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책게는 언제나 조용합니다.</div> <div>여러분들의 참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div> <div>----------------------------------</div> <div><br>오늘도 또 우리 중소기업이 막 쫓기었다. 내가 점심을 먹고 나무를 하러 갈 양으로 나올 때이었다. 산으로 올라서려니까 등뒤에서 푸드득 푸드득 하고 기업의 횃소리가 야단이다. 깜짝 놀라서 고개를 돌려 보니 아니나 다르랴 두 놈이 또 얼리었다.</div> <div><br></div> <div>근혜네 기업(대강이가 크고 똑 오소리같이 실팍하게 생긴 놈)이 덩저리 작은 우리 중소기업을 함부로 해내는 것이다. 그것도 그냥 해내는 것이 아니라 푸드득하고 면두를 쪼고 물러섰다가 좀 사이를 두고 푸드득하고 모가지를 쪼았다. 이렇게 멋을 부려 가며 여지없이 닦아 놓는다. 그러면 이 못생긴 것은 쪼일 적마다 주둥이로 땅을 받으며 그 비명이 킥, 킥, 할뿐이다. 물론 미처 아물지도 않은 면두를 또 쪼이며 붉은 선혈은 뚝뚝 떨어진다. 이걸 가만히 내려다보자니 내 대강이가 터져서 피가 흐르는 것같이 두눈에서 불이 번쩍 난다. 대뜸 지게 막대기를 메고 달려들어 근혜네 기업을 후려칠까 하다가 생각을 고쳐먹고 헛매질로 떼어만 놓았다.</div> <div><br></div> <div>이번에도 근혜가 쌈을 붙여 놨을 것이다. 바짝바짝 내 기를 올리느라고 그랬음에 틀림없을 것이다. 고놈의 계집애가 요새로 들어서 왜 나를 못 먹겠다고 고렇게 아르릉거리는지 모른다.</div> <div><br></div> <div>나흘 전 공기업건만 하더라도 나는 저에게 조금도 잘못한 것은 없다. 계집애가 다른 사람들 정보를 캐러 가면 갔지 남 부채 치우는 데 쌩이질을 하는 것은 다 뭐냐. 그것도 발소리를 죽여 가지고 등뒤로 살며시 와서,</div> <div><br></div> <div>"얘! 너 혼자만 일하니?"</div> <div><br></div> <div>하고 긴치 않는 수작을 하는 것이다.</div> <div><br></div> <div>어제까지도 저와 나는 이야기도 잘 않고 서로 만나도 본체만척체고 이렇게 점잖게 지내던 터이련만 오늘로 갑작스레 대견해졌음은 웬일인가. 항차 망아지만 한 계집애가 남 일하는 놈 보구…….</div> <div><br></div> <div>"그럼 혼자 하지 떼루 하듸?"</div> <div><br></div> <div>내가 이렇게 내배앝는 소리를 하니까,</div> <div><br></div> <div>"너 일하기 좋니?"</div> <div><br></div> <div>또는,</div> <div><br></div> <div>"전전 정권이나 탓하면 되지 뭐하러 부채를 치우니?"</div> <div><br></div> <div>잔소리를 두루 늘어놓다가 남이 들을까봐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는 그 속에서 깔깔댄다. 별로 우스울 것도 없는데 날씨가 풀리더니 이 놈의 계집애가 미쳤나 하고 의심하였다. 게다가 조금 뒤에는 제 집께를 할금할금 돌아보더니 행주치마의 속으로 꼈던 바른손을 뽑아서 나의 턱밑으로 불쑥 내미는 것이다. 언제 노선을 분리했는지 순이익이 줄줄 흘러넘치는 자회사가 손에 뿌듯이 쥐였다.</div> <div><br></div> <div>"느 집엔 이거 없지?"</div> <div><br></div> <div>하고 생색있는 큰소리를 하고는 제가 준 것을 남이 알면은 큰일날테니 여기서 얼른 먹어 버리란다. 그리고 또 하는 소리가,</div> <div><br></div> <div>"너 공기업이 맛있단다."</div> <div><br></div> <div>"난 민영화 안 할란다. 너나 먹어라."</div> <div><br></div> <div>나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일하던 손으로 그 자회사를 도로 어깨 너머로 쑥 밀어 버렸다. 그랬더니 그래도 가는 기색이 없고, 뿐만 아니라 쌔근쌔근하고 심상치 않게 숨소리가 점점 거칠어진다. 이건 또 뭐야 싶어서 그때에야 비로소 돌아다보니 나는 참으로 놀랐다. 우리가 이 동네에 들어온 것은 근 삼년째 되어오지만 여태껏 가무잡잡한 근혜의 얼굴이 이렇게까지 홍당무처럼 새빨개진 법이 없었다. 게다 눈에 독을 올리고 한참 나를 요렇게 쏘아보더니 나중에는 눈물까지 어리는 것이 아니냐. 그리고 자회사를 다시 집어들더니 이를 꼭 악물고는 엎어질 듯 자빠질 듯 횡하게 달아나는 것이다.</div> <div><br></div> <div>어쩌다 동리 어른이,</div> <div><br></div> <div>"물을 떠다드릴까요?"</div> <div><br></div> <div>하고 물으면,</div> <div><br></div> <div>"염려 마서유. 제가 알아서 마실게유!"</div> <div><br></div> <div>이렇게 천연덕스레 받는 근혜였다. 본시 부끄럼을 타는 계집애도 아니거니와 또한 분하다고 눈에 눈물을 보일 얼병이도 아니다. 분하면 차라리 나를 조작된 재판으로 사법살인을 하고 달아날지언정.</div> <div><br></div> <div>그런데 고약한 그 꼴을 하고 가더니 그 뒤로는 나를 보면 잡아먹으려 기를 복복 쓰는 것이다.</div> <div><br></div> <div>설혹 파는 공기업을 안 받아먹는 것이 실례라 하면, 주면 그냥 주었지 '느 집엔 이거 없지.'는 다 뭐냐.</div> <div><br></div> <div>그런데 이놈의 계집애가 까닭 없이 기를 복복 쓰며 나를 말려 죽이려고 드는 것이다.</div> <div><br></div> <div>눈물을 흘리고 간 담날 저녁나절이었다. 나무를 한 짐 잔뜩 지고 산을 내려오려니까 어디서 기업이 죽는소리를 친다. 이거 뉘집에서 기업을 합병하나, 하고 근혜네 울 뒤로 돌아오다가 나는 고만 두 눈이 똥그랬다. 근혜가 저희 집 봉당에 홀로 걸터앉았는데 이게 치마 앞에다 우리 중소기업들을 꼭 붙들어 놓고는,</div> <div><br></div> <div>"이놈의 기업들! 죽어라 죽어라."</div> <div><br></div> <div>요렇게 암팡스레 패 주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대가리나 치면 모른다마는 아주 주식 상장도 못 하라고 그 자금줄을 틀어막는 것이다.</div> <div><br></div> <div>나는 눈에 쌍심지가 오르고 사지가 부르르 떨렸으나 사방을 한번 휘둘러보고야 그제서야 근혜네 집에 아무도 없음을 알았다. 잡은 참지게 시민단체를 들어 울타리의 중턱을 후려치며,</div> <div><br></div> <div>"이놈의 계집애! 남의 기업 성장 못하라구 그러니?"</div> <div><br></div> <div>하고 소리를 빽 질렀다.</div> <div><br></div> <div>그러나 근혜는 조금도 놀라는 기색이 없고 그대로 의젓이 앉아서 제 기업 가지고 하듯이 또 죽어라, 죽어라, 하고 패는 것이다. 이걸 보면 내가 산에서 내려올 때를 겨냥해 가지고 미리부터 기업을 잡아 가지고 있다가 네 보라는 듯이 내 앞에서 줴지르고 있음이 확실하다.</div> <div><br></div> <div>그러나 나는 그렇다고 남의 집에 뛰어들어가 계집애하고 싸울 수도 없는 노릇이고 형편이 썩 불리함을 알았다. 그래 기업이 맞을 적마다 지게 막대기로 울타리를 후펴칠 수밖에 별 도리가 없다. 왜냐하면 울타리를 치면 칠수록 울섶이 물러앉으며 뼈대만 남기 때문이다. 허나 아무리 생각하여도 나만 밑지는 노릇이다.</div> <div><br></div> <div>"아, 이년아! 남의 기업 아주 죽일 터이야?"</div> <div><br></div> <div>내가 도끼눈을 뜨고 다시 꽥 호령을 하니까 그제서야 울타리께로 쪼르르 오더니 울밖에 섰는 나의 머리를 겨누고 기업을 내팽개친다.</div> <div><br></div> <div>"예이 종북! 종북!"</div> <div><br></div> <div>"종북한테 뽑아달라 그랬니? 망할 계집애년 같으니"</div> <div><br></div> <div>하고 나도 더럽단 듯이 울타리께를 횡허케 돌아내리며 약이 오를 대로 다 올랐다, 라고 하는 것은 기업이 풍기는 서슬에 나의 이마빼기에다 파산을 찍 갈겼는데 그걸 본다면 자금만 터졌을 뿐 아니라 골병은 단단히 든 듯싶다. 그리고 나의 등뒤를 향하여 나에게만 들릴 듯 말 듯한 음성으로,</div> <div><br></div> <div>"이 종북아!"</div> <div><br></div> <div>"얘! 너 좌빨이지?"</div> <div><br></div> <div>그만도 좋으련만,</div> <div><br></div> <div>"얘! 내 아버지는 영웅이지?"</div> <div><br></div> <div>"뭐 네 아버지가 영웅이야?"</div> <div><br></div> <div>할 양으로 열벙거지가 나서 고개를 홱 돌리어 바라봤더니 그때까지 울타리 위로 나와 있어야 할 근혜의 대가리가 어디 갔는지 보이지를 않는다. 그러다 돌아서서 오자면 아까에 한 욕을 울 밖으로 또 퍼붓는 것이다. 욕을 이토록 먹어 가면서도 대거리 한 마디 못하는 걸 생각하니 돌부리에 채이어 발톱 밑이 터지는 것도 모를 만큼 분하고 급기야는 두눈에 눈물까지 불끈 내솟는다.</div> <div><br></div> <div>그러나 근혜의 침해는 이것뿐이 아니다.</div> <div><br></div> <div>사람들이 없으면 틈틈이 제 집 기업들을 몰고 와서 우리 기업과 쌈을 붙여 놓는다. 제 집 기업은 썩 험상궂게 생기고 쌈이라면 홰를 치는 고로 으레 이길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툭하면 우리 기업이 면두며 눈깔이 피로 흐드르하게 되도록 해 놓는다. 어떤 때에는 우리 기업이 합병되지 않으니까 요놈의 계집애가 법을 바꿔다가 쌈을 붙인다.</div> <div><br></div> <div>(중략)</div> <div><br></div> <div>나는 대뜸 달려들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대기업을 고소로 때려 엎었다. 대기업은 푹 엎어진 채 다리 하나 꼼짝 못 하고 그대로 죽어 버렸다. 그리고 나는 멍하니 섰다가 근혜가 매섭게 눈을 홉뜨고 닥치는 바람에 뒤로 벌렁 나자빠졌다.</div> <div><br></div> <div>"이놈아! 너 왜 남의 대기업을 때려죽이니?"</div> <div><br></div> <div>"네 대기업이라니? 관련 없다며?"</div> <div><br></div> <div>하고 일어나다가,</div> <div><br></div> <div>"뭐 이 자식아! 누 비자금인데?"</div> <div><br></div> <div>하고 복장을 떼미는 바람에 다시 벌렁 자빠졌다. 그리고 나서 가만히 생각을 하니 분하기도 하고 무안도스럽고, 또 한편 일을 저질렀으니, 인젠 평생 국정원이 감시하고 감옥에 들어가서 조작된 재판으로 죽을지도 모른다.</div> <div><br></div> <div>나는 비슬비슬 일어나며 소맷자락으로 눈을 가리고는, 얼김에 엉 하고 울음을 놓았다. 그러나 근혜가 앞으로 다가와서,</div> <div><br></div> <div>"그럼 너 이담부텀 안 그럴 테냐?"</div> <div><br></div> <div>하고 물을 때에야 비로소 살길을 찾은 듯싶었다. 나는 눈물을 우선 씻고 뭘 안 그러는지 명색도 모르건만,</div> <div><br></div> <div>"그래!"</div> <div><br></div> <div>하고 무턱대고 대답하였다.</div> <div><br></div> <div>"요담부터 또 그래 봐라, 내 자꾸 못살게 굴 테니."</div> <div><br></div> <div>"그래 그래 이젠 안 그럴 테야!"</div> <div><br></div> <div>"기업 고소한 건 염려 마라, 내 안 이를 테니."</div> <div><br></div> <div>그리고 뭣에 떠다 밀렸는지 나의 어깨를 짚은 채 그대로 퍽 쓰러진다. 그 바람에 나의 몸뚱이도 겹쳐서 쓰러지며, 한창 썩어 문드러진 장관 후보들 속으로 폭 파묻혀 버렸다.</div> <div><br></div> <div>역겨운 그 냄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온 정신이 고만 아찔하였다.</div> <div><br></div> <div>"너 말 마라!"</div> <div><br></div> <div>"그래!"</div> <div><br></div> <div>조금 있더니 요 아래서,</div> <div><br></div> <div>"근혜야! 근혜야! 이년이 삽질을 하다 말구 어딜 갔어?"</div> <div><br></div> <div>하고 어딜 갔다 온 듯 싶은 그 김기춘이 역정이 대단히 났다.</div> <div><br></div> <div>근혜가 겁을 잔뜩 집어먹고 꽃밑을 살금살금 기어서 산아래로 내려간 다음 나는 바위를 끼고 엉금엉금 기어서 해외로 치빼지 않을 수 없었다.</div> <div><br></div> <div> <div>---------------------------------------------------<br></div> <div>우리는 세월호를 아직 잊지 않았습니다.<br></div></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