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div> <div>내가 상병 말 쯤의 이야기이다.</div> <div>어느 부대든 그렇듯 문제가 있는 신병이 전입해왔다. 하지만 이 신병의 문제점은 우리들의 영역을 한참 벗어난 능력이었다.</div> <div>하물며 개인의 노력 등으로 고쳐질 수 없는 초자연적인 문제였다. 사람 자체는 착하고 순한 녀석이었지만, 밸런스 패치가 잘못된 듯 치명적인 버그가 하나 발견되었다.</div> <div>그의 특기는 "떨어뜨리기"였다. 정말 이 능력이 신의 저주인지 악마의 축복인지, 아무래도 그 능력은 군대 내에서만 반응하는 능력같았다.</div> <div>게다가 자의로 컨트롤하지 못하는 그 능력은 타인을 위험에 노출시키고는 했다.</div> <div> </div> <div> </div> <div>1. 전입 온 첫 날.</div> <div>생활관에서 자기소개를 마친 후, 맞선임의 도움을 받아 더블백을 정리하고 있었다. 당시 나는 침대에 엎드려서 책을 읽고 있었다. 그 신병의 자리는 불행하게도 내 옆자리였다.</div> <div>이시오카쨔응이 과연 무사히 도주를 하느냐 마느냐의 긴박한 상황에 집중하고 있던 도중, 내 후두부에 강력한 충격이 발생했다.</div> <div>쿵! 휙~ 어? 쾅!의 박자로 아우러진 그 충격의 여파는 바로 옆자리에서 발생한 것이다. 짐을 정리하던 도중, 내 관물대를 건드렸고 관물대 위에 위치한 방탄헬멧이 내 뒤통수로 직격한 것이었다.</div> <div>나는 강력한 충격에 제대로 일어나지도 못했고, 신병과 그 맞선임의 얼굴은 점차 그들의 남은 군생활마냥 흙빛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나는 기가 막혀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그들은 급격한 상환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내가 폭력적으로 변할까 하는 두려움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div> <div>내가 힘겹게 고개를 들고 상황파악을 하던 도중, 평소 개드립에 능한 내 맞후임이 나에게 다가왔다.</div> <div>그리고는 그 방탄헬멧을 집어들고는, 분명 무거운 내 머리가 이 방탄헬멧을 끌어당긴것이라는 흥미로운 가설을 주장했다.</div> <div>나 역시 제법 흥미로운 그 가설에 동조하기 시작했고, 우리는 그 현상을 국방인력의 법칙이라 명명하고 각자 자리로 향해 아무렇지 않은 듯 볼 일을 보았다. </div> <div>한박자 늦게 죄송하다는 소리가 생활관을 울렸고, 스쳐지나가는 그 신병의 모습에서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표정을 구경하는 것 또한 흥미로웠다.</div> <div> </div> <div>그 신병은 자신은 영문과 출신이라며, 그에 어울리는 영어 별명인 '뉴턴'이라고 불리우게 되었다.</div> <div> </div> <div>그 이후 많은 것을 떨어뜨리게 된다. 면회나 외출을 나갈 때면 항상 주말작업이 우리 중대로 떨어지게 되었고,</div> <div>그가 지나가는 것 만으로도 복도에 붙은 게시판이 떨어지는 둥. 이 녀석은 대체 전생에 무슨 업을 쌓았길래 신의 저주를 받았느냐는 우리의 외침은, 부대 내의 무신론자들을 모두 유신론자로 돌려세우게 되는 기염을 토했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2. 뉴턴이 처음 예비군 교육을 혼자 맡게 되었다.</div> <div>큰 난관이 도사리고 있었는데, 당시 우리 부대 내에서 예비군이라기보단 예능군이라고 이름붙여진 모 기업 직업보호 훈련 기간이었다.</div> <div>당시 서바이벌 훈련의 조교 중 한명이 휴가를 가는 바람에, 뉴턴 혼자서 대항군의 역할을 해야 했던 것.</div> <div>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업햄처럼 서바이벌 총 한자루를 꼭 끌어안고 벌벌떠는 모습을 구경하는 것 또한 재미있었다.</div> <div> </div> <div>각 코스별로 훈련이 진행되던 상황. 가건물 위에 뉴턴은 당연히 긴장하고 있었으리라. 임무 자체는 쉬웠다. 교관의 신호에 따라 구호 후에 연습용수류탄을 하나 던지면서 예비군 서바이벌의 두번째 코스가 시작되는 아주 단순한 임무였다.</div> <div>긴장하고 있던 탓일까, 손에 힘이 바짝 들어간 그는 연습용수류탄을 교관에게 몸쪽 꽉찬 돌직구를 던졌고, 흡사 김광현의 아우라가 보이는 듯 했다.</div> <div>하지만 그 시즌은 김광현이 부진했던 시즌....따라서 그 연습용 수류탄은 예비군 교관의 발등에 직격했다.</div> <div> </div> <div>재미있는 일거리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예능군들은, 이 빨갱이 북괴군이 우리의 영광스럽고 자애로운 지휘관을 암살했다며 뉴턴에게 페인트탄을 난사하기에 이르렀다.</div> <div>원래 제압되어야 할 임무의 뉴턴은 자신에게 쏠린 어그로에 당황했는지 예비군들에게 페인트탄을 발사했으며, 예능감을 한껏 발산하는 예비군들은 우리의 영도자 동대장님의 원수를 갚겠다며 가건물 위까지 침투해서 뉴턴을 생포하기에 이르렀다.</div> <div>전례없는 예비군들의 전투력을 본 동대장님은 예비군들의 의욕이 높아져서 훈련의 질이 높아져서 좋다고 하셨지만, 뉴턴의 상황은 달랐다.</div> <div> </div> <div>수류탄을 던질 때는 전방 수류탄이라고 크게 외치는 것을 서든어택에서 선행학습 해오지 않았냐며, 영문과라서 파이어 인 더 홀이라고 외치기라도 해야하지 않았냐며, ak쓰지 않는 부대를 무시하는 것이냐며 선임들에게 갖은 놀림 섞인 구박을 받았고, 그는 당분간 관등성명 대신에 "수류탄 투척!"이라고 외치고 다녀야 했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3. 큰 훈련을 마치고 행군을 하던 때였다.</div> <div>행군 코스 도중 중간 쉬어가는 시간이었다. 뉴턴 뒤에는 내가 위치하게 되었다. 처음 하는 행군이 힘든지 연신 끙끙대며 힘겹게 걷고있는 녀석이 안쓰러워 보였다. 그 일 이전까지는.</div> <div>10분간 휴식이라는 말에 우리는 군장을 내려놓고 앉아서 담배 한대씩을 피우거나 쟁여놓은 음료를 마시고 있었다.</div> <div>나무그늘 아래에 주저앉은 그 녀석에게 다가가서 담배 한 대와 트윅스 한조각을 건네면서 다독여주었다.</div> <div>다시 출발해야 하는 상황. 그 녀석은 군장을 들어올리다가 나무를 강하게 한 대 가격했고, 그와 동시에 아직 방탄을 쓰지 않은 내 머리로 무언가가 떨어졌다.</div> <div>아직 남아있는 까치밥으로 추정되는 걸쭉한 진홍빛 액체가 흘러내렸다. 그리고는 까치인지 까마귀인지 곧장 정체를 알 수 없는 새들이 내 두피를 쪼아대기 시작했다.</div> <div>내 후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 조류들은 달콤한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나보다. 내 밥을 왜 니 피부에 양보해야하냐면서 시위하는 그 새들에게 나는 무력할 뿐이었다.</div> <div>드디어 뉴턴 이자식이 은혜를 원수로 갚는구나 싶었다. 조류독감에 걸리는건가 걱정이 되기도 하고 뉴턴의 광역저주가 강력한건지, 아니면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엇는지 생각까지 들게 되었다.</div> <div>그 와중에도 개드립에 능한 내 후임은 뉴턴이 드디어 각성하여 드루이드의 칭호를 획득했다고 떠들어댔다.</div> <div> </div> <div>후에 이는 뉴턴이 드루이드냐 비스트마스터냐는 논쟁아닌 논쟁이 있었고, 마법사가 소환술까지 쓰다니 이녀석은 사기캐다. 투기장 쩔좀 해달라는 요청에 그 녀석의 낯빛은 참으로 볼만했었다.</div> <div> </div> <div>공룡을 멸망시킨 녀석이 네놈이로구나! 나의 공룡쨔응을 돌려달라는 놀림도 받았고</div> <div>그가 스물다섯 마법사로 전직하는 2012년에 네놈이 운석을 떨어뜨려 우리 모두를 멸망시키려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었다.</div> <div> </div> <div>복학 직후 내 학점이 곧장 떨어졌었고,</div> <div>몇년 후인 아직까지도 나의 랭크게임 점수가 곤두박질 치는 것을 보아하니, 그의 저주가 풀리려면 아직 조금 더 남은 것 같다.</div> <div> </div> <div>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