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몇 년간 봉인했던 디아블로 3를 다시 시작했다. (<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line-height:21.6px;"><a target="_blank" href="http://todayhumor.com/?humorbest_1198880">http://todayhumor.com/?humorbest_1198880</a> 디아블로 시작하는 이야기)</span> <div>게임을 싫어하는 아니 게임 하는 남자 사람을 싫어하는 와이프가 내게 게임을 허락하게 된 이유는 매주 월, 화 방송하는 '치즈 인 더 트랩' 이라는</div> <div>드라마, 정확히 말하면 그 드라마에 등장하는 유정 선배님 덕분이다. </div> <div>우리 부부가 안 자고 버티려는 삼삼이를 간신히 10시 정도에 재우고 나면 나는 맥주를 한 잔 마시거나 책을 읽는 편이고, 와이프는 책을 읽거나 </div> <div>인터넷을 하는 편이었다.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여가에 게임을 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치인트라는 드라마가 방영하기 시작한 뒤 우리 부부의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삶이 조금은 바뀌기 시작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내가 와이프와 연애를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이렇게 무언가에 집중하는 것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 '그동안 현실감이 없다. 항상 출생의 비밀과 </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재벌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이야기라서 상투적이다' 등의 이야기를 하며 드라마에 큰 관심이 없었는데, 내가 봤을 때 전혀 현실성이라고는 제로(남녀가 어떻게 수업받을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때 같은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자리에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앉어.. 대학생활 6년 동안 반경 3미터에 여자가 있던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그런 말도 안 되는..) 에 가까운 치인트라는 드라마에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와이프가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렇게 몰입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 집중하는 시선</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의 대상은 당연히 유정 선배(박해진 님)이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와이프는 드라마를 보면서 유정 선배를 찬양하는 말을 아끼지 않을 때 나는 옆에서 치인트라는 드라마와 등장인물을 폄하하기 시작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절대 질투심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다. 현실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캐릭터들을 질투하다니 내가 애도 아니고 후훗...)</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유정 선배란 사람 말이야. 성격에 약간 문제가 있잖아. 저런 사람이 결혼하면 와이프를 혁대로 때린다. 아니면 촛농으로.."</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런데 이 드라마 여주인공 싸이 안 닮았냐? 대디 참 좋아하게 생겼네.. 어.. 그러고 보니 은교네? 은교 공부 열심히 해서 대학 가더니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염색도 하고..."</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우리 와이프가 유정 선배를 참 좋아하긴 좋아하나 보네. 마트에서 계란도 이제 '유정'란을 사오고.."</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물론 나는 드라마에 푹 빠져 있는 와이프 옆에서 깝죽대다 처절하게 응징당한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내가 11시 이후 완벽한 자유시간을 갖게 된 계기는 드라마에서 술에 취한 유정과 홍설이 키스를 나누는 장면 덕분이었다. 와이프는 자기가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키스하는 것도 아닌데 얼굴이 붉어지고 부끄러워하는 표정을 지으며 소파에 앉아 "어떡해.. 어떡해.." 하며 다리를 동동거리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본 나는</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저 매너 없는 놈.. 어떻게 술에 취해서 키스 해. 술 냄새 지독 할 건데.. 저 자식 저거저거 키스하려고 수작 부리는거네...."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키스보다 여자와 술 마신다는 것이 너무 부러웠다. 여자와 술을 마셔본 게 도대체 언제인지.. 이명박 정권 때 한 번 마셔본 거 같기도 하고..</div> <div>싸이와 닮긴 했지만 그래도 귀여운 후배 여자랑 술 마시는 유정이라는 놈이 부러웠다.</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좀.. 조용히 해! 드라마 좀 보자! 내가 오빠 책 읽을 때 심부름시키면 싫어하지? 나도 똑같아 지금.."</div> <div><br></div> <div>"우리 부인이 달달한 키스하고 싶어서 그러는구나!" 하면서 내게는 탐스럽지만 타인에게는 탐탁지 않게 보이는 두툼한 주둥이를 쭉 내밀었다.</div> <div><br></div> <div>"오빠.. 제발 닭똥집 좀 치워."</div> <div><br></div> <div>"아! 나도 유정 선배처럼 소주로 입 한 번 헹구고 올까?"</div> <div><br></div> <div>"오빠 미안하지만 잠깐만 밖에 나가 줄래? 어디든 한 시간만 나갔다 와!"</div> <div><br></div> <div>"어디든 한 시간만 나갔다 와!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어디든 한 시간만 나갔다 와!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어디든 한 시간만 나갔다 와!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어디든 한 시간만 나갔다 와!"</span></div> <div><br></div> <div>지난 몇 주간 소중한 자유시간을 얻기 위한 나의 노력이 드디어 결실을 보는 순간이었다. 나는 치인트 2회차 때 와이프가 이 드라마에 심상치</div> <div>않은 반응을 보인 것을 파악한 뒤 치밀한 카이저 소제가 되기로 했다. 목표는 적어도 월요일과 화요일에는 피시방에서 디아블로 3 새로운 </div> <div>시즌이라는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것을 해보는 것이었다. 그리고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기다렸던 사라마구의 신작을 읽기를 포기하면서 나는 와이프와 치인트를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함께 보며 와이프의 짜증을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유발했고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드디어 와이프는 내게 자유시간을 허락했다. 물론 그 몇 주의 시간 동안 나는 오글거림을 참아냈고, 드라마의 등장 인물들과 외모로 비교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당하는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수모를 겪었지만 고통의 결과는 너무나 달콤했다. 2016년 최초의 고진감래의 시간이었다.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치인트 드라마가 전원일기만큼 장수하는 드라마가 되었으면 좋겠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유정선배는 대학 졸업하고 직장생활 잘하시고 은퇴 후 귀농해서 양촌리 유회장이 되고 홍설양은 유회장과 결혼해서 훗날 도시락 사업으로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성공하는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할머니가 될 때까지 드라마가 계속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아들 한 명은 국제전화 CF 찍고.. 둘째 아들은 찍지 마 시발...</span></div> <div><br></div> <div>나의 아주 소박한 바람이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