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r></div> <div>"좋아, 병신백일장에 참가하겠어. 어쩌면 상품을 받을지도 몰라."</div> <div><br></div> <div><br></div> <div>K씨는 오늘 꽤 들뜬 심정으로 컴퓨터 앞에 섰다. 그리고 글을 써내려갔다. 딱히 독창성이 있지도 빵 터지는 병맛미도 없는 글이었다. 사실 한 번 읽고 다시 퇴고를 해보면 알만한 일이지만, 그런걸 할 정도면 이미 은혼이나 재시청하고 있었을 터였다.</div> <div><br></div> <div>S양이 잠시 보더니 말을 걸었다.</div> <div><br></div> <div>"책게를 알리는 말을 써야해요."</div> <div>"뭐? 그딴거 알게 뭐야! 왜 내 소설에 그런 요상한게 있어야 돼?"</div> <div><br></div> <div>평소 똥을 쌀 때도 1자로 가지런히 싸는 K씨는 모처럼 쓰는 글에 이상한 이물질이 침입하는데에 한숨을 내쉬지 않을 수가 없었다. 대신 절제된 딱딱 끊긴 한숨으로 '후.후!'하고 내쉬었다. S양은 그러거나 말거나, 방금 K씨가 탁자와 딱 수평으로 맞추어 논 키보드를 사선으로 헝글어트리며 옆에 앉았다. K씨의 표정은 굳어졌지만 S양은 할 말을 계속했다.</div> <div><br></div> <div>"아무튼 규칙은 규칙이에요. 일단 책게를 홍보하는 메세지를 써야한다고요."</div> <div>"알게 뭐야! 어차피 책읽는데 시간을 쓰느라 게시글 리젠은 애게의 30분의 1정도 되는데!"</div> <div><br></div> <div>K씨는 말하면서 슬금슬금 키보드를 탁자와 수평선을 맞추도록 건들이며 말했다.</div> <div><br></div> <div>"본 행사의 취지가 책게를 알리는거니까 그렇지 않을까요?"</div> <div>"그것도 마음에 안들어. 병신백일장은 순수하게 글만이 올라오는 성스러운 전당이 되어야 한다고."</div> <div>"마지막에는 '우리는 세월호 사건을 잊지 않겠습니다.'같은 문구를 넣으라는군요."</div> <div>"으아, 젠장!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 아니, 사실 어쩌면 알고싶지 않은것일지도 몰라. 그들은 맞고 난 틀렸지만 고집부리는 것일수도."</div> <div>"의외로 자기성찰이 빠르시군요."</div> <div><br></div> <div>다시금 S양의 부축임에 키보드가 비뚤어진것을 보고 K씨는 완전히 포기했다. 정자세로 일어나 물을 정확히 컵의 3/4를 따른 뒤 코로 들이키며 말했다.</div> <div><br></div> <div>"하지만 별 상관 없어. 나중에 어떻든 난 지금 그럴 기분이 아니거든. 사실 난 책게 유저도 아니야. 구천을 떠돌아 다니는 망령이지."</div> <div>"책게에 글을 쓰는 이상 규칙을 따라야죠. 로마에선 로마 법을 따르라는 말도 있잖아요?"</div> <div>"그래... 그렇지. 규칙을 따르지 않는 자들은 이단이니까 말이야. 자네의 말이 맞군."</div> <div><br></div> <div>K씨는 이해했다는듯 남은 우유를 코로 들이부었다. 그리고 다시 글을 쓰겠다는 의지로 불타며 힘차게 연필을 발로 잡았다. 그의 발가락에서 결연한 의지가 보였다.</div> <div><br></div> <div>"그나저나 책게 홍보는 어떻게 써야하는거지?"</div> <div>"자유롭게 쓰면 되지요."</div> <div>"그러니까 그게 뭐냔 말이야!"</div> <div>"자유롭게 말이에요."</div> <div><br></div> <div>우유를 좋아하는 완벽주의자 K씨는 다시금 화가 났다. 사실 지금 생각해보기에 그는 조울증도 있는듯 싶었다.</div> <div><br></div> <div>"그럼 롤을 하면서 아군 트롤짓을 해도 자유로운 게임 플레이니까 괜찮은거냐? 무언가 법칙이 있을것 아니냐!"</div> <div>"그렇게 따지면 있지요. 첫번째로 책게의 단점이 아닌 장점을 꼽아야 해요."</div> <div>"흠. 그래. 그리고?"</div> <div>"두번째론 유쾌하고 활발하게 써야 해요."</div> <div>"그렇군."</div> <div><br></div> <div>K씨는 그제야 흡족한듯 발가락을 현란히 움직여 홍보 문구를 만들었다. 그리고 자신의 일을 하기 시작했다.</div> <div><br></div> <div>[ 책게는 멋진 곳입니다. 이 문체는 매우 유쾌하고 활발합니다. 그러합니다.]</div> <div><br></div> <div>------------------------------이상 책게 홍보글------------------------------------------</div> <div><br></div> <div><br></div> <div>오늘 아침잠을 잤다.</div> <div><br></div> <div>냉장고를 열어보니 코끼리가 있길레 우린 인사했다.</div> <div><br></div> <div>"안녕."</div> <div>"뿌우-"</div> <div><br></div> <div>터벅 걸으니</div> <div><br></div> <div>마룻바닥이 성을 냈다.</div> <div><br></div> <div>"삐약삐약!"</div> <div>"아, 미안."</div> <div><br></div> <div>하도 삐걱거리다 그만 도를 지나쳐 이제는 삐약소리가 나는듯 했다.</div> <div><br></div> <div>마룻바닥의 성을 무시한채 그대로 걸어가다 부엌을 들어갔다.</div> <div><br></div> <div>식빵과 사시미는 있었으나 한 가지 중요한게 없었다.</div> <div><br></div> <div>"이런 잼이 없군."</div> <div><br></div> <div>이대로는 잼이 없는 이야기가 된다.</div> <div><br></div> <div>다행이도 지나가던 원숭이는 그에게 자신으로부터 나오는 체액을 이용한</div> <div><br></div> <div>천연 발모제를 주었다. 아니, 발모제맛 잼을 주었다.</div> <div><br></div> <div>"이제야 잼이 있는 이야기가 되었군!"</div> <div><br></div> <div>그렇게 그는 발모제맛을 느끼며 식사를 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 <div>'난 네가 누군지 몰라</div> <div><br></div> <div>뭘 원하는지도 모르고</div> <div><br></div> <div>돈을 원한다면 안됐지만 돈은 없다</div> <div><br></div> <div>다만 나는..</div> <div><br></div> <div>남다른 재주가 있지</div></div> <div><br></div> <div>잊지 않는것 말이야.</div> <div> <div><br></div> <div>오랫동안 해온 짓이 그런거라</div> <div><br></div> <div>너같은 놈들이 치를 떨 상대거든</div> <div>지금 사태를 해결하고 머리숙여 사과한다면 여기서 끝내겠다</div> <div><br></div> <div>너희의 추태를 떠들지 않을 것이고 시위도 하지 않을 것이다.</div> <div><br></div> <div>허나 아니라면 기억할 것이다 죽어 백골이 될때까지 그 사태를 기억할 것이다.'</div></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