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div> <div><font size="2">이등병 시절 막내생활을 3개월 정도 하다보니 후임들이 하나 둘 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한동안 신병들을 받지 못해 내무실에 병장들만 </font></div> <div><font size="2">가득했었고 나를 기점으로 신병들이 마구 전입오기 시작했다. 난 흔히 말하는 풀린 군번이었다. 갑자기 어느순간부터 후임들이 많아지기</font></div> <div><font size="2">시작했고 처음엔 나도 고참이 되어간다는 생각에 마냥 기뻣지만 시간이 지나다보니 후임이 많다는게 마냥 좋지많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font></div> <div><font size="2">그도 그럴것이 나도 아직 완벽하게 군생활에 적응을 하지 못한 상태인데 후임들 까지 많아지다보니 아직 내 앞가림 하기도 벅찬 상태에서 </font></div> <div><font size="2">후임들까지 챙겨야 하는 상황이 오고 만것이다. 후임들은 모르는게 있거나 사고를 치면 나를 찾아왔고 그 일중에 내 선에서 해결할 수 있는</font></div> <div><font size="2">일은 별로 없었다. 그리고 고참들은 누가 실수를 했다고 하면 자연스럽게 나를 찾았다. 그렇게 아래 위에서 치이다보니 군생활은 갈수록</font></div> <div><font size="2">고달퍼져만 갔다. 일년만 참으면 내가 왕이라는 생각으로 버텼지만 그 꿈마저도 나중에 중대개편이 되면서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그런 와중에 또 후임이 들어왔다. 그것도 두명이나. 그 둘은 처음 봤을때부터 풍기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보통 신병이 들어오면 </font></div> <div><font size="2">꾀죄죄하고 볼품없기 마련인데 이 둘은 그렇지가 않았다. 한명은 키가 크고 훤칠한 쾌남스타일이었고 또 한명은 성인이라는게 믿기지</font></div> <div><font size="2">않을 정도로 앳되고 곱상한 모습이었다. 이런말 하기 그렇지만 나를 비롯해 지금껏 들어온 신병들은 참.. 못생겼었다. </font></div> <div><font size="2">이런 조류,어패류,무척추동물들 사이에 포유류가 등장하니 그들에 대한 고참들의 관심또한 높아졌고 기대치 또한 상승하게 되었다. </font></div> <div><font size="2">그리고 그들은 그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다. 사회에 있을때 같은 대학교를를 다니다 동반입대를 했다던 그 둘은 </font><font size="2">빠르게 군생활에 적응했다. </font></div> <div><font size="2">쾌남 스타일의 후임 A는 이등병 답지 않게 작업이면 작업 훈련이면 훈련 할것없이 </font><font size="2">시키는 대로 잘 하는 편이었고 곱상한 후임 B는 </font></div> <div><font size="2">눈치가 빨라서 고참들의 비위를 잘 맞추는 스타일이었다. 그들은 간만에 A급 후임이 </font><font size="2">들어왔다며 </font><font size="2">선임들의 사랑을 독차지 하게 되었고 </font></div> <div><font size="2">나역시 간만에 들어온 손이 안가는 후임들이라 신경쓸게 없어서 좋았다. </font></div> <div><font size="2">몇 달이 지나고 그 사이에 후임들이 더 들어와 어느새 소대에는 이등병들이 바글바글하게 되었다. </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그러다 이상한 소문에 들려오기 시작했다. A가 후임들을 패고 다닌다는 소문이었다. 너무 뜬구름 잡는 소리라 처음엔 그냥 악성루머 </font></div> <div><font size="2">정도로만 생각했다. 고참들이 봤을땐 전혀 그런 분위기가 아니었고 설마 이등병이 이등병을 때리는 일이 있을 거라곤 생각도 못했기에</font></div> <div><font size="2">고참들의 편애에 질투가 난 후임들이 흘리는 헛소문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후임들 몇명에게 슬쩍 떠보는 식으로 물어봤지만</font></div> <div><font size="2">그런일은 없었다는 얘기에 그냥 한귀로 듣고 흘려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루머는 계속됐다. 소각장에서 A와B가 고참들 욕을 하는걸 </font></div> <div><font size="2">들었다는 소문도 들리기 시작했고 소문은 입을타고 점점 커져만 갔다. 확실한 증거도 없고 괜히 생사람 잡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에 </font></div> <div><font size="2">다들 쉬쉬하고는 있었지만 이쯤대니 조금씩 의심이 가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A와 B를 유심히 살펴봤지만 전혀 그런기미는 보이지 </font></div> <div><font size="2">않았다. 하지만 먼저 사고를 친건 의외의 인물이었다. </font></div> <div> </div> <div><font size="2">어느 날 옆소대에서 구타사건으로 고참들이 대거 영창에 가는 사건이 일어났다. 그 파문은 일파만파 커져갔고 점호를 얼마 앞둔 </font></div> <div><font size="2">저녁때였다. 점호준비를 하고 있는데 소대장실에 불려갔다온 분대장이 수양록을 모아서 가져오라는 말을 전했고 나는 후임들의 </font></div> <div><font size="2">수양록을 걷기 시작했다. 거의 다 걷어갈때 쯤 나는 B에게 수양록을 가져오라는 얘기를 했지만 녀석은 멀뚱멀뚱 서서 안절부절못하고</font></div> <div><font size="2">만 있었다. 그러고 하는 얘기가 수양록을 잊어버렸다는 것이었다. 분명 어제까지도 수양록을 쓰고 있는 걸 내 두눈으로 봤기에 </font></div> <div><font size="2">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녀석의 관물대로 향했다. 하지만 녀석은 나를 가로막았고 자기가 직접 가져가겠다고 나에게 말했다. </font></div> <div><font size="2">어이가 없는 와중에도 무언가 있음을 직감하고 녀석을 힘으로 제압했다. </font></div> <div><font size="2">소란피우지마 잡아먹는게 아냐 잠깐만 얌전히 있으면돼.. 수양록을 확인해 볼게 있어. 분</font><font size="2">대장도 궁금해 하더라고.. 수양록! 수양록을 보자! </font></div> <div><font size="2">그렇게 수양록을 꺼내 내용을 확인했다. 수양록은 데스노트를 방불케 했다. 고참들에 관한 차마 입에 담기도 힘든 욕들이 빼곡히 적혀있었다. </font></div> <div><font size="2">결국 고참들도 모든 내용을 확인하고 역시 머리검은 짐승은 거두는게 아니라며 분노했다. 그렇게 B는 사랑받던 후임에서 천하의 </font></div> <div><font size="2">개쌍놈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친구따라 강남간다고 A역시 오래가지 못했다. </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데스노트 사건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A와 후임들이 쓰레기를 버리러 소각장에 다녀온 직후였다. 무언가를 발견한 한 고참이 </font></div> <div><font size="2">후임을 불러세웠다. 후임의 활동복 등짝에 새겨진 운동화 자국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후임을 추궁하던 고참은 결국 평소에 A가 </font></div> <div><font size="2">몰래몰래 후임들을 때린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평소 A의 협박에 아무말도 못하고 있다가 이 후임의 고백을 시작으로 다른 후임들 </font></div> <div><font size="2">역시 그간 있었던 일들을 줄줄이 털어놓기 시작했다. </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햇살이 따뜻한 여름날이었다. 고참의 전투화가 선명하게 A의 정강이를 핥고 있었다.</font></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