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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bestofbest_154568
    작성자 : 고스윌
    추천 : 347
    조회수 : 53151
    IP : 115.145.***.112
    댓글 : 69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14/03/26 17:58:55
    원글작성시간 : 2014/03/26 14:17:42
    http://todayhumor.com/?bestofbest_154568 모바일
    [칼럼] 디아블로3의 경제체제선택과 흥망성쇠의 역사
    -디아블로3 확장팩 발매 기념 헌정글-

    확장팩 발매 직전 작성한 글입니다.
    라이트유저라 군데군데 오류가 있을수도...ㅋ
    확장팩 해보니 역시 재밌군요 ㅠ



    <디아블로3의 경제체제 선택과 흥망성쇠의 역사>

    디아블로3의 첫 번째 확장팩이 드디어 세상에 등장했다. 그러나 디아블로3에서 가장 역사적인 순간은 확장팩 발매가 아니라 한달 전의 2.0 패치로 기록되리라 본다. 물론 실질적으로 보자면 2.0 패치는 확장팩에 대비한 일련의 준비절차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파격적인 내용과 현실적으로 발생한 인기의 급증은 2.0 패치의 의의를 단순한 준비단계에 그치게 하지 않았다. 나는 아직 확장팩을 접하지 않은 상황에서 지금까지의 디아블로3를 뿌리부터 뒤집어 놓았던 2.0 패치를 중심으로 대략적인 게임사회의 생리를 회고해보고자 한다.

    디아블로3 자체는 전작의 명성을 업고 경이로운 매출을 달성하는데 성공했지만, 첫 발매 후 2년 간 유저수의 폭락과 더불어 '망작'이란 단어를 붙이기도 아까울 정도로 악평을 받아야만 했다. 심지어 우리학교에서는 수업 첫 시간만 유용하고 그 뒤로는 들을 필요가 없다는 강의보고 디아블로3와 같다는 비유(..)를 할 정도로 빈약한 콘텐츠가 문제였다. 말인즉슨 게임 내에서 '디아블로'를 처치하는데 필요한 단 하루 정도면 이후는 반복에 재탕이라 지루함과 무익함을 참을 수 없다는 요지인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2.0 이전의 디아블로를 패망의 길로 걷게 한 원인이 되었는가?

    디아블로 역사의 전과 후를 갈라놓을 2.0 패치의 골자는 게임 내 시장경제의 제거라고 할 수 있겠다. 초창기 디아3를 기획했던 디렉터 제이 윌슨이 꿈꾸던 세상은 철저한 미국식 자본주의 체제였다. 캐릭터의 강약과 사회적 지위는 모두 금전에서 비롯하였다. 소위 '만렙'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짧게는 서너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데, 그 이후로 직업을 제외하고 캐릭터의 전투력을 좌우하는 요소는 오로지 아이템밖에 없었으며, 그 아이템을 조달하는 장소가 바로 게임 내 '경매장'이었다. 골드만 충분하다면 경매장을 통해 어떤 아이템이라도 구매할 수 있었다. 이론적으로는 게임 시작 3시간만에 '경매장질'로 현존 최강의 캐릭터를 만들 수 있던 것이다.

    그렇다면 그 경매장질을 할 수 있는 골드는 어떻게 수급하는가?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수집하는 방법이나 좋은 아이템을 얻어서 경매장에 내다 팔아서 버는 방법이 있겠지만, 가장 손쉽고 빠른 방법은 역시 현질이었다. 현질을 게임 내 경제주체 관점에서 보자면 뜬금없이 '부모의 막대한 유산을 상속'한 것이고, 순식간에 부귀영화를 누리게 되는 유일한 방법이다. 현금과 골드 간 환율은 철저히 수요와 공급법칙에 따라 이루어졌는데, 내가 2013년 플레이할 때는 1억 골드에 천원 꼴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이 1억 골드의 가치란, 게임 내에서 오로지 골드 수집으로 벌자면 몇백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양이다. 물론 디아 초창기에는 게임세계 내의 골드 자체가 충분치 않아 길거리에서 수집하는 골드가 의미있었는데, 그 때는 심지어 싸우라는 몹은 안 잡고 상자나 항아리만 깨고 다니면서 떨어지는 골드만 수집하고 다니는 웃지못할 전략까지 나왔다. 골드만능주의 디아블로라 본인도 해 보았는데 지루해 죽을뻔한 것이 사실이다. 게임성을 저해하는 요소라고 해서 이런 편법도 막히긴 했지만,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강력한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어차피 의미 없는 전략에 대한 제재임이 명백했고, 그마저도 오히려 초보들의 초기 자금 마련을 방해하는 사다리차기식의 규제방안이 아닐까도 싶었다.

    인플레이션을 막지 못한 것에 블리자드 경제기획자들(소문으로는 실제 경제학자를 고용한단 말이 있었는데)의 잘못이 있다고는 보는데, 결론적으로 금전을 줍거나 잡템을 내다파는 근로소득의 가치가 바닥을 치게 되면서 바야흐로 대경매장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어차피 개인이 수집할 수 있는 골드의 양은 얼마 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 경매장의 가장 큰 경제주체는 개인을 떠나 (현대사회의 재벌기업이라고도 볼 수 있는) 소위 '작업장'으로 넘어간 것이다. 주로 중국인들이 모여서 구성한다는 이 작업장에선 개인들이 꿈도 못 꿀 강력한(비싼) 아이템으로 둘둘 두른 캐릭터들로 밤낮 없이 몹을 때려잡고 아이템을 수집하고 다녔다. 물론 여기서 습득한 아이템은 경매장질의 전문가가 경매장의 개개인에게 내다 팔았을 것이다. 이리하여 골드의 흐름을 보자면 수없이 많은 개미유저들이 수집한 푼돈이 경매장을 통해 작업장으로 흘러가고, 작업장에선 그 골드로 더 강력한 아이템을 장착해(마치 설비투자나 R&D라 하겠다) 사냥속도를 높이거나 현실세계에 내다팔아 결국 주주이윤(?)을 실현하는 것이다. 큰 작업장을 운영하는 사람의 경우 한달에 몇천만 원까지 버는 것을 목격한 바 있다. 이렇듯 쥐고 있는 골드의 양이 많을수록 더 비싼 아이템을 자주 주울 수 있는 이 상황에서 게임 내에 빈익빈부익부가 점차 가중됨은 당연한 일이었다.

    작업장의 등장을 기업의 출현이라고 본다면, 소위 '되팔이'들의 기승은 금융전문직의 득세라고 볼 수 있겠다. 디아를 즐기는 누구나가 경매장을 이용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정확한 시세에 합리적으로 시장에 참여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수집한 아이템이 어떤 가격으로 팔릴지, 혹은 원하는 아이템이 어떤 가격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다만 아이템의 가치를 잘 볼 줄 안다면 누군가 잘 모르고 싼 값에 올리는 아이템을 사서 시세에 따라 훨씬 비싸게 팔수도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디아에서도 금융인과 마찬가지로 실제 유형물의 생산에는 전혀 참여하지 않고 오로지 시세차익만으로 돈을 버는 되팔이들이 상당히 증가했다. 어차피 노동으로 올리는 수입은 쥐꼬리만한데 경매장에서 운 좋게 건진 아이템으로 버는 수익은 그간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만 했다.

    사람들은 되팔이라며 욕을 해댔지만, 되팔이들은 현실세계의 부동산 및 주식 투자자나 유통업자와 같은 논리로 스스로를 변호했다. 거래횟수의 증가로 시세안정화를 꾀하고 시장에 더 많은 공급량을 가져온다는 것이 요지일 것이다. 물론 맞는 말이고, 이들을 통해 적절한 아이템을 적정한 가격에 공급받을 수 있게 되어 사회일반의 효용은 증가함이 틀림없겠지만, 정직하게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에겐 왠지 눈꼴시리다고나 해야 할까. 즐기라고 열심히 만들어 놓은 게임에는 들어가지도 않고 경매장만 죽어라 보고 있는데 캐릭터 성장은 훨씬 빠른 아이러니가 발생하였다.

    종합하자면, 위와 같은 세계가 오래 지속될 수 있을까. 게임세계에만 해당하는 말인진 모르겠지만, 결국 게임이 주는 즐거움은 없고 오로지 돈벌이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해 버렸다. 그 본질을 잃은 것이다. 디아블로를 더 잘 하기 위해서는 애초에 게임외적인 현금이 많거나, 초기 비용투자로 작업장을 돌리거나, 아이템 트렌드를 열심히 연구하여 경매장에서 되팔이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최선이었다. 이 짓들이 즐겁다고 생각하는 이는 (게임으로 현금을 버는 순간을 제외하면) 별로 없겠다.

    당연한 수순이지만 작업장, 되팔이, 일부 매니아를 제외한 일반 유저는 쓰나미처럼 게임세계를 빠져나갔다. 뒤늦게 게임을 즐기고자 진입한 신규 유저에겐 두 가지의 선택지가 있었다. 하나는 겨우 몇시간만에 엔딩을 본 다음, 경매장에 자신이 꿈도 못 꿀 몇십억짜리 아이템이 널린 걸 보고 막막해서 접는 것. 아니면 현질해서 삐까번쩍하게 차려입었다가 필드에 나가 (세간의 표현으로) '폐지 주워 파는' 짓을 하다가 지루함에 접는 것. 누군가 그랬듯 디아블로3는 딱 5시간짜리 컨텐츠였다는 표현은 이런 제도에서 비롯하였다고 평가한다(난이도와 밸런스 조절 실패, 템복사 및 버그 등은 제외하더라도).

    결국 이런 경제체제를 구상했던 제이 윌슨은 스스로 실패를 인정하고 물러났고, 조쉬 모스키에라가 후임 디렉터로서 소위 말해 '제이 윌슨의 똥'을 치우기 위해 투입되었다. 그는 소극적인 개선에 그치지 않고 (비유하자면) 공산주의 혁명에 버금할 대대적인 개혁을 단행하였다. 전술하였듯 그 핵심은 게임 내 시장경제의 철폐에 있으며, 주요 내용으로는 경매장 폐쇄, 아이템의 계정귀속, 클랜 및 파티제도의 강화라 할 수 있다.

    경매장의 폐쇄는 결국 되팔이들의 몰락과 자급자족체계의 활성화로 귀결된다. 그러나 공식적인 경매장이 없더라도 다른 여러 게임에서도 작업장과 되팔이의 존재를 찾아볼 수 있듯, 그 자체의 효과는 정보량에 따른 빈부격차의 심화와 거래절차의 불편 및 암시장의 활성화만을 불러올 따름이다. 블리자드는 여기에 이미 월드오브워크래프트에서 선을 보였던 계정귀속의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유저 간 거래의 씨앗을 원천부터 봉쇄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유저들이 아이템을 획득하는 제일의 방법은 클래식한 '사냥'이 되었다. 나름의 루트를 개발하여 효율적으로 사냥하든지, 스토리모드의 처음부터 끝까지 달리면서 즐겁게 사냥하든지 어쨌거나 문명사적으로 보자면 가장 퇴보한 것으로 보이는 사냥과 채집이 화려한 자본주의를 넘어 전면에 부상하였다. 강한 캐릭터가 더 빨리 사냥하고 더 좋은 아이템을 얻는 것은 맞지만, 초보라고 해도 사냥을 통해 장비를 맞추어나가며 더 높은 난이도에 도전하게 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다. 만약 좋은 아이템이 나오지 않더라도, 만렙 이후 사냥에서 경험치를 얻으면 '정복자레벨'이라는 것이 올라서 캐릭터를 강화시킬 수 있게 되었다. 이 정복자레벨은 제이 윌슨 시절부터 (급하고 갑작스럽게) 도입된 제도이긴 하지만, 그 당시만 해도 정복자레벨이 오르면 오직 희귀아이템 드랍확률만 증가할 뿐 캐릭터의 강약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았다. 결국 캐릭터의 강약을 좌우하는 것은 아이템 뿐이라는 제이 윌슨의 철학이 정복자레벨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었다. 물론 정복자레벨이 전혀 없던 초창기보다는 나았지만, 아무리 정복자레벨을 올려도 눈에 띄게 변하는 것은 없고 여전히 작업장에 비해 폐지나 줍는 수준으로 생산활동을 구가하게 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조쉬 모스키에라의 개혁을 통해 정복자레벨의 상승 보상으로 본인이 직접 캐릭터를 강화할 수 있게 함으로써 성장의 즐거움을 처음으로 맛보게 하였다.

    사냥의 즐거움을 더욱 키우기 위해 2.0 패치에서 제공한 또 다른 개혁은 '전리품 2.0'이라고 불리는 노동가치의 극대화 제도였다. 아무리 열심히 사냥해서 좋은 아이템을 얻어도 내 캐릭터에게 필요 없는 아이템이라면 경매장에서 팔 수도 없으니 결국 쓰레기에 불과하고 유저들은 여전히 폐지줍기나 하는 신세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래서 전설 및 희귀 아이템의 드랍율을 대폭 상승시키고, 캐릭터의 직업과 레벨에 맞는 아이템이 드랍하도록 바꾸었다. 분업과 교환을 떠나 자급자족체제로 완벽히 회귀시킨 제도라 할 수 있으며, 직접 노동해서 수집한 아이템의 가치를 다시금 격상시킨데 의의가 있다. 유명 웹툰 작가인 무적핑크님의 '확장팩 기대하게 만드는 만화'에서는 이를 '기초생활보장제도(And no more 폐지줍기)'라는 복지혜택이라 칭한 바 있다(@[c3Rvcnk6UzpfSTE4Mzg0MDYyNDk5NTI2Mjo2NzM3NDcyMTYwMDQ1OTg=:@[c3Rvcnk6UzpfSTE4Mzg0MDYyNDk5NTI2Mjo2NzM3NDcyMTYwMDQ1OTg=:https://www.facebook.com/DiabloKR/posts/673747216004598]]).

    이러한 패치 내용에 대해 가장 불만이 컸던 세력은 당연히 작업장과 되팔이였다. 전체 유저 대비 소수 인구임에도 게임 세계의 전반적인 경제권을 주도하였던 이들이라 해도 하루아침에 남들과 평등하게 필드에서 몹을 때려잡으며 아이템을 줍는 수밖에 없었다. 이들은 당연히 순식간에 게임 세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그러나 전체 게임 유저수는 급상승하였다. 커뮤니티 사이트를 둘러보아도, 과거의 부귀영화를 그리워하던 작업장 인부들이 가끔 독설을 내뱉긴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2.0 패치를 크게 환영했다. 이전 디렉터인 제이 윌슨에 대한 욕이 수많은 추천을 받고, PC방 점유율이 15위에 머물렀던 디아블로3는 겨우 한 달 만에 4위로 뛰어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왜 일반 유저는 이러한 개혁, 아니 어떻게 보자면 역사적인 전례가 없을만한 규제를 환영한 것인가?

    답은 뻔하겠지만, 게임의 근본 문제로 잠시 눈을 돌려 디아블로는 본래 그 태생이 '액션RPG'였다는 점에 주목해보자. 대부분의 RPG가 적들과의 전투를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채택함에도, 초창기 RPG에서의 전투란 어디까지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과정의 부가적인 요소에 불과하였고 대부분 턴제로 진행해가는 느긋한 머리싸움에 불과했다. 그러나 실시간 액션성을 가미한 장르인 액션RPG가 조금씩 선을 보이던 1990년대 중반, 혜성처럼 등장한 디아블로1은 액션RPG라는 단어를 전 세계에 널리 퍼뜨리며 게임계의 판도를 뒤집어 놓았다. 뒤이어 디아블로2 역시 화려한 그래픽과 맛깔나는 손맛을 앞세워 액션성을 극대화하여 세계적 인기몰이에 성공하였다. 여기에 디아블로3를 플레이 해 보아도 여타 3D게임에서는 맛볼 수 없는 강력한 타격감과 시원시원한 학살감이 단연 돋보인다고 여겨진다. 작업장에서의 무한 노가다와 되팔이들의 경매장 관찰이 아니라 사냥이야말로 디아블로의 본질이며 그 역사적 가치를 증명하는 정수인 것이다. 유저들은 디아블로3를 처음 접한 후 단 며칠만에 잃어버렸던 이 핵심을 2.0 패치를 통해 돌려받을 수 있었다.

    다만, 이 시스템 하에서는 블리자드사를 세계 최고의 게임회사의 반열로 끌어올렸던 '배틀넷'의 존재가치가 요원해진다는 의문을 제기해 볼 수 있다. 유저 간 연결로 협동과 경쟁의 세계를 열었던 배틀넷이 과연 이런 통제경제 하에서 어떻게 제 기능을 발휘할 것인가? 그 해답은 클랜의 신설 및 파티제도의 강화에 있었다.

    먼저 파티를 살펴보자면, 그 전에도 물론 파티에 따른 이로운 효과(이를테면 경험치 획득률이나 아이템 드랍율 증가)가 존재하긴 했으나, 친구들과 함께 할 때면 모를까 공개방에서 낯선 타인과 파티를 맺어 플레이하기에는 여러 저해요소가 있었다. 되도 않는 아이템 수준으로 억지로 고난이도 공개방에 참가하는 사용자가 많았고 파티원들과 함께 다니려면 원하지 않는 루트를 가야 하기도 했다. 물론 이 점이 완벽히 극복되진 않았지만, 현재의 파티제도에서 추가된 가장 큰 장점은 유일하게 거래가 가능하게 되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전설급 아이템은 습득 즉시 계정 귀속이기 때문에 타인에게 양도할 수 없음이 원칙이나, 그 당시에 함께 플레이하던 파티원에게는 습득 2시간 내에 자유로이 이전할 수 있다. 만약 단시간 내에 성장하고자 한다면 친구들과 함께 파티를 꾸려 사냥하는 것이 최적의 전략임이 분명해진 것이다. 이전의 작업장이 생산을 위해 분업 및 협업을 하는 최적효율의 기업체였다면 현재의 파티는 마치 조합과도 같아서 그 구성원의 개성이 전면에 부각되고 서로 간의 구속력도 강화되었다.

    그렇다면 클랜은 대규모 커뮤니티를 목적으로 한 집단인데, 누가 어떤 아이템을 습득했고 어떤 업적을 달성했는지를 일목요연하게 관찰하고 단체로 이야기하거나 메세지를 남길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자칫하면 패키지 게임과 별반 다를 바 없을뻔하게 변화한 디아블로를 배틀넷의 세계에서 타인과 교류하는 온라인 게임으로서의 장점도 빼먹지 않게 한 것이다.

    이상에서 열거한 2.0 패치의 변화는 현재까지 매우 성공적이었는데, 확장팩에서는 여기에 추가적인 컨텐츠를 더 제공함으로써 점차 더 재미있는 게임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스타1 대회의 몰락에 이어 디아블로3와 스타크래프트2의 실패로 대부분의 국내 유저가 블리자드에 대한 불신을 키워나가고 있는 와중에 이와 같은 2.0 패치의 등장과 연이은 확장팩의 발매는 다시 한 번 블리자드사의 과거의 영광을 재현시켜주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의 흥행실패를 겪었던 블리자드는 이제 그 진단을 완료하고 처방법에 대해 완벽히 숙지한 것으로 보인다. 게임에서 중요한 것은 '게임 그 자체의 게임성'이며, 상업적인 자본주의체제의 도입으로 돈벌이수단으로 전락해서는 게임으로서의 가치를 잃어버릴 뿐이란 명제 말이다. 이미 한국에서 부동의 1위 게임으로 자리잡은 리그 오브 레전드의 성공 사례만 보아도 그렇고, 블리자드의 전략만 보자면 꾸준히 상승가도를 달리고 있는 하스스톤이나 엄청난 기대 열풍을 불러오고 있는 히어로즈 오브 스톰의 경우도 그렇다.

    글을 마치기 전에, 사실 대놓고 내보이기도 했지만, 디아블로3의 변천사를 관찰하면서 현실세계의 체제와 제도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RPG의 본질이 가상 세계의 주인공이 되어 새로운 인생을 체험하는 것이니만큼 게임은 인생의 축소판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마찬가지로 인생을 한 편의 걸작 게임이라고 본다면, 우리는 위에서 얻었던 교훈을 통해 그 게임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게임 자체가 목적이 되어야지 어떤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현대 스트레스 사회의 높은 자살율과 디아블로3에서의 유저들의 급격한 유출이 겹쳐 보인다. 지금 나의 모습이 게임에서 열심히 사냥하며 스스로의 성장을 즐기는 모습인지, 아니면 퀭하게 경매장을 들여다보며 시세차익을 계산하는 모습인지 불분명하다. 어쩌면 조쉬 모스키에라의 2.0 패치와 마찬가지로 사회 전체를 한 번에 뒤집어야 나오는 해답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디아블로 세계에서의 명쾌한 해답과 뚜렷한 결과와는 달리, 현실세계는 더욱 많은 변수가 도사리고 있고 전리품 2.0과 같은 생산체계의 도입이 불가능한 것처럼 누구도 쉽게 대답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또한 막상 확장팩의 발매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이렇게 큰 기대를 했다가는 더 큰 실망만 받진 않을까 싶기도 하다. 블리자드와 조쉬 모스키에라에게 새로운 아이디어의 끝없는 도전을 응원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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