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입대할 때만해도 흐를것 같지 않던 시간이 흘러 어느새 나는 중대 최고참이 되어 있었다. 이제는 무사전역만을 바라며 </font></div> <div><font size="2">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 전부인 소대에서 공기와 같은 존재가 되어 남은 전역일 만을 세어나갈 뿐이었다. </font></div> <div><font size="2">평화로운 날들의 연속이었지만 한가지 불만인 것은 내가 아직도 분대장이라는 사실이었다. 보통 집에 갈 날이 얼마 남지 </font></div> <div><font size="2">않은 말년이 되면 후임에게 분대장직을 넘겨주는 것이 의례적인 관례였지만 왜인지 나는 전역일이 얼마 남지 않았음에도</font></div> <div><font size="2">불구하고 분대장을 맡고 있었다. 소대장을 볼때마다 분대원들에 관심을 주고 책임감이 필요한 이 직책에 나처럼 노쇠하고 </font></div> <div><font size="2">군생활에 대한 열정도 의지도 없는 병사에겐 어깨의 견장이 너무도 무거우며 나는 이제 관심을 줄 입장이 아니라 관심을 </font></div> <div><font size="2">받아야 하는 존재라며 분대장직에서 물러서게 해달라고 상소를 올렸지만 그때마다 소대장은 윤허하지 아니하였다. </font></div> <div> </div> <div> <font size="2">사실 분대장을 달고있다고 군생활이 크게 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가끔 회의할때나 모이고 평소에는 일반병사들과 하는일이 </font></div> <div><font size="2">크게 다를건 없었지만 내가 이토록 분대장직을 벗어나길 갈망하는 이유는 바로 분대장 일지 때문이었다. 우리 부대에서 </font></div> <div><font size="2">분대장들은 하루에 한 번 씩 분대장 일지를 써야했다. 그날 하루 있었던 사건사고나 분대원들의 건강상태, 심리상태등을 체크해서</font></div> <div><font size="2">기록하는 일종의 관찰일기였다. 초등학교때 일기조차 쓰지 않던 나로써는 매일같이 분대장일지를 써야 한다는건 정말 귀찮은</font></div> <div><font size="2">일이었다. 물론 하루하루 분대원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지켜본다는 취지는 좋지만 별다른 일이 없을땐 도무지 쓸말이 없어 </font></div> <div><font size="2">괜한 후임을 병자로 만들기도 하고 없는 고민도 만들어 내는게 현실이었다. 이렇게 없는말이라도 써놓고 나면 그 다음에는 </font></div> <div><font size="2">도무지 쓸 말이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분대원들 조차도 자꾸 뭘 물어보는게 귀찮은 눈치였다. 매일 뭐라도 적어보려 별일 없냐고</font></div> <div><font size="2">물어보면 별일 없다고 대답할 뿐이었고 가끔씩 존나 진지하게 '<font face="궁서">너 정말 군생활에 힘든일이나 애로사항 없어?' </font><font face="굴림">라고 궁서체로 물어도</font></font></div> <div><font size="2"><font face="굴림">아무일 없다는 대답 뿐이었다. 그러다 보니 이삼일에 한번씩 몰아서 작성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나마 나는 양반이었다. 일주일에</font></font></div> <div><font size="2">한번씩 소대장이 분대장일지를 체크하는데 보통 다른 분대장들 대부분이 일주일씩 밀려있다가 검사받는 날짜가 다가오면 </font></div> <div><font size="2">인터폰에 비친 구몬선생님을 발견한 초등학생 마냥 허겁지겁 일주일치를 몰아서 쓰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그랬기에 내용은 대부분이 </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200x년 x월 x일</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특이사항 없음. </font></div> <div> </div> <div>200x년 x월 x일 </div> <div> </div> <div>특이사항 없음. </div> <div>...</div> <div>...</div> <div>..</div> <div> </div> <div>이런식으로 이어지곤 했다. </div> <div> </div> <div>그러던 어느날이었다. 일과가 끝나고 분대장 일지를 검사받는 날이었다. 다른 분대장들과 함께 소대장실로 향했는데 그날따라 소대장의 분위기가 </div> <div>심상치 않았다. 소대장 또한 제대가 얼마 남지 않아 평소에 말년인 나와 편하게 지내는 사이였는데 아무래도 중대장이 또 푸닥거리를 한번 했는지 몹시 기분이 좋지않아 보였고 그날따라 별거 아닌일로 트집을 잡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분대장일지를 보며 트집을 잡기 시작했다. 내용이 부실하다. </div> <div>성의가 없다 개판이다. 이따위로 할거면 하지마라. 나도 모르게 '네!'라는 대답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그대로 다시 삼켜야 했다. </div> <div>그러더니 갑자기 나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선임분대장이 이따위로 쓰니까 후임들도 똑같은거 아니냐. 너는 글쓰는과 나왔다는 놈이 이따위로 밖에 </div> <div>못써가지고 오냐. 라며 나를 비난하기 시작했고 소대장실을 나서며 나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누를수가 없었다. 그렇게 소대장은 말년의 반항심에</div> <div>불을 지피고 말았다. 그 날 이후 다음 검사일까지 나는 하루에 한시간씩 앉아서 분대장일지를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다음주가 돌아왔다. </div> <div> </div> <div>다시 소대장실을 찾아가 일주일간 작성한 분대장 일지를 내밀었다. 소대장은 전보다 늘어난 양에 만족한듯 싶었다. 그렇게 분대장 일지를 읽어 내려</div> <div>가던 소대장의 얼굴에 조금씩 그늘이 지기 시작했다. </div> <div> </div> <div> 200x년 x월 x일 </div> <div><strong> xxx일병과 ooo상병의 식습관에 대한 고찰과 분석</strong></div> <div><strong></strong> </div> <div>본 분대장 일지에서는 xxx일병과 ooo상병의 식사습관과 평소 생활습관에 따라 어떠한 변화가 이루어지고자 알아보는데 그 목적이 있다. </div> <div>연구 대상은 x소대 x분대에 서식하는 xxx일병과 ooo상병을 대상으로 한다.</div> <div>.....중략...... </div> <div>금일 xxx일병은 조식 식사에서 나온 임연수어 일부를 남기는 모습을 보아 식욕저하가 의심되나 정오 이후 소변 3회와 대변 2회의 배변활동을 실시한 것을 통해 xxx일병의 소화기능이 원활하게 이루어 지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div> <div>ooo상병의 경우 금일 px를 2회 이용해 과자 및 초코렛을 섭취한 것으로 보아 식약청에서 권장하는 일일당류권장량을 초과 섭취한 것으로 보이며</div> <div>이에따른 혈중 당농도 상승이 우려된다. </div> <div> </div> <div> 을유년 x월 x일 맑다.</div> <div> </div> <div>아침을 일찍 먹었다. </div> <div>위병소에 나가 공무를 보았다. 각 소대의 사수와 부사수 들이 인사하러 왔다. </div> <div>부사수 하나가 바리케이트를 관리하지 않아 곤장을 쳤다. 사수 역시 점검하지 않아 이 지경에까지 된것이니 해괴하기 짝이없다. </div> <div>공무를 어줍짢게 여기고 제몸만 살찌려 들며 이와같이 돌보지 않으니, 앞 날의 일을 알만하다. </div> <div>공무를 보고 사격을 나가 k2 열발을 쏘았다. </div> <div> </div> <div> 200x년 x월 x일 </div> <div> </div> <div>살어리 살어리랐다. 부대에 살어리랐다. </div> <div>건빵이랑 맛스타 먹고 부대에 살어리랐다. </div> <div>얄리얄리 얄랴셩 얄라리 얄라. </div> <div> </div> <div>가던 차 본다. 가던 차 본다. </div> <div>녹 뭍은 k2일랑 가지고 위병소 아래 가던차 본다. </div> <div>얄리얄리 얄랴셩 알라리 얄라. </div> <div> </div> <div>........ 후략...... </div> <div> </div> <div> 200x년 x월 x일 </div> <div> </div> <div> 광야 </div> <div> 강xx </div> <div> 까마득한 날에 </div> <div> px가 처음 열리고 </div> <div> 어데 이등병 우는 소리 들렸으랴 </div> <div> </div> <div> 모든 장병들이 </div> <div> px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div> <div> 차마 이곳을 범하던 못하였으리라</div> <div> </div> <div> 다시 천고의 뒤에 </div> <div> 황금마차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div> <div> 이 px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div> <div> </div> <div>200x년 x월 x일 </div> <div> </div> <div>xxx상병은 의무대에서 나오는 ooo일병과 마주쳤다. </div> <div>"너... 설마.... " xxx의 눈이 ooo의 손에 쥐어진 약봉지에 머물렀다.</div> <div>"내성발톱 이라더니.... 나에게 거짓말 한거였어?" </div> <div>"... 그래요 거짓말이었어요. 어떻게 말해요! 어떻게!"</div> <div>"이런 바보... 왜 말을 못해! 그냥 무좀이면 무좀이라고 왜 말을 못하냐고!"</div> <div>"미안해요.. 미안해.. "</div> <div>xxx가 와락 ooo을 껴앉았다. 은은한 달빛많이 두 사람을 감싸앉았다. </div> <div> </div> <div>이렇게 소대장이 만족할만한 다양한 장르의 분대장 일지를 작성해 제출하고 소대장의 반응을 살폈다. 소대장의 몸은 밀려드는 감동 때문인지 </div> <div>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 </div> <div>그리고 내 후임들은 내 목을 조르는 소대장을 떼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했다.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