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div> <div><font size="2">새로운 중대장이 부임하고 우리의 군생활엔 먹구름이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사실 사람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패기에 차있고 항상 열정이 넘쳤으며 직접 선두에 나서 하고자하는 의지가 강한 사람이었다. </font></div> <div><font size="2">패기.. 열정.. 의지.. 모두 훌륭한 인간의 척도가 되는 단어들이었다. 사회에선.... </font></div> <div><font size="2">하지만 군대에선 얘기가 달랐다. 지휘관이 패기,열정,의지가 넘친다는 건 곧 우리들은 똥줄이 빠지게 될거란 의미였다. </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패기에 차있어 우리는 항상 훈련 한달전 부터 연습을 해야했고 직접 선두에 나서기에 그보다 빨리 움직이기 위해 </font></div> <div><font size="2">우리들은 더 뛰어야 했으며 무엇이든지 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해 우리는 하지 않아도 되야할 일들을 해야했다. </font></div> <div><font size="2">제일 불쌍한 건 중대 통신병이었다. 훈련때마다 무거운 무전기를 들쳐메고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중대장을 쫓아다니는 </font></div> <div><font size="2">중대 통신병의 모습은 마치 한달동안 가둬놓았다 풀어놓은 비글 견주의 모습을 보는 듯 했다. </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덕분에 우리는 쉬는시간에도 편히 쉴수가 없었다. 대학교에서 축구선수로 뛰었다는 중대장은 축구 매니아였다. </font></div> <div><font size="2">수요일 전투체육시간은 물론이고 평일에도 일과가 끝나면 항상 부대원들을 끌고 나와 축구를 하곤 했다. </font></div> <div><font size="2">그 중 유독 우리소대와 축구를 하는일이 많았는데 그 이유는 우리 소대장 역시 축구선수 출신이었기 때문이었다. </font></div> <div><font size="2">짬에 밀린 나는 그때마다 나가서 억지로 축구를 해야했다. 축구를 하는 22명 가운데 즐거워 보이는 사람은 그 </font></div> <div><font size="2">둘 뿐이었다. 그들은 그렇게 하루가 멀다하고 리오넬 대위와 크리스티아노 소대장이 되어 그라운드를 누볐고 </font></div> <div><font size="2">시간이 갈수록 나는 내가 보병부대에 입대한 건지 상무에 입대한 건지 내 정체성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font></div> <div><font size="2">더군다나 주로 수비를 보던 나는 중대장과 마주칠 일이 많았고 선수출신인 중대장을 내가 상대할수 있을리가 없었다. </font></div> <div><font size="2">매번 제껴지고 자빠지고 농락당하고 능욕당하며 매번 만신창이가 되기 일쑤였다. 이제는 축구공만 봐도 치가 떨릴정도였다.</font></div> <div><font size="2">그렇게 진급심사를 축구시합으로 보는건 아닐까 의심이 될때 쯤 장마가 시작됐다. </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최악은 비가 오는 날이었다. 축구는 비오는 날 하는게 제일 재밌다는게 평소 중대장의 지론이었다. 비가 오는 날이면 </font></div> <div><font size="2">만사 제쳐두고 축구를 해야했고 축구가 끝나고 들어올 때의 그 찝찝함은 이루 말할수가 없었다. </font></div> <div><font size="2">어느 토요일이었다. 간만에 휴식을 즐기며 TV를 보고있을때 쯤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불긴한 예감이 들었고 </font></div> <div><font size="2">아니나 다를까 집합명령이 떨어졌다. 그날따라 운동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더할수 없이 무거웠다. </font></div> <div><font size="2">졸지에 여자 아이돌의 현란한 춤사위 대신 중대장의 현란한 발재간을 볼 생각을 하니 시합이 시작하기 전부터 한숨이 </font></div> <div><font size="2">터져 나왔다. 시합이 시작되고 나는 평소처럼 중대장에게 능욕당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30분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font></div> <div><font size="2">날 앞에두고 요리조리 몸을 움직이는 재간둥이같은 중대장의 모습을 보니 어느순간 내 안에서 분노가 들끓기 시작했다. </font></div> <div><font size="2">내 평화로운 휴식을 안락한 군생활을 그리고 아이돌의 춤사위마저 모두 앗아간 존내가 내 앞에서 뛰어가고 있었다.</font></div> <div><font size="2">그렇게 날 제끼고 앞으로 질주하는 중대장의 뒷모습을 보는 순간 나는 내안의 분노에 몸을 맡기기로 결정했다. </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나조차도 믿기지 않는 속도로 뛰어들어가 중대장을 따라잡은 후 온몸을 날려 태클을 시도했다. 그때의 나는 이미 내가 아니었다.</font></div> <div><font size="2">나는 98월드컵 멕시코전 골을 넣은 후의 하석주가 되어 양발태클을 날렸다. 이청용을 노리는 톰밀러가 빙의한 듯 거친 태클을 </font></div> <div><font size="2">날린 후 우리는 뒤엉킨 채 쓰러졌다. 후에 선임의 말에 의하면 그때 나의 모습은 오락실에 있던 슈가~ 슈가~ 하는 축구게임의 </font></div> <div><font size="2">슈퍼태클을 보는 듯 하였다고 한다. 그렇게 넘어진 이후에도 공을 따내기 위해 이리저리 발길질을 하던 나는 무언가 잘못됐음을 </font></div> <div><font size="2">느낄수 있었다. 내 발은 엉뚱한 공을 차고 있었던 것이다. 내 다리는 중대장의 사타구니 근처에서 움직였고 이미 중대장은 </font></div> <div><font size="2">실신직전 인듯 보였다. 그렇게 경기가 중단되었고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에야 중대장은 스스로 일어설 수 있었다. </font></div> <div><font size="2">이성을 되찾고 만감이 교차하기 시작했다. 이런 내 우려와는 달리 중대장은 시합중에 일어난 일이니 신경쓰지 말라고 </font></div> <div><font size="2">쿨하게 말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말과는 달리 미세하게 떨리는 중대장의 사타구니는 그리 쿨해보이지 않았다.</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그 이후로도 중대장의 축구사랑은 계속됐지만 왠지 우리소대와 시합을 하는 날은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 </div> <div><font size="2"></font>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