수록 돈을 빌려주면 안되는지, 서서 빌려준 돈을 왜 엎드려 받게 된다는 건지 배우게 됨<br>여기까지 돈 떼먹히고 사회생활을 겪어보고서야 배운 고구마 이야기</div> <div> </div> <div><br>[2. 100m 연애이야기] </div> <div> </div> <div>이후 순환보직에 따라 3년 조금 안되는 대전생활을 마치고 본사로 발령받음<br>독거노인 생활은 대전이나 서울이나 변함이 없었지만 크게 결혼할 생각도 없었던 터라 <br>나름 잘 살고 있었음</div> <div> </div> <div>그러다가 소개팅을 하게 되었는데, 친여동생의 친구의 친구였음<br>쉽게 말해서 평소에 나와 알던 동생의 친구 하나가<br>나와 내 여동생은 모르는 자기 친구를 소개팅해주겠다고 한거임<br>큰 생각없이 나감<br>근데 맘에 듬<br>그래서 사귐</div> <div><br>내가 36살 소개팅에 슬램덩크 캐릭터가 대문짝만하게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나간 날임</div> <div>이걸 입은 나랑 사귀기로 한 거보면 나를 사랑하는게 틀림없음</div> <div> </div> <div>하여간 이런 나의 (당시) 여친은 큰 장점이 있었음<br>그것은 바로 나와 100m 거리에 (부분적으로) 혼자 사는 여자라는 것임<br>하나만 있어도 개꿀인 장점이 두 개나 있었음</div> <div> </div> <div>내가 그 아파트에서 유치원 때부터 살기 시작했던 것처럼<br>여친도 그 아파트에서 초등, 아니 국민학생 시절부터 살아온 것임</div> <div><br>나는 그 초등학교의 1회 졸업생이고, 내 여동생, 소개팅 동생, 여친은 모두 2회 졸업생인 것이며,<br>나는 2차 단지 15동에 살았고, 와이프는 1차 단지 11동에 살았는데,<br>내 방과 와이프 방을 직선으로 그으면 100m가 안됨<br> </div> <div>그러니 지난 30년 동안 이 동네 치킨집, 비디오 대여점, 카페, 술집 등 곳곳에서 <br>최소한 십 수번은 만나거나 지나쳤을 것임</div> <div>아마도 난 국민학교 6학년 때 국민학교 5학년인 우리 와이프와 짧은 대화를 해본 적이 있을지도 모름<br>그렇게 30년 동안 못보더니 어느 날 여친이 되고, 어느 날 와이프가 되었음<br>참 세상 좁음</div> <div> </div> <div>가까이 사는 여자랑 연애하는 장점도 썰을 풀고 싶은 점이 많지만<br>지금까지도 글이 길어지고 있으므로 100m 연애 얘기는 일단 여기까지 끝</div> <div> </div> <div><br>[3. 은혜갚은 회사원 이야기] </div> <div> </div> <div>그로부터 시간이 지나 여친이 와이프로 진화하는 시점이 옴<br>이 진화를 위해서는 상견례 이전에 여친 부모님께 인사드리러 가는 과정을 보통 거치게 됨<br>여친을 태우고 여친의 부모님이 계시는 춘천으로 출발함 </div> <div> </div> <div>그런데 여름철이란 점, 그리고 다른 곳도 아닌 춘천이란 점을 간과했음<br>가평까지의 주차장과 다름없는 코스를 비롯해서 서울부터 5시간반 걸림!<br>점심 약속은 점저 약속이 되고, 배고픈 여친 아버님은 1 컵라면 하고 기다리심<br>사람이 1시간 늦고, 2시간 늦을 때나 조바심이 나는거지<br>4시간쯤 되면 급X을 이미 쏟아놓은 사람처럼 초연해짐</div> <div> </div> <div>하여간 늦게 찾아뵌 여친 아버님은 젠틀하게 대해주심<br>처음 소개팅 때부터 알던 거긴 했는데 여친 아버님은 춘천에 있는 학교 교수님이셨음<br>그래서 서울에는 아버님과 어머님이 가끔 왔다갔다 하시는 정도기에<br>여친이 부분적으로 혼자 사는 여자였던 것임</div> <div> </div> <div>교수님이셨던 아버님은 내가 다녀간 바로 다음날 제자를 하나 부르셨다 함<br>그 제자는 바로 두둥~<br>내게 돈 170만원을 빌렸다가 100만원만 갚은 그 분이었음!<br>세상 좁지요?</div> <div> </div> <div>이 분은 당시 우리 회사를 퇴사 후 관련된 분야의 다른 민간기관으로 자리를 옮겨<br>강원도지부 사무국장을 하고 있었음<br>또한 아버님의 교수되신 후 1회 졸업생이었음<br>그러니 같은 회사에 다녔다는 나에 대해 물어보시고자 이 분을 부른거임<br>같은 관사까지 썼는지는 알고 부르신건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div> <div> </div> <div>어쨌든 이 분은 나에 대해 '볼수록 쓸만한 진국일 것'이라고 해주셨고,<br>그게 모든 이유는 아니겠지만 이후 결혼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됨<br>가끔 내가 그 돈 70만원 더 받겠다고 얼굴 붉힐 일을 만들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해 보기도 했음</div> <div> </div> <div>언제나 젠틀하고 배울 점 많은 진정 어른이셨던 장인어른은 안타깝게도 2015년 암으로 돌아가셨고,<br>전 회사직원분은 1회 졸업생을 대표해 제자들 연락도 취해주고,<br>장지까지 이동하는 차편을 제공해주는 등 각종 편의를 알아봐주셨음<br>이후에도 장모님 적적하실까봐 가끔 찾아뵙고 식사도 모셨다 함<br>이상 은혜갚은 전 회사선배 이야기 끝.</div> <div><br>1줄 정리: 연애는 가까이 사는 여자랑!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