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기자는 “솔직히 요즘 지상파 3사 가운데 SBS가 가장 뉴스를 잘 만든다”면서 “KBS와 MBC는 누락되고, 빠지고, 축소하고, 회피하는 보도가 많은 반면 SBS는 그래도 다뤄야 할 사안은 포인트를 제대로 짚으면서 다루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기자는 “민영방송이 이 정도인데 공영방송인 KBS가 이에 훨씬 못 미친다.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KBS만 국한되는 게 아니다. MBC 기자들도 비슷하다. MBC 기자들에게 자사 뉴스에 대해 물어보면 “요즘 MBC 뉴스 잘 안봐서 모르겠다” “봐서 뭐 하겠느냐”, “주요한 사안은 다 비껴간다”라는 말을 많이 한다.

MBC 한 기자는 “자사 뉴스에 대해 걱정하고 있고, 종사자로서 봐야 하지만 사실 잘 안 보게 된다”면서 “주요 뉴스를 누락하다보니 심리적으로 손이 잘 안 가게 되고 솔직히 MBC 뉴스를 보면 MBC와 여권이 한 몸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다른 기자는 “보긴 보는데 ‘어떤 아이템은 또 빠졌다’라고 시니컬하게 반응하는 분위기다. 젊은 기자들은 잘 안 보는 분위기인 것 같은데 자사 뉴스에 대해 자조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최근 국정원-NLL 보도 역시 방송사가 덮는 분위기 아니냐“라며 ”앞으로 장마가 이어지면 그 소식이 뉴스 전반부를 차지하게 되겠다는 생각도 든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KBS MBC간부들과 경영진의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냉소나 자괴감과는 거리가 멀다. KBS경영진은 국정원 대선 개입과 관련해 KBS뉴스의 문제점을 지적한 <TV비평 시청자데스크> 제작 전반에 대한 조사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MBC 한 간부는 <시사매거진 2580>의 국정원 아이템을 불방에 대해 ‘매우 정상적인 조치’라고 주장한다.

KBS MBC뉴스에 대해 자사 기자들이 외면할 수밖에 없는 ‘슬픈 현실’이 바로 여기에 있다. “KBS·MBC뉴스요? 왜 봅니까. 열 받게 …”라는 질문이 ‘그들의 직무유기’라는 걸 알면서도 선뜻 비판하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