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안녕하세요 고객님.</div> <div>오늘 제가 소개해 드릴 제품은요...바로!</div> <div>ㅇㅇ사의 마스코트! 다이아몬드 쏘우입니다!</div> <div><br></div> <div>아, 마스코트가 아니라 간판제품이었죠 참.</div> <div>죄송합니다. 제가 중졸이라서...</div> <div><br></div> <div>어쨌든 고객님. 이 제품을 보세요.</div> <div>무려 10년! 10년 동안 줄톱의 정상! Top of Top! 그게 바로 이 제품입니다. 줄톱인데다가 이렇게 접히기도 해서 수납도 간편하고, 이렇게...길이도 조절 가능합니다. 거기다가 이런 편의성에 확실한 성능까지! 정말 완벽한 제품이에요. 아까 이거 보셨죠? 자, 이 단면을 보십시오!</div> <div><br></div> <div>나무도 뚝딱! 쇠도 뚝딱! 문고리는 10초! 번호식 자물쇠도 3초만에!</div> <div>이건 비밀인데...너무 성능이 좋아서 범죄자들한테도 인기가 좋아요. 그 정도라니까요?</div> <div>범죄자들이 도구는 좋은거 쓰는거 아시죠? 이게 바로 그 물건이다 이 말이에요!</div> <div>창문에 구멍 내는데도 다이아몬드 커터를 쓰는 사람들인데, 그 사람들이 10년 동안 다이아몬드 쏘우만 쓴다니까요!</div> <div><br></div> <div>대단한 제품 아닙니까? 고객님이 친구같아서 드리는 말씀인데, 이거 하나 가지고 있으면 정말 편합니다. 봐요, 여기 줄톱 부분. 이 부분은 교환도 되거든요. 물론 인공다이아몬드와 합금을 이용해 만든 거라 잘 상하진 않지만, 그래도 필요할 때 싸게 교환해서 재활용 할 수 있다니까요? 대단하지 않아요?</div> <div><br></div> <div>음? 어딜 보세요?</div> <div>아, 제 손이요?</div> <div>검은 장갑 끼고 있어서 신기하신가보네.</div> <div><br></div> <div>하긴 날씨가 이렇게 더운데 장갑은 좀 이상할지도 모르겠네요.</div> <div>신경쓰지 마요. 그게 중요한 건 아니잖아요?</div> <div><br></div> <div>..흠.</div> <div>아. 계속 신경 쓰이시나본데...</div> <div><br></div> <div>제품 설명은...뭐. 잠깐 제쳐둘까요? 아직 시간 여유도 있고.</div> <div><br></div> <div>고객님?</div> <div>고객님이 제 친구같아서 하는 말인데요.</div> <div>저한테 아주 친한 친구가 있거든요.</div> <div>왜 갑자기 친구 얘기를 하냐는 눈초리시네요.</div> <div>에이, 그렇게 보지 마요.</div> <div>재미있을겁니다.</div> <div><br></div> <div>제 친구가 고 1때 일이에요.</div> <div>제 친구는 왕따였어요. 학교에서 친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죠. 단 한 사람도요. 심지어 얘기를 나누는 사람도 없었고, 괴롭히는 사람...무시하는 사람들로 가득했죠.</div> <div>그런데 어느날 제 친구를 괴롭히는 애 중 한 명이 이 톱을 샀거든요.</div> <div>근데 한창 만화가 유행할 때라...아, 혹시 알아요? 칼 들고 악당을 물리치는 만화인데.</div> <div>뭐 저는 안봐서 모르겠지만 그 만화 주인공이 쓰는 기술 중에 '천지파멸참' 이란 게 있었나봐요.</div> <div>그 녀석이 이 다이아몬드 쏘우로 그걸 시험해 본거에요.</div> <div><br></div> <div>뭐에다가 했더라...아. 사과라고 했던가?</div> <div>집에서 그걸 또 멋지게 성공한 것 같더라구요.</div> <div>제가 아까 보여드렸다시피 이 톱은 정말 대단하거든요. 사과 정도야 뭐...껌이죠.</div> <div><br></div> <div>그 녀석은 사과를 베는데 성공하고 자신감에 차서 다음날 학교에서 그걸 애들 앞에서 보여주려고 사과와 톱을 들고왔죠.</div> <div>근데 혹시 알아요? 공중에 물건 던지고 그걸 베는게 정말 어려운 거라는 거.</div> <div>집에서는 어떻게 성공했다지만 학교에서는...말 안해도 아시겠죠?</div> <div>멋지게 실패했죠.</div> <div><br></div> <div>천지파멸참!</div> <div><br></div> <div>자신감 넘치는 태도로 소리치고 팔을 휘둘렀는데 실패했네요.</div> <div>웃기지 않아요?</div> <div><br></div> <div>음? 고객님? 표정이 왜 그러세요? 안 웃겨요?</div> <div>고객님. 뒷 이야기 들으면 웃을 수 있을 것 같은데...</div> <div><br></div> <div>그러니까...그 녀석이 실패하고 난 다음에 좋은 생각이 떠올랐나봐요.</div> <div><br></div> <div>누가 잡고 있게 하자.</div> <div><br></div> <div>솔직히 객관적으로 보면 좋은 생각은 아니죠?</div> <div>그리고 주관적으로 봐도 좋은 생각은 아니었나봐요.</div> <div>주변 애들 중 단 한 명도 그걸 자원하는 사람이 없었던 걸 보면.</div> <div><br></div> <div>근데 이놈이 대가리가 이상한 쪽으로 굴러간거죠.</div> <div><br></div> <div>그 녀석에게 시켜야겠다.</div> <div><br></div> <div>이렇게 생각한거에요.</div> <div><br></div> <div>누구냐구요?</div> <div>제 친구요.</div> <div>제 친구가 사과를 잡고 있게 된거에요. 억지로.</div> <div>정말 하기 싫고 무서운데도 억지로.</div> <div><br></div> <div>그 녀석은 친구의 속도 모르고 톱을 들어올리고 소리쳤죠.</div> <div><br></div> <div>천지파멸참!</div> <div><br></div> <div>그리고 제 친구의 손가락 두 개가 잘려나갔어요.</div> <div>대단하죠? 다이아몬드 쏘우.</div> <div><br></div> <div>더 대단한 건 절단면이 깔끔하지 못한데다가 톱이 오염되어 있었는지 그만...음.</div> <div>안붙었어요. 그 손가락.</div> <div><br></div> <div>근데 그 친구의 꿈이 뭐였는지 알아요?</div> <div>피아니스트에요, 피아니스트.</div> <div>손가락 두 개가 없는데 피아노는 못치겠죠?</div> <div>그래서 결국 그 녀석은 꿈을 접을 수 밖에 없었어요.</div> <div><br></div> <div>아, 그 친구 지금 뭐하냐구요?</div> <div>돈 많이 벌어요.</div> <div>프리랜서? 같은 건데 1년에 수 억씩 벌어요.</div> <div>어? 안믿겨요? 진짠데.</div> <div><br></div> <div>근데 그렇게 돈을 벌어도 손가락은 다시 못붙이더라구요.</div> <div>그래서 그 녀석은 맨날 장갑 끼고 다녀요.</div> <div>그 뭐지...옛날에 했던 무슨놈 무슨놈...거기 나쁜 놈 나오는데, 걔처럼 손가락 모형 해놓고 장갑 끼고 다니죠. </div> <div><br></div> <div>자. </div> <div>이야기는 여기서 끝났습니다.</div> <div>궁금한 거 있어요?</div> <div><br></div> <div>아. 저걸 보시네.</div> <div>왜 그래요? 여행용 가방 처음봐요? 혹시 저 상자...아. 저거는 처음 보시겠구나.</div> <div>저게 궁금하셨으면 미리 눈짓좀 주시지. </div> <div>좀 작죠? 휴대용 냉동고에요. 기술 참 좋아졌죠?</div> <div><br></div> <div>이제 궁금한 거 또 없죠?</div> <div>이제 시작해볼까요?</div> <div>아...고객님. 이러시면 곤란합니다.</div> <div>곁눈질 하지 마세요 고객님.</div> <div>고객님 딸이랑 아내분은 미인이니까 안죽여요. 아, 뭐...죽는 게 나을 수도 있겠지만...</div> <div><br></div> <div>응? 고객님. 힘 푸세요. 눈에 힘은 왜 줘요? 힘 푸세요. 힘 풀라니까요? 힘 풀라고.</div> <div>힘 풀어. 김정효.</div> <div>눈 하나 뽑고 시작할까?</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10년 전 버릇이 그대로네. 넌 변한 게 하나도 없냐 진짜...</span></div> <div><br></div> <div>그래, 그렇게...그래요. 그렇게 눈을 감으시고요.</div> <div>어? 팔에 힘을 너무 주셨네...</div> <div>긴장되세요?</div> <div>어우, 딱딱해라.</div> <div><br></div> <div>근데 그러면 안잘릴 거 같아요?</div> <div>내가 말했잖아.</div> <div>다이아몬드 쏘우는 성능이 정말 좋다고.</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