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style="text-align:left;"><br></div>박상영 선수가 드라마틱한 결승전 경기 끝에 금메달을 따면서 펜싱에 다시금 흥미를 가지시는 분들이 많을 텐데요.<br><br>펜싱의 종목별 차이, 왜 종목이 3개로 갈라지게 되었는지를 알면 관람에 좀 도움이 될까 해서 얕은 지식을 풀어 봅니다.<br>아직 단체전도 남아 있고 오늘 당장 여자 플뢰레, 남자 사브르 개인전도 있으니까요.<br><br>펜싱의 기원, 아니 검술의 기원은 당연히 석기시대 돌칼까지 거슬러 올라가겠지만 펜싱이라는 스포츠의 직계 조상은 16~17세기의 레이피어 검술입니다.<br><br><div style="text-align:left;"><img width="785" height="443" src="https://www.medieval-weaponry.co.uk/acatalog/S5779-920-1.jpg" alt="https://www.medieval-weaponry.co.uk/acatalog/S5779-920-1.jpg" style="border:medium none;" class="chimg_photo"></div><br><br>이렇게 생긴 칼로<br><br><a target="_blank" href="https://youtu.be/lDS09DDpY14" target="_blank">https://youtu.be/lDS09DDpY14</a><br><br>이렇게 싸웠습니다.<br><br>실제 전장에서는 양손검이나 소드 앤 버클러 스타일이 쓰였습니다만, 평소에도 호신용으로 그런 무기를 차고 다닐수는 없으니 보시는 바와 같이 찌르기에 최적화 된 칼을 차고 다녔고, 그런 칼에 최적화 된 검술이 유행했습니다.<br><br>그러다가 18세기로 넘어오면서... 신사 복식에는 여전히 칼이 포함되어 있지만 호신용 무기의 지위는 권총에게 넘겨주게 됩니다.<br>즉, 칼이 장식용이 된 셈이죠.<br><div style="text-align:left;"><img width="756" height="427" src="http://www.coldsteel-uk.com/store/small-sword-88sms-full-1.jpg" alt="http://www.coldsteel-uk.com/store/small-sword-88sms-full-1.jpg" style="border:medium none;" class="chimg_photo"></div><br><br>그게 위의 사진의 스몰 소드입니다.<br><br>그런데... 권총이란 물건이 아무나 사서 차고 다닐 수 있을만큼 값싼 물건도 아니었거니와, 18세기면 근대국가가 태동하던 시기... 즉, 경찰력 역시 태동하던 시기라 권총이라든가, 위의 레이피어 같은 본격적인 살상무기를 차고 다니는 것에 슬슬 제한이 걸리기 시작했죠.<br>그래서 신사 복식에 딸린 장식용 칼을 어떻게든 잘 써먹어보자는 검술이 발달하기 시작합니다.<br>현대적 펜싱이 시작된 거죠.<br><br><div style="text-align:left;"><img width="800" height="327" src="https://irishfencing.net/wp-content/uploads/2013/08/targetareas.png" alt="https://irishfencing.net/wp-content/uploads/2013/08/targetareas.png" style="border:medium none;" class="chimg_photo"></div><br>여기서 펜싱의 종목이 갈라지기 시작하는데요.<br><br>우선, 가운데의 플뢰레.<br>플뢰레는 간단히 말해 스몰 소드 수련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진검 검술과 검도와의 관계와 같다고나 할까요.<br>수련 중에 다치면 안되니까 가능한 한 칼을 낭창낭창하게 휘도록 만들었습니다. 몸에 방어구를 입고요.<br>플뢰레에서 몸통만 공격 가능하게 한 이유도 당시 방어구를 만드는 기술이 몸통 정도에 제한되었기 때문입니다.<br>칼이 낭창하다 보니 마치 채찍 같이 휘어찌르는 기술도 발달했습니다.<br>어떤 의미에서 보면 에페보다 실전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비록 수련이긴 하지만 상대를 살상하는 방법을 가르쳤기 때문이지요.<br>그래서 동시타라는 개념이 없습니다. 찔리면 사망하는 거니까요.<br><br>다음, 왼쪽의 에페.<br>에페는 스몰소드를 사용한 결투 문화에서 유래되었습니다. 그 시절 결투 그러면 당연히 나 살고 너 죽자... 그러니까 둘 중 하나가 죽어야 끝나는 거였습니다.<br>그런데 가벼운 칼로 서로 몸통을 찌르다 보니 피하기도 힘들고, 그러다 보니 오늘 에페 경기에서도 보듯이 서로 동시에 찔러 둘 다 죽는 사태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납니다.<br>국가에서 그런 일을 가만 놔둘 수는 없고 하니 결투의 룰이 바뀝니다.<br>이른바 First Blood라는 건데... 상대의 어디를 상처 입히든 먼저 피를 보게 만들면 이기는 규칙입니다. (먼저 코피내면 이기는거랑 비슷하죠?)<br>그 결과 결투용 검술은 공격하기 부담스러운 몸통보다는 팔이나 다리를 공격하는 방향으로 발전합니다.<br>그래서 에페는 전신이 공격범위가 됩니다.<br>결투 자체도 살상 목적은 없는 스포츠화가 되면서 동시타라는 개념도 들어옵니다.<br>이 동시타라는 개념 때문에 초반 점수가 앞서게 되면 이른바 '니가 와' 전법이 나옵니다. 상대 공격을 잘 보고 서로 맞찔러도 결국 이기니까요.<br>그러다 보니 에페가 가장 정적으로 보이는 편이죠.<br>오늘 박상영 선수 같이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서는 케이스는 상당히 드문 스타일입니다.<br><br>마지막으로, 사브르<br>사브르는 군용 마상 검술에서 유래했습니다. 나라에 따라서는 20세기까지 사브르를 사용했는데 (반자이 돌격 다들 아시죠?) 이미 전장의 대세는 화기로 넘어왔고, 칼을 사용한 근접전은 제한적인 상황에서나 이뤄졌습니다.<br>그래서 군대에서는 굳이 검술을 깊이 있게 가르칠 이유가 없었고, 따라서 굉장히 간략화한 검술만을 보급하게 됩니다.<br>이런 간략화한 검술에 기반해서 사브르를 사용한 결투가 생겨났는데 이게 현재 사브르 종목으로 변화합니다.<br>말에 탄 채로 적을 죽이기 위한 검술에서 시작했으므로 당연히 한방에 치명타를 먹일 수 있는 상체 전체가 공격범위가 됩니다.<br>잘 모르는 사람이 봐도 사브르가 제일 화끈해 보이는데, 그 이유는 룰 자체가 과감한 공격을 해야만 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br><br>우선권이라는 개념이 있는데요.<br><br>예를 들어 A 선수와 B 선수가 서로 겨룹니다.<br>1. A 선수가 공격해 들어가면서 페인트 모션으로 오른쪽 어깨를 노리는 척 합니다.<br>2. B 선수가 0.15초 (경기를 좀 관람하신 분들은 국가대표급 펜싱 선수들의 반응속도를 목도하셨을 겁니다.) 만에 반응해서 A 선수의 가슴을 찌릅니다.<br>3. A 선수가 1의 상황후 0.2초만에 B 선수의 가슴을 찌릅니다.<br><br>이런 상황에서 종목별로 판정이 달라집니다.<br>에페의 경우는 그냥 동시타가 됩니다.<br>플뢰레의 경우는 먼저 공격한 A선수의 우선권이 0.3초간 인정되므로 A선수의 포인트가 올라갑니다.<br>사브르의 경우는 먼저 공격한 A선수의 우선권이 0.1초간만 인정되므로 B선수의 반격이 성공한 것으로 간주, B선수의 포인트가 올라갑니다.<br><br>이런 내용을 위에 적은 종목별 유래와 겹쳐서 생각해 보면 그것대로 나름의 재미를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br><br><br>별 재미 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b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