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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bestofbest_261035
    작성자 : 사과마루
    추천 : 162
    조회수 : 23195
    IP : 222.114.***.175
    댓글 : 39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16/08/11 23:04:04
    원글작성시간 : 2016/08/11 11:06:48
    http://todayhumor.com/?bestofbest_261035 모바일
    남아있던 여자친구 물건 불태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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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방청소를 하다 문득 전여자친구 물건을 담아놓은 박스를 열어봤습니다<br>그네가 저희 집에서 입던 레깅스, 양말, 담요 같은 게 있었습니다<br>제가 끼던 커플링도 있고 같이 가서 그네가 만든 도자기잔도 있었습니다<br><br>뭔가 이제는 정리를 할 때라고 생각됐습니다<br>일 년 가까이 제 방에, 언제나 그 자리에 놓여 있던 박스를, 치워야 할 것 같았습니다<br><br>곧바로 옥상에 나가 불을 붙였습니다<br>이상하게 한참을 타더군요...<br>다 탈 때까지 지켜보고 들어가려는데 불은 안 꺼지고 뒤에서 햇살은 미친듯이 내리쬐고...<br>참다참다 옆얼굴에 땀방울이 주르륵 흐르기 시작할 때 들어왔습니다<br>한 15분은 서 있었던 것 같은데 무엇이 그리 오래 타는지...<br>마치 제 마음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br>더 이상 탈 것도 없는데 자꾸만 타오르는 불꽃이, 이제 사귈 여지가 없는데 헛된 망상을 하는 제 미련처럼 보였습니다<br>그래서 더 지켜보기 힘들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br><br>방에 들어와 태울 수 없는 도자기잔이나 그네가 만들어준 커플팔찌 같은 것들은 모두 쓰레기통에 넣었습니다<br>그 동안 왜 내버려두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br>헤어진 직후에는 그네의 집에 보내주려고 했었는데 그네가 그럴 필요가 없다고 하더군요<br>그렇다고 헤어진지 얼마 되지 않아 불태우거나 버리는 건 잔인한 짓 같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br>실은 아무 것도 아닌 物에 저 혼자 감정이입을 한 것이지요<br>드라마 정도전을 다시 보고 있는데 정도전이 돌탑 쌓는 처녀에게 그러더군요<br>"그저 돌멩이일 뿐이다!"<br>이제 그것들은 저에게 단순한 물건이 되었고, 그래서 태워버릴 수 있었습니다<br><br>그네와 언제 헤어졌나 일기를 들추어봤습니다<br>1년 하고도 사흘이 지났더군요<br>1년 동안 저는 무엇을 했나 생각했습니다<br>학창시절에는 끊임없다시피 연애를 했던 저지만 지난 1년간 여자를 사귀지 않았습니다<br>않은 것인지 못한 것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네요<br>그 동안 일기를 보니 열심히 취미생활하고 중간에 교통사고로 입원도 한 번 하고 그랬더군요<br><br>어떻게든 시간은 흐르나 봅니다<br>아직도 아무 미련이 없다고는 말 못하겠습니다<br>하지만 꺼지지 않을 것처럼 지겹게 타오르던 불꽃도 언젠가는 사그라들기 마련이니까요<br>이것이 남은 미련을 지워가는 하나의 큰 걸음이었다고 생각하렵니다<br>무더운 여름날에 불이나 지르고, 먹먹한 가슴으로 글을 남겨 봅니다<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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