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내 하나뿐인 남동생을 성격을 설명하자면 온순하고 착하다.</div> <div>성질이 없는 건 아닌데, 자신의 전공분야에만 성질을 부리는 편이다. </div> <div>일상생활에서는 성질이랄 것도 없이 순두부처럼 연약하고 소중한 존재로 살아가는 애다.</div> <div>그래서 기센 누나와 형들 사이에서도 트러블없이 잘 지내는 편이다.</div> <div> </div> <div>애기 때도 눕혀 놓으면 자고, 깨서도 울지도 않고 혼자 방바닥을 기어다니다가 지쳐서 잠들고 그랬다고 한다.</div> <div>좋게말하면 순한거고 나쁘게 말하면 둔감한거다.</div> <div>사람에 대한 의심도 없는 편이고 곡해해서 듣거나 하는 꼬인 성격도 아니라 수작을 부리는 편도 아니다.</div> <div>일단 말귀를 잘 못알아듣는다...</div> <div> </div> <div>초등학교때, 검은 승용차에 탄 아저씨가 막내에게 </div> <div> </div> <div>아저씨: XX초등학교 어디야?</div> <div>막내: 저기 길 내려가면 있어요~</div> <div>아저씨: 그럼 차에 타서 같이 갈 수 있어?</div> <div>막내: 네!</div> <div> </div> <div>하고 차에 탈 뻔했는데, 큰오빠가 집에 오다가 발견해서 (어쩌면) 막내동생을 못보게 되는 일은 없었다.</div> <div> </div> <div>자취를 하게 된지 한 달 정도 지났을 때 일이다.</div> <div>그 때는 우리가 집에서 밥조차도 해먹지 않았는데, 계속 말했듯 밥 할 사람도 없었고 밥솥도 없었다.</div> <div>집 앞 3분 거리에 백반집이 하나 들어 왔는데, 중년의 자매 2분이 운영하는 작은 가게였다.</div> <div>집밥과 흡사한 백반은 두 이모님의 기분에 따라 그날 그날 메뉴가 바뀌었고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았고, 맛도 괜찮았고 </div> <div>무엇보다 이모님들이 손님들에게 관심을 갖지 않아서 우리 넷은, 혹은 둘 가끔은 혼자, 종종 그 집에서 밥을 먹곤 했다.</div> <div> </div> <div>하루는 막내가 혼자 그집에서 밥을 먹게 됐는데, 손님도 없고 해서 막내랑 대화를 하게 됐다고 한다.</div> <div>(대화가 매끄럽지 않은 것은 막내의 증언을 토대로 썼기 때문입니다)</div> <div> </div> <div>이모님: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그러면 넷이 사는 거고?</div> <div>막내: 네~</div> <div>이모님: 부모님은 안 계시고? (해석: 돌아가신거니?)</div> <div>막내: 네. (해석: 따로 사세요)</div> <div>이모님; (충격) 아, 그래... 그래... 얼마나 됐어? (해석; 돌아가신지 얼마나 됐니?)</div> <div>막내: 한달 좀 지났는데.</div> <div>이모님: 얼마 안 됐네.</div> <div>막내: 근데 체감으로는 오래 된거 같기도 하고.</div> <div>이모님: 원래 그래. 나도 그랬고.</div> <div>막내: 아 그러셨어요?</div> <div>이모님: 한달 정도면 아직 눈물나고 그럴때지.</div> <div>막내: 눈물은 안 나는데... 여자들은 울고 그래요?</div> <div>이모님: 이런 일에 남자 따로고 여자 따로겠어. 다 마찬가지지. 부모 떠나는건.</div> <div>막내: 나중에 보면 되니까요.</div> <div>이모님: 많이 보고싶어?</div> <div>막내: 보고싶죠.</div> <div>이모님: 저런. 일 년 지나면 괜찮아지고, 이 년 지나면 좀 더 나아지고 그래.</div> <div> </div> <div>그렇게 대화를 마치고, 막내가 계산을 하려고하자, 이모님은 돈은 됐다고 반찬 필요하면 언제든 오라고 했다고 한다.</div> <div>가끔 우리가 지나가면 이유없이 아련하게 미소를 지어 보이시거나, </div> <div>호박 말린 거, 직접 딴 방울토마토, 식당 반찬 등을 주시곤 하셨다. </div> <div>왜 우리가 이렇게 예쁨을 받는지 그 때는 몰랐고 시간이 조금 흘러서 알게 됐다.</div> <div> </div> <div>몇 번을 신세를 져서 큰오빠가 케이크를 사가지고 간 적이 있었는데, 이 과도한 친절과 안타까운 눈빛에 대해서 알았지만</div> <div>차마 부모님께서 본가에 계시다고 말을 못하고 돌아왔다고 한다.</div> <div>나중에 작은오빠가 막내를 데리고 가서 해명을 했고, 사과를 드리고 지금은 잘 지내고 있다. (가끔 반찬을 주신다)</div> <div> </div> <div>때때로 이런 막내의 성격이나 기질이 걱정이면서도 저 친구 특유의 장점이라는 생각도 든다.</div> <div>그래도 말귀는 잘 알아들었으면 하는 소망도 있다.</div> <div>우리는 넷이고, 하나는 말귀를 잘 못 알아 듣는다. 그래도 우리는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가족이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