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친구에게 들은 이야기.</div> <div> </div> <div>친구는 2층짜리 단독주택에 살고 있다.</div> <div>친구의 아버님은 젊은시절 그 집 하나를 얻기위해 밤잠을 줄여가면서까지 일하셨다고 한다.</div> <div> </div> <div>그리고 친구가 너댓살쯤 됐을 무렵 그 집을 장만했고</div> <div>그 기쁨에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진 듯 기뻣다고 했더랬다.</div> <div>(라고 친구가 아버지께 전해들은 것을 전해 들었다.)</div> <div> </div> <div>그리고 얼마 뒤부터 이상했다.</div> <div>어린 내 친구가 시름시름 앓고</div> <div>친구 어머님은 자꾸 환청을 들었다.</div> <div>물건 달그닥거리는 소리나</div> <div>장판에 맨발 자박자박 하는 소리.</div> <div>웅웅거리는 사람의 음성.</div> <div> </div> <div>하지만 평생 살면서 귀신한번 본적 없는</div> <div>세상에 귀신따위 없다고</div> <div>만약 있어도 그딴 것 보다 내가 더 쎄다! 하시던 친구 아버님은</div> <div>별다른 이상을 느끼지 못하셨다고 했다.</div> <div> </div> <div>그러던 어느 날</div> <div>자다 깨서 물을 마시러 나온 친구아버님의 눈앞에</div> <div>웬 아가씨가 서있었더란다.</div> <div> </div> <div>인상착의는 생각이 안나시는데</div> <div>그냥 '아가씨'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고 한다.</div> <div>그리고 그 아가씨가 사람이 아니라는 것 또한 느꼈다고 한다.</div> <div> </div> <div>처음엔 온 몸을 감싸는 한기와 소름에 얼어붙었던 아버님이</div> <div>승자의 미소인듯 빙그레 웃는 아가씨의 얼굴을 보고 급 빡치셨다고 했다.</div> <div> </div> <div>이 집을 얻기위해 그간 고생한 일들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치고</div> <div>한 장면 한 장면</div> <div>한 경험 한 경험 상기할 때 마다</div> <div> </div> <div>여긴 내 집이다</div> <div>내 집에 이상한게 나타나면</div> <div>내가 쫓아내야지</div> <div>내가 이 집을 사기까지 얼마나 고생했는데!</div> <div> </div> <div>내 아들</div> <div>내 마누라</div> <div>건드린게 니년이냐!!</div> <div> </div> <div>점점 더 빡치던 아버님은</div> <div> </div> <div>가까이 다가온 아가씨의 죽빵을 날려버리셨다고 한다.</div> <div>맞췄는지 못맞췄는지에 대한 기억은 없고</div> <div>그냥 그 뒤 깨어보니 아침이었다고.</div> <div> </div> <div>부엌 바닥에 엎드려 자고계셨는데</div> <div>친구 아버님은 묘하게 개운한 기분이 들었다고.</div> <div> </div> <div>그 이후 시름시름 앓던 친구 역시 멀쩡해지고</div> <div>환청역시 들리는 일이 없었다고 한다.</div> <div> </div> <div> </div> <div>요즘도 술만 마시면 친구 아버지는 친구에게 내가 귀신도 쫓아낸 위인이라며 일장연설을 하신다고 한다.</div> <div>음...</div> <div>부성애... 였을까, 가장으로서의... 책임감... 이었을까?</div> <div> </div> <div>여튼...</div> <div>친구에게서 항상 같은 레파토리라 지겹다는 푸념을 들으며</div> <div>인간의 의지는 참 강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