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고도의 정보 집약체입니다. 이렇게 쓰면 너무 어려우니 풀어서 말하면 책은 자기주장이 매우 강합니다. <div> 중요하니까 밑줄 칠께요. </div> <div><u><font size="6">"책은 자기주장이 매우 강합니다."</font></u></div> <div><br></div> <div> 여러분이 누군가에게 음식을 추천해 준다고 생각해 보세요. 자 향신료가 듬뿍 들어간 스파이시한 음식 vs 그냥 적당히 달고 기름진 음식. 어떤게 더 무난할까요? 물론 후자겠죠. 사실 후자조차도 '적당히'의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곤란할때가 많고요. 김치 세계화가 괜히 힘든게 아니죠. 그런데 책은 한권 한권이 김치에요. 그것도 가정마다 비법이 다른 김치요. </div> <div><br></div> <div> 물론 책에 대해 취향이 없는 사람에게 추천하는건 쉬워요. 취향이 없다는건, 내 취향을 그대로 추천해도 괜찮다는 말이거든요. 문제는 이미 취향이 있고, 그 취향이 갈리는 경우죠. </div> <div> </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 "신"에 대해 이야기 하는데 만들어진 신이나 황금가지를 읽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신들의 사회나 베르베르 베르나르의 '신'을 읽는 사람이 있는 법이죠.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 문제는 상대방에게 그럼 무슨 책을 읽으세요? 라고 물을 때도 발생합니다.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 '아 저는 셜록 홈즈를 좋아해요.' 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럼 아 적당한 추리소설을 주면 되겠구나! 라고 생각하기 십상이죠. 좋은 발상이고 상대는 이렇게나 날 생각해 주다니 하고 기뻐할 거에요. 정말일까요? </span></div> <div> </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 코난 도일이 아니라 엘러리 퀸과 같이 작품내 탐정은 독자와 모든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고 믿는 작풍의 소설이라면 셜록의 팬 입장에서는 머리아플 수도 있겠죠. 물론 거꾸로 이게 진짜지 하면서 도전할 가능성도 있지만요.</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 에드거 엘런 포의 몇몇 작품은 추리소설 보다는 미스터리 스릴러에 가깝고 이러한 풀리지 않고 명쾌한 답이 없는 소설은 싫어 라고 외칠 가능성도 있겠죠.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 히가시노 게이고의 몇몇 소설은 여심을 잘 살리고 감정선의 표현이 잘 되있지만 트릭 자체가 기발하거나 치밀하지 못한 경우가 많아 맞지 않을 가능성이 있죠.</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 심지어 그 책이 받아들여지냐 아니냐 이전에 그렇게나 추리소설을 좋아한다면 엘러리 퀸이나 에드거 엘런 포 같은 유명한 고전이나 히가시노 게이고 같은 베스트 셀러는 이미 읽었을 가능성이 있죠.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 책 선물이 이렇게나 어렵습니다.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 너무 힘들고 어려우며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 선물은 좋은 겁니다. </span></div> <div> 하지만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선물하기 위한 책을 추천해 달라고 하시는 분들 때문에 그래요.</div> <div><br></div> <div> 서두에 썻듯이 책은 자기주장이 강한 녀석들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책을 선물하는건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선물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남들이 좋다고 하는 책을 주지 말고 자신이 좋다고 생각하는 책을 주세요. 자신이 이 책을 왜 좋아하는지 설명할 수 있다면, 책은 대화의 계기가 되고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그 때문에 거리를 좁힐 수 있는 좋은 선물이 될 거에요. </div> <div><br></div> <div> 그러니 여러분, 책을 좋아하세요. 그리고 그 좋아함을 선물하세요. 그게 아니라면, 책 선물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원론만 이야기하게 될 테니까요.</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