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나의 어린 시절, 그러니까 학교도 입학 전의 어렴풋한 기억의 가장 큰 자리를 차지하는 부분은</div> <div> </div> <div>텅 빈 거실이었다.</div> <div> </div> <div>그러니까 대충 대여섯살이었던 것 같다. 아마 5살일 것이다.</div> <div>5살 기억을 어떻게 기억하냐고 되물을 수 있지만</div> <div>이건 확실하고 특정한 기억이 아닌 그때 당시의 나의 감정과 느낌이다.</div> <div> </div> <div>유치원을 가지 않던 날, (유치원도 항상 나 혼자 걸어갔었다. 부모님은 맞벌이이셨기 때문에.)</div> <div>방문을 열면 보이던 것은 불이 꺼진 거실, 살구색 커튼을 통과한 햇빛으로 주황색으로 물들어있는 쓸쓸한 거실.</div> <div>그리고 검정색 앉은뱅이 책상위에 쌓여 놓여져 있는 동화책들이었다.</div> <div> </div> <div>쓸쓸함이라는 단어도 모를 나이에 나는 그렇게 외로움과 쓸쓸함이 뭔지 몸소 느꼈던 것 같다.</div> <div>물론 나에게 소홀했던 부모님은 아니셨다.</div> <div>단지, 2살 터울인 언니가 트럭에 발가락을 밟히는 사고를 당해 매일 병간호를 하고 상태를 지켜보러 가느라</div> <div>부모님은 나를 돌보실 여유가 없었기에, 나는 항상 그렇게 혼자 아침을 맞이했고,</div> <div>밥을 스스로 차려먹는 법을 터득했고 (가스렌지 위에 놓여진 곰국이 내 주식이었다.)</div> <div>옆집 아줌마가 오후에 오셔선 나를 돌봐 주었고,</div> <div>언니의 입원 기간이 길어지자 녹번동에 있던 이모집에서 몇달 간 자랐다.</div> <div> </div> <div>아무도 원망할 수 없는, 어쩔 수 없는 일들이었다.</div> <div>그리고 이모집에 있던 나날들이나, 혼자 있던 시간들이 그렇게 싫은 기억은 아니었다.</div> <div>(여담이지만 신기하게도 그때 이모 무릎위에서 배웠던 찬송가들은 아직도 몇몇개 기억이 난다.)</div> <div> </div> <div>그저 내가 그때 느꼈던 감정들, 그러니까 쓸쓸함이라던지 아무도 없는 거실의 느낌이라던지</div> <div>이런 것들은 지금 22년이 지나도 생생하다.</div> <div>물론 시간이 흐름으로 인해 조금은 퇴색되거나 변질될 수도 있다. </div> <div>기억이란 것이 정확한 것은 아니니까.</div> <div> </div> <div>느낌이 남아있을 뿐이다.</div> <div> </div> <div>육아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고, 맞벌이 가정보다 외벌 가정으로 부모 한쪽이 아이를 더 잘 키운다는 보장도 없다.</div> <div>그렇지만 내가 훗날 아이를 키운다면 내가 느꼈던, 나에게 닿았던 </div> <div>알 수 없는 쓸쓸함과 고독을 내 아이에게 느끼게 해주고 싶지 않을 뿐이다. </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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