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style="text-align:left;"><br></div> <div style="text-align:left;"><br></div> <div style="text-align:left;">제목 그대로 올해 시험친 3수생입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br></div> <div style="text-align:left;">고3부터 지금까지.. 체감 시간은 별로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제가 벌써 3수였네요</div> <div style="text-align:left;"><br></div> <div style="text-align:left;">점수가 잘 나와서 자랑하고 싶은데, 차마 친구들한테는 못하겠고..그래도 칭찬은 받고 싶어서 이렇게 올립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br></div> <div style="text-align:left;">하고 싶은 말도 있고요</div> <div style="text-align:left;"><br></div> <div style="text-align:left;">조금 길고 장황한 썰을 풀어놓을까 하니, 보실분들만 봐주세요</div> <div style="text-align:left;"><br></div> <div style="text-align:left;"><br></div> <div style="text-align:left;"><br></div> <div style="text-align:left;"><br></div> <div style="text-align:left;"><br></div> <div style="text-align:left;">2013년 433557 (이때는 3과목일 때여서 근현대사 국사 법과 사회)</div> <div style="text-align:left;">2014년 33365 (이때는 교육과정이 바뀌어 한국사 법과 정치)</div> <div style="text-align:left;"><br></div> <div style="text-align:left;">작년까지의 제 성적은, 딱 봐도 적당히 공부한게 티가 나는, 부끄러운 성적이었습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br></div>실제로 제 자신이 다시 돌아보아도 그다지 열심히 하지 않았었고요 <div><br></div> <div>재수를 끝내고 성적표를 보는데, 비용을 대주신 부모님께 차마 고개를 들 수가 없었습니다</div> <div><br></div> <div>부모님은 그냥 점수나온대로 대학에 가라고 저에게 말씀하셨지만</div> <div><br></div> <div>그놈의 자존심이 뭔지 저는 3수를 하겠다고 떼를 썼고, 기숙학원에 들어가겠다는 조건하에 3수를 허락받을 수 있었습니다</div> <div><br></div> <div>도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무슨 자격으로 저런 말을 했는지 스스로도 참 철이 없었지 싶어요</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말을 저렇게 했지만, 막상 학원에 가면서도 저는 불안했습니다. </div> <div><br></div> <div>내가 일년 더한다고 과연 더 좋은 학교에 들어갈까...그만큼 노력은 할 수 있을까</div> <div><br></div> <div>하지만 저도 최소한의 양심은 있었던 모양인지 이내 마음을 다잡고 살면서 해본적 없을 정도로 열심히 공부했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기숙학원이라고 하지만 흔히들 알고 있는 대형 기숙학원이 아닌, 그냥 지방에 있을 법한 소형 기숙학원이었습니다</div> <div><br></div> <div>전교생이 다해서 한 100명 남짓 될까요...</div> <div><br></div> <div>부모님은 좀 더 크고 이름있는 학원에 들어가는게 어떻느냐 하셨지만</div> <div><br></div> <div>성적도 성적이고, 기숙사가 2인1실이면서 학원이 아담하며 포근한게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div> <div><br></div> <div>생각해보니 이것도 참 철없던 짓인거 같긴 한데...그래도 컨디션 관리가 참 중요하니까..ㅋ 멋대로 합리화 할래요</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학생수가 적다고는 하나, 결코 만만한 학원은 아니었습니다</div> <div><br></div> <div>생각보다 좋은 성적 나오는 아이들도 많이 있었고요</div> <div><br></div> <div>무엇보다 군필자 분들이 꽤 계셨는데 하나같이 열심히들 하셔서 저도 탄력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이런 분위기 덕분일까 4월쯤 되고, 슬슬 학원 분위기에도 익숙해 질 즈음 저는 한가지 결심을 했습니다</div> <div><br></div> <div>그래, 이왕 이렇게 된거 마음 빡세게 먹고 올해는 서울대가 가자!</div> <div><br></div> <div>내 목표는 전과목 만점, 이 이름없는 학원의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되자! 라고요ㅋㅋㅋ</div> <div><br></div> <div>혼자서만 다짐하면 또 작심삼일로 끝날 것 같아 괜히 다른 애들에게도 떠벌떠벌하고 다녔습니다</div> <div><br></div> <div>아마 그 애들 기억속의 저는 나이값 못하는 허세꾼이라고 남아있을지도 모르죠</div> <div><br></div> <div>하지만 상관없었습니다. 올해 중요한건, 내가 성공하는 것이었으니까</div> <div><br></div> <div><br></div> <div>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9개월이 지나고</div> <div><br></div> <div>어느새 저는 수능 시험장에 앉아있었습니다</div> <div><br></div> <div>3번째여서 그런지, 이번에는 그렇게 긴장이 되진 않았습니다</div> <div><br></div> <div>그냥 새삼스럽게, 아 내가 3수를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 정도일까요</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쪼꼬렛 까먹으면서 시간을 보내고</div> <div><br></div> <div>기어이 국어 시험지를 필 시간이 왔습니다</div> <div><br></div> <div>저는 문학부터 푸는데 첫 페이지를 피자마자 지문이 아차 관동별곡...</div> <div><br></div> <div>3년전부터 나온다 나온다 하면서 안나온 그 지문을 공부하는 사람들을 비웃으며 </div> <div><br></div> <div>미리 공부하지 않은 스스로를 저주하면서 한문제 한문제 풀어갔습니다</div> <div><br></div> <div>문학->비문학->화작 순서로 풀고 이제 문법을 풀 시간이 왔습니다</div> <div><br></div> <div>그런데 이게 왠걸, 시간이 5분 남았답니다</div> <div><br></div> <div>하나의 과장도 없이 손이 부들부들 떨리더군요</div> <div><br></div> <div>허겁지겁 마킹을 하고 푸는둥 찍는둥 겨우 시간을 맞췄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시험지를 내고서 밀려오는 멘붕</div> <div><br></div> <div>주위 아이들도 모두 같은 반응이었으나 저의 눈에는 들어오지 않았습니다</div> <div><br></div> <div>쉬는시간, 피지 않으려 했던 담배를 물면서 시험장을 나갈까 진지하게 고민했습니다</div> <div><br></div> <div>하지만 아직 결과도 나오지 않았고, 다른 것을 잘보면 된다고 애써 스스로를 타이르며 수학을 응시했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 뒤로 수학은 너무 쉬웠고, 영어도 너무 쉬웠고, 한국사와 법과 정치는 기존 유형과 너무 달라 당황했으며, 일어는 문법을 모르겠었습니다</div> <div><br></div> <div>하지만 그런건 전혀 상관없었습니다</div> <div><br></div> <div>제 생각은 오직 망쳤다고 생각되는 국어시험에 치중되어있었습니다</div> <div><br></div> <div>어떡하지...부모님한테 뭐라고 죄송하다고 말씀드리지...올해는 진짜 끝인데 이제 난 어쩌지..내 3년은 대체 뭐였지?</div> <div><br></div> <div>이런 생각이 내내 머리속에서 떠나질 않더군요</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어느새 시험은 끝나있었고, 저는 반쯤 죽은 표정으로 학원에 돌아와서 짐을 싸기 시작했습니다</div> <div><br></div> <div>근데 같은 방이었던 애가 같이 가채점을 해보자고 하더라고요</div> <div><br></div> <div>그때까지만 해도 국어는 70점 이상 맞으면 잘 본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다지 내키지 않았지만</div> <div><br></div> <div>어찌되었든 언젠가는 부딪혀야 될 벽이라는 생각에 채점을 해보았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런데 이게 왠걸 국어가 90점대가 나왔더군요</div> <div><br></div> <div>솔직히 처음에는 90점은 넘었지만 그래도 등급이 안나올테지..하고 포기하고 있었는데</div> <div><br></div> <div>갑자기 그 친구가 저한테 오더니</div> <div><br></div> <div>어 형 국어 90점대 맞았냐고, 지금 보니깐 국어 1등급컷 90점대 초반이라고 말하더군요</div> <div><br></div> <div>기쁜 마음으로 다른 과목도 채점을 해보니 전부 2등급은 될 성적들이 나왔습니다</div> <div><br></div> <div>무엇보다도 믿을 수 없었고, 또 다른 한편 이제는 오히려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div> <div><br></div> <div>내가 만약 마킹을 실수해서 실제로 이 점수가 나오지 않으면 어떻게 하지? 하고요</div> <div><br></div> <div>그런 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아, 불안함을 지우고 싶어 여기저기 설레발을 치며 제 마음을 다스려가다가</div> <div><br></div> <div>결국 오늘 결과가 나왔습니다</div> <div><br></div> <div><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412/1417573510wuCO25vp8mqim.jpg" width="699" height="442" alt="2015 수능 성적표.jpg" style="border:none;"></div> <div><br></div> <div>아 여러분, 제 3년은 결코 헛되지 않았습니다</div> <div><br></div> <div>저는 고3, 재수때, 그리고 3수때조차 그렇게 기대받는 학생이 아니었습니다</div> <div><br></div> <div>그냥 어디에나 있을법한 적당한 성적 나오는 중위권 학생으로</div> <div><br></div> <div>고3때 적당한 대학 갔을때 재수 한다고 했더니 선생님에게 '재수 뭣하러 하냐, 그냥 붙은 대학이나 가지'라는 말까지 들었습니다</div> <div><br></div> <div>실력도 뭣도 없었지만, 근거 없는 자존심 하나만으로 여기까지 올라올 수 있었습니다</div> <div><br></div> <div>저는 언제나 인생에 몇가지 예외를 만들고 싶었습니다</div> <div><br></div> <div>다른 사람들이 다 안된다고 할 때 그걸 이루어버리는 사람이 참 멋있다고 생각했습니다</div> <div><br></div> <div>다른 사람이 보기엔 어떨지 몰라도, 이번에 저는 그걸 이룬 것 같아 정말 스스로가 자랑스럽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조금 더 솔직히, 냉정하게 말하자면</div> <div><br></div> <div>상위권의 입장에서 보면 그냥 평범하게 잘 나온 성적이고</div> <div><br></div> <div>3수생의 성적 치고는 그다지 잘 본 것 아닌 편이라는 것, 저도 압니다 </div> <div><br></div> <div>(저보다 망치신 분들껜 죄송합니다, 하지만 여기선 꼭 이 말을 하고 싶었어요. 어디까지나 제 기준이니 신경쓰지 말아주세요)</div> <div><br></div> <div>하지만 저로써는 지금까지 본 시험들 중에서 가장 잘 맞은 시험에 속하기에</div> <div><br></div> <div>저는 이 점수에 만족합니다</div> <div><br></div> <div>수시를 아직 기다려봐야 알지만, 건국대 정도는 갈 수 있겠죠</div> <div><br></div> <div>어떤 대학을 가던 목표했던 서울대보다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이제 후회는 없습니다</div> <div><br></div> <div>나는 정말로 열심히 했으니까</div> <div><br></div> <div>이제부터는 미뤄왔던 이과 공부나, 토익, 토플, 운전면허, 여행 등 다양한 경험을 쌓아 볼 생각입니다</div> <div><br></div> <div>벌써부터 가슴이 막 설레네요</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베스트 구걸은 아니지만....아니 툭까놓고 말해서 베스트 구걸이 맞습니다</div> <div><br></div> <div>저는 이 글을 더 많은 사람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div> <div><br></div> <div>수능 망친 고3들 재수생들, 혹은 이제부터 수능을 준비하기 시작할 고2들</div> <div><br></div> <div>다양한 사람들이 이 글을 읽고 일말의 희망을 보았으면 좋겠습니다</div> <div><br></div> <div>노력은 그 노력을 한 사람을 절대 배신하지 않아요</div> <div><br></div> <div>설령 당장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아도 언젠가는 반드시 도움이 됩니다</div> <div><br></div> <div>실패 또한 인생에 있어 중요한 밑거름이 됩니다</div> <div><br></div> <div>저는 고3에서의 실패를 통해 자신의 자존심을 깨닫게 되었고</div> <div><br></div> <div>재수에서의 실패를 통해 각오를 다지는 법을</div> <div><br></div> <div>그리고 3수의 쓴맛에서 나름 공부를 하는 방법을(나름, 나름의, 나름! 아직 한참 멀었습니다)</div> <div><br></div> <div>배울 수 있었습니다</div> <div><br></div> <div>저 같은 사람도 이렇게 배웁니다. 여러분들은 더더욱 큰 가능성이 있고요</div> <div><br></div> <div>널리널리 자랑을 하고 싶구나, 하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으시겠지만 솔직히 익명 자랑글이 뭐 그리 대단한 거겠어요</div> <div><br></div> <div>저는 이런 마음이 더 큽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이 글을 쓰다보니 문득 신승범 선생님이 정신교육(아는 사람들만 안다는ㅋ)에서 하신 말씀이 기억나네요</div> <div><br></div> <div>"나는 지금까지 십수년동안 강사 생활을 해오면서, 단 한번도 지각을 한적이 없다</div> <div><br></div> <div>지각을 하긴 커녕, 언제나 수업이 시작하기 15분 전에 교실에 들어와있다</div> <div><br></div> <div>멀리살아서 일찍오는 학생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div> <div><br></div> <div>나는 지금까지 십수년간, 눈이 오나 비가오나 몸이 아프나 단 한번도 이 룰을 깨트린 적이 없다</div> <div><br></div> <div>단 한마디, 이 말을 하기 위해서</div> <div><br></div> <div>성실하게 살아라!"</div> <div><br></div> <div>저는 이런 삶의 자세를 존경합니다</div> <div><br></div> <div>자, 이제 제가 극복해야 할 것은 남들보다 늦었다, 라는 인식이네요</div> <div><br></div> <div>진짜 고3때 대학간 사람들 못지않게 열심히 살아서</div> <div><br></div> <div>한 5년 쯤 후에는 자신있게 이런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div> <div><br></div> <div>"사회에 몇년 늦게 들어가는거 아무것도 아니다. 나를 봐라!"</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일부러 시간 내서 긴 글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div> <div><br></div> <div>모두에게 좋은 결과 있길 빌게요</div> <div><br></div> <div><br></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