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r /></div> <div><br /></div> <div>초보 소설가들을 위한 강좌를 한 번 해봅시다. 끝까지 할지 못할지는 모르지만.</div> <div>그 시작을 플롯과 스토리로 시작해볼게요.</div> <div>미리 말씀드리지만 이 강좌는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히 저의 비루한 사견일 뿐입니다, 하지만</div> <div>이런 강좌는 돈 주고도 못들어요. 그러니 시간을 들여서 천천히 따라와보세요.</div> <div><br /></div> <div>***</div> <div><br /></div> <div>플롯이 뭐고 스토리가 뭔지는 구글 찾아보시면 나오는데 그런건</div> <div>별로 도움이 안되요. 머릿 속의 언어적 개념을</div> <div>'시각화' 하는 연습을 틈틈이 하세요. 저는 소설을</div> <div>이런 식으로 단순하게 시각화 했어요.</div> <div><br /></div> <div>플롯은 하나 조형물이에요. 집이나 동상 같은거죠. 3차원의 조형물.</div> <div><br /></div> <div>스토리는 플롯의 그림자에요. 즉 3차원의 조형물에 조명을 비추어 생기는 2차원의 그림자.</div> <div><br /></div> <div>그럼 조명이 되는 광원은 뭘까요? 그게 바로</div> <div><br /></div> <div>케릭터 입니다. 케릭터가 없으면 스토리는 없어요. </div> <div><br /></div> <div>이 문장을 기억해두세요</div> <div>'스토리는 케릭터가 플롯에 빛을 비추어 만들어 낸 그림자.'</div> <div>너무 중요하니까 한 번 더 쓸게요.</div> <div>'스토리는 케릭터가 플롯에 빛을 비추어 만들어 낸 그림자.' </div> <div>기억하세요. 두 번 세 번 기억하세요. </div> <div><br /></div> <div><br /></div> <div>머리 속에 그림을 그려보세요. 그려지죠? 우리 초등학교때 간단한 실험도 해봤죠?</div> <div>주전자 하나 놓고 광원의 위치를 바꿔가며 어떤 그림자가 생기는지.</div> <div><br /></div> <div>같은 플롯이라도 케릭터가 어떤 위치에서 어떻게 빛을 발하느냐에 따라</div> <div>완전히 다른 그림자를 만들어내요. </div> <div>작가는 일일이 수작업으로 플롯을 만들어내지만 독자에게 보여줄 수 있는 것은</div> <div>오직 </div> <div>그림자에요. 그래서 작가의 고민은</div> <div>독자로 하여금</div> <div>'그림자만 보고' 3차원의 플롯을 만질 수 있게끔 만드는거죠. 그게 작가의 임무에요.</div> <div>주전자의 그림자만 보여주면서 독자가 '아 이건 주전자가 아닐까?' 하고 답에 근접할 수 있게끔 해야해요.</div> <div>다른 비유도 한 번 들어볼까요.</div> <div><br /></div> <div>작가가 멋진 스웨터를 짰어요. 하지만 독자에게 선물 할 때는</div> <div>실을 풀어서 줘야해요. 실에는 스웨터를 짰던 굴곡만 라면발처럼 꼬불꼬불하게 남아있죠.</div> <div>풀어낸 실이 독자의 손아귀에서 짠 하고 스웨터로 다시 짜여져야해요. 과학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일이에요.</div> <div>그래서</div> <div>소설은</div> <div>어려워요. 훈련이 필요하죠. </div> <div><br /></div> <div>초보 소설가들이 가장 많이 헤매는 이유는 케릭터를 만들어보지 못해서</div> <div>자신의 플롯이 그림자를 만들어내는 경험을 못해봐서 그래요. 그래서</div> <div>독자에게 </div> <div><br /></div> <div>'플롯의 그림자'를 보여주지 못하고</div> <div>'플롯 자체를 설명' 해요. 이 차이가 느껴지시나요. 초보 소설가가 빠지는 딜레마에요.</div> <div><br /></div> <div>플롯에 대한 설명을 듣는 것은 지루해요, 하지만</div> <div>플롯의 그림자를 보면서 상상하는 것은 재미있어요.</div> <div>메뉴얼과 소설의 차이에요. </div> <div><br /></div> <div><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단편소설의 플롯은 간단해요. 왜냐하면 많은 케릭터가 등장할 수 없기 때문에. 고작해야 하나 혹은 둘, 많으면 셋 정도.</span></div> <div><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장편 소설의 플롯은 복잡할 수 있어요. 케릭터가 많이 등장할 수 있기 때문에.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독자는</span></div> <div><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플롯이 만들어내는 여러 개의 그림자를 비교 대조하면서</span></div> <div>3차원에 존재하는 플롯의 원형을 추측하죠.</div> <div><br /></div> <div>여기까지 조금 이해가 되셨나요. 그러면 계속 따라와보세요. 실제로 제가 플롯을 만드는 과정을 보여드릴게요.</div> <div>저는 오늘 아침 1시간 정도 산책을 했어요. 그 산책 도중에 내가 상상한 것들은 대충 아래와 같아요.</div> <div><br /></div> <div>*****</div> <div><br /></div> <div>저는 고양이를 자주 사용해요. 그냥 제 취향이죠. 그저 제 모티브의 단골이에요.</div> <div> </div> <div>고양이가 한마리 있어요. 내 품에 있어도 되고 길바닥을 헤매도 되요. 고양이. 고양이...나는 고양이를</div> <div>옆집에 두어봤어요. 옆집. 아파트? 아니면 원룸으로 하죠. 원룸. 방음이 잘 안되는 원룸.</div> <div><br /></div> <div>옆방에는 여자가 살아요. 아직 한 번도 보지 못한 여자가 좋을까, 아니면 인사라도 몇번 해본 여자가 좋을까.</div> <div>그 여자는 몇살일까, 혼자 살까, 아니면 가끔 남자를 데려올까. 몰라요. 대충 상상해보고 일단 접어요. 가능성은 많겠죠.</div> <div><br /></div> <div>방음이 안되니까 고양이 소리가 들려요. </div> <div>가끔 그 소리 때문에 잠을 설치기도 하겠죠. 나와 고양이. 남자와 고양이. 혹은 그저 사람과 고양이.</div> <div>나는 여기서 잠깐 케릭터의 무게를 가늠해보기도 해요. 주인공인 '나'와 짐승인 고양이. 아무튼 여기까지는 그저 그래요.</div> <div><br /></div> <div>그런 고양이가 어느날 갑자기 소리가 들리지 않아요. 왜일까요?</div> <div>여기서부터 조금 재미있어져요. 이 이야기의 플롯에는 '사라짐'의 요소가 끼어들었어요.</div> <div>사람짐과, 사라짐에 대한 호기심. 어느 날부터인가 옆 방에서 고양이 소리가 안들려요. 아, 여기까지 생각해보니</div> <div>평소에 옆방 여자는 아주 조용한 편이었다고 해두는게 좋을 것 같아요. 고양이의 울음소리를 강조할 수 있으니까.</div> <div><br /></div> <div>자 일단 이정도까지 상상하고 나면 이 이야기의 플롯은 어느 정도 두 구획으로 나눠져요.</div> <div>주인공인 '나'와 옆방 여자, 그리고 고양이. 나는 상상해요. 여자와 고양이. 여자는 고양이를 어디서 데려왔을까요?</div> <div>고양이의 소리가 사라지는 이유는 분명히 고양이를 데려오는 과정과 상관이 있을거에요. 아무튼 그래야 해요.</div> <div>길에서 주워왔을까요? 아니면 훔쳐왔을까요? 아니면....혹시 그녀는....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div> <div>밤마다</div> <div>고양이의 울음 소리를 흉내내는 것일까요? 왜일까요? 아 재밌어요. 고양이의 울음 소리를 흉내내는 여자.</div> <div>하지만 막막해요. 제정신이 아닌것 같아서. 일단 접어요. 옆방 여자에 대해서 그나마 조금 상상을 했어요. 그러고 보니</div> <div>주인공인 '나'에 대한 상상이 부족해요. </div> <div><br /></div> <div>나는 누구일까요? 나는 누구면 좋을까요? 내가 누구면 재미있을까요? 나는 왜 옆방의 소리에 호기심을 가질까요?</div> <div>한참을 생각했어요. 이리 저리. 그러다가 문득, 훌쩍 건너뛰어봤어요.</div> <div>주인공인 나는 실제 그 방의 주인이 아니다 라는 상상. 아 이 상상 재미있어요.</div> <div><br /></div> <div>주인공이 어떤 우연한 계기로 그 방에 들어오게 되면 어떨까?</div> <div>집을 나와 헤매다가 우연히 들어온 원룸 건물에서 추위와 배고픔에 떨다가 아무 생각없이 돌려본 현관문이</div> <div>덜컥 열리는 바람에 들어온 주인 없는 원룸. </div> <div>주인공은 일단 잠을 자고, 일단 배가 고파서 냉장고를 뒤져 먹고, 또 일단 배가 부르고 나니 나가려다가</div> <div>또 어떤 계기로 인해 그 집에서 못나갔요. 허무맹랑하지만 재미있어요. 이야기가 산으로 갈 가능성이 다분해요. 좋아요.</div> <div>구상 단계에서 이야기가 산으로 가는건 언제나 재미있는 모험이에요. </div> <div><br /></div> <div>자, 일단 아주 허무맹랑하지만</div> <div>이 이야기는</div> <div>2개의 방과</div> <div>2개의 미스터리로 시작할 가능성이 보여요. </div> <div><br /></div> <div>첫번째 미스터리는 옆집 여자. 고양이 소리가 들리는 옆집 여자.</div> <div>두번째 미스터리는 주인공이 들어온 빈 집. 그 빈 집에 살던 사람은 누구일까요? </div> <div><br /></div> <div>주인공을 난처한 상황에 빠뜨려볼까요? </div> <div>우연히 빈 원룸에 들어온 주인공은 디지털 도어락이 고장나는 바람에 집에 갇힌걸로 하면 어떨까요?</div> <div>주인공은 휴대폰도 없어요. 자기 집도 아니니 창문 열고 살려달라고 할 수도 없어요. 이것도 괜찮을것 같아요.</div> <div>케릭터에게 적당한 고난을 주면 이야기가 재밌어지거든요.</div> <div>주인공은 남의 집이니 아주 조용히 먹고 자고 싸겠죠. 아마 화장실 물내리는 소리가 너무 크다고 생각할거에요.</div> <div>아아 이거 괜찮은데요. 주인공은 생전 처음 경험해봐요. 사람이 일상에서 얼마나 많은 소음을 내는지.</div> <div>자신의 숨소리, 심장 뛰는 소리까지 들어요. 아 이것도 좋겠는데요. 뭔가 집중력이 있어보여요.</div> <div><br /></div> <div>이제 또 옆집 여자를 생각해요. 고양이 울음소리 말고</div> <div>또 다른 소리를 낸다면 뭐가 좋을까요? 섹스 하는 소리? 자위 하는 소리? 에로틱하긴 하지만 좀 유치해요. 너무 뻔하죠.</div> <div>그럼 이건 어떨까요?</div> <div>옆집 여자는 주인공이 들어온 방의 남자와 안면이 있어요. 그리고</div> <div>주인공이 있는 방의 원래 주인이 며칠간 집을 비운다는 사실 또한 알고 있어요. 그래서 맘껏 소리를 내죠.</div> <div>음음 좋아요. 허무맹랑하지만 나름 '이유'들이 생겨요. 논리성을 가지기 시작해요. 아 좋아요. 멋져요.</div> <div><br /></div> <div>다시 훌쩍 건너 뛰어봐요. 나는 주인공이 '의지'를 가졌으면 해요. 아마 주인공은</div> <div>분명히 자신의 의지로 그 집을 탈출하려고 할거에요. 어느 순간에는 필사적으로. 이런건 어떨까요?</div> <div>천신만고끝에 주인공이 겨우 문을 열고 나가려는데</div> <div>옆집 여자가 떡 하니 문앞에 있어요. 뭔가 극적인 장면일 수 있겠는데 거기까지 가는 과정은 전혀 모르겠네요. 아무튼</div> <div>극적인 장치를 마련할 가능성이 있어요.</div> <div><br /></div> <div>아, 또 이런건 어떨까요?</div> <div>주인공이 우연히 들어와 갇혀버린집. 원 주인은 며칠간 집을 비운다고 옆집 여자에게 말해두었어요.</div> <div>주인공은 그 집에서 갇혀있으면서 원 주인에 대해서 하나하나 알아가기 시작해요. </div> <div>알고보니 그 집의 원래 주인은 유서를 남겨두고 생의 마지막 여행을 떠난 것이었어요.</div> <div>주인공은 그 남자가 죽지 않기를 바래요, 그리고 아무튼간에,</div> <div>그 남자도 모르는 그 남자가 살아야 할 이유를 발견해요. 아 이거 좀 유치하고 신파 냄새가 풍기지만 나름 장점도 있어 보여요.</div> <div>주인공의 삶과 얼굴 모르는 원룸의 원래 주인의 삶이 만날 수 있어요. 뭐 아무튼.</div> <div><br /></div> <div>그러면 또 옆집 여자는? 아 잘 모르겠어요. 여자는 정말 잘 모르겠다니까요. 에혀.</div> <div><br /></div> <div>저는 오늘 한시간 정도 산책을 하면서 이정도까지 상상하다가 배가 고파서 들어왔어요.</div> <div>전체적으로 허무맹랑해요. 고양이에서 시작했는데 하다보니 고양이는 없어도 될듯해요. 항상 그래요. 제가 고양이를 좋아하는 이유죠.</div> <div>고양이에서 시작하면 어느 순간 고양이는 사라져 버리는데 이따금</div> <div>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떡하니 나타나곤 해요. </div> <div><br /></div> <div>플롯을 집짓기에 비유한다면 이정도까지의 상상은</div> <div>땅바닥에 대충 금을 찍찍 그어두고 건축자재 몇개 구입해놓은 정도라고 볼 수 있어요. 케릭터는 존재조차 하지 않는 단계죠.</div> <div><br /></div> <div>저는 보통 기초 단계의 상상은</div> <div>메모를 잘 안해요. 기억의 어두운 부분속에 남겨두고 알아서 자라길 바래요. 그러다 까먹기도 하고.</div> <div>이런 식으로 하는 상상이 한 편의 글로 만들어지는 경우는 매우 적어요. 그저 상상 자체가 재미있으니 해보기도 하는거죠.</div> <div>가능하면 이걸 글로 쓰면 좋겠네요. 하지만 완성될 가능성은 적어요. 항상 그래왔으니까.</div> <div><br /></div> <div>이 글을 보시는 초보 소설가분들, 한 번 상상해보세요. </div> <div>다음주, 혹은 다다음주에 이 상상의 나래를 조금 더 펴볼게요. 그러면 서로의 상상을 비교해 볼 수 있어요.</div> <div><br /></div> <div>***</div> <div><br /></div> <div>재미있으셨나요? 소설의 시작은 이렇게 허접하고 무모해요. 글로 적어놓은 것보다</div> <div>산으로 가는 다른 엉뚱한 상상들이 훨씬 많아요. 일종의 여행이죠. 이러다가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되기도 해요.</div> <div>배가 산으로 가는 것을 두려워하면 안되요. 산은 좋아요. 산은 건강하고, 산은 항상 옳아요. 그냥 가보는 거에요.</div> <div><br /></div> <div>이 상상은 잠시 그냥 놓아두고</div> <div>다음 강좌에서는 기존의 플롯을 분석해볼게요. 영화는 플롯을 공부하기 좋은 매체에요.</div> <div>영화 신세계의 플롯을 다음 시간에는 분석 해봅시다.</div> <div><br /></div> <div><br /></div> <div><br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