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div> <div><font size="2">어쩌면 시작은 사소한 일이었다. 부식선탑을 다녀오던 길이었다. 가끔씩 나가는 선탑은 귀찮은 일이었지만 돌아오는 길에 </font></div> <div><font size="2">슈퍼에 들려 군것질을 하고 올수 있다는 소소한 즐거움이 있었다. 그날도 항상 들르는 슈퍼에 내려 먹을것을 고르던 도중 </font></div> <div><font size="2">내 눈에 띄는 물건이 있었다. 그건 바로 화투였다. 군생활의 지루함 때문이었을까. 난 아무생각 없이 화투를 집어 들었고 </font></div> <div><font size="2">이 작은 화투장하나가 어떤 후폭풍을 몰고 올지 그땐 미처 몰랐다. </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처음엔 다들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은 그들조차 모르게 점점 도박의 늪으로 한발 한발을 </font></div> <div><font size="2">내딪고 있었다. 처음엔 단순한 손목맞기나 딱밤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어느샌가부터 담배,화장지,부식 등 보급품을 걸고 </font></div> <div><font size="2">화투를 치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나의 승률은 80프로에 육박했다. 사실 군 입대전 야식내기 화투에 미쳐 친구들과 수많은 </font></div> <div><font size="2">밤을 새며 화투를 쳤던 나이기에 순진한 군인들 등쳐먹기란 앰비션 cs먹기보다 쉬운 일이었다. </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소대에 더이상 상대가 없자 나는 원정게임을 다니기 시작했다. 다른 소대를 돌아다니며 화투를 치다보니 어느새 </font></div> <div><font size="2">내관물대는 더이상 공간이 없을 정도로 보급품들로 가득 차 있었고 주변인들이 나를 부르는 호칭은 </font><font size="2">3소대 아귀가 되어 있었다. </font></div> <div><font size="2">그렇게 팔도를 유랑하듯 다른 소대 내무실을 돌아다니다 어느날 휴지가 없어 화장실에 못가는 후임의 모습을 보고 무언가 </font></div> <div><font size="2">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내 관물대에는 샤워하고 몸을 닦아도 남을만큼 휴지가 넘쳐나는데 그깟 똥 닦을 휴지가 없어 </font></div> <div><font size="2">쩔쩔대는 후임의 모습을 보며 나는 이제 손을 뗄 데가 되었구나라고 느꼈다. 하지만 이미 발을 빼기엔 너무 깊숙히 </font></div> <div><font size="2">들어가 버린 후였다. 모든 소대를 거의 제패한 후 나에게 도전하는 이가 있었다. 나와는 몇달 차이 안나는 옆소대 고참이었는데 </font></div> <div><font size="2">어느정도 친다는 자신감에 나에게 도전해 왔지만 결국은 나에게 도륙난 채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고 말았다. 하지만 그는 쉽게</font></div> <div><font size="2">포기하지 않았다. 혼자서 다른소대를 돌아다니며 무사수행을 한 후 나에게 재도전 해왔지만 이미 난 손을 씻은 </font><font size="2">후였다.</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그는 끈질긴 집념의 소유자였다. 시도때도 없이 나를 찾아다녔고 도망도 다녀보고 역정도 내보았지만 쉽사리 포기하지 않았다. </font></div> <div><font size="2">그런 그의 모습은 테이큰의 리암니슨을 보는 듯 했다. 복수심에 번들거리는 그의 눈빛은 니가 한판만 더 한다면 널 찾지 않겠다.</font></div> <div><font size="2">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아일 파인 쥬. 앤 오링 유. 라고 말하는 듯 했다. 하지만 다시 화투에 손을 대면 쉽사리 끊을 수 없다는 걸 </font></div> <div><font size="2">알기에 나역시 거절에 거절을 계속했고 어느순간부터 그는 나를 찾아오지 않았다. 그렇게 포기한 듯 보였지만 그는 포기를 모르는</font></div> <div><font size="2">독사같은 인간이었다. 내가 그렇게 요지부동이자 그는 내가 아닌 내 주변인들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우리 분대 후임들을 털어먹기 </font></div> <div><font size="2">시작한 것이다. 독이 오를대로 오른 그에게 후임들이 하나 둘 씩털리기 시작했고 결국은 나도 두 손 두 발 다 들고 말았다. </font></div> <div><font size="2">결국 그렇게 염원하던 나와의 한판이 결정되었고 복수의 칼을 갈던 그는 제법 파격적인 제안을 해왔다. 다음 달 연초 보급날에 </font></div> <div><font size="2">보급연초 전부 다 걸고 한판으로 끝내자는 담대한 제안이었다. 나 역시 자신이 있었기에 그 제안을 받아 들였고 우리들은 </font></div> <div><font size="2">보급날만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보급날이 되기 전 내무실에서 화투를 치다 보급관님에게 적발되어 화투를 압수당했고 </font></div> <div><font size="2">이 세기의 대결은 이렇게 흐지부지 되는듯 했다. 차라리 잘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font></div> <div> </div> <div><font size="2">마침내 보급이 나오는 날이 됐지만 이미 나는 대결에 대해서 모두 잊은 뒤였다. 그런데 그 고참이 나를 찾아왔다. 그는 조용한 곳으로 </font></div> <div><font size="2">가자며 나를 불러냈다. 그가 날 데리고 향한곳은 보급창고였다. 어떻게 보급계원을 구워삶았는지 안에는 이미 보급계원이 기다리고 있었고</font></div> <div><font size="2">그는 약속대로 한판 치자는 말을 꺼냈다. 나는 화투도 없는데 무슨수로 치냐고 물었고 그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font></div> <div><font size="2">그가 꺼내든 것은 무려 손으로 그린 화투였다. 직접 한땀한땀 그림까지 그려넣은 그 종이장들을 보며 내가 든 생각은 그냥 선탑가서 </font></div> <div><font size="2">하나 사오면 될 것을 역시 무식하면 손발이 고생이구나... 였다. 그리고 보급계원이 미리 챙겨온 물건들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font></div> <div><font size="2">담배3보루. </font><font size="2">최상품이었다. 뭔가 어두운 창고에 앉아 담배를 쌓아놓고 종이로 그린 화투를 치고 있으니 프리즌브레이크의 한장면이 </font></div> <div><font size="2">떠올랐다. 하지만 직접 화투를 제작까지 한 그의 집념에 쉽지 않은 한판이 될거란 걱정이 들기도 했다. </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마침내 게임은 시작되었고 나는 그 달에 하루에 담배를 한갑 씩 피울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날 소각장에선 한 남자의 괴성과 </font></div> <div><font size="2">찢어진 화투장들이 발견되었다. </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font>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