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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baby_24278
    작성자 : 항상봄빛인생 (가입일자:2015-10-05 방문횟수:1312)
    추천 : 24
    조회수 : 2739
    IP : 210.156.***.65
    댓글 : 19개
    등록시간 : 2019/01/22 14:26:52
    http://todayhumor.com/?baby_24278 모바일
    10개월 딸과 미국 시댁에 다녀온 후기- 2.이유식 쇼크
    10개월 딸과 연말연시를 미국 시댁에서 보내고 온 후기 두번째 입니다.

    미국이란 나라가 워낙 다양한 인종과 민족들이 섞여 있는 곳이니 제 경험이 미국을 대표하진 않을겁니다.
    저희 시댁은 미국의 전형적인 백인 워킹 클래스 같습니다.
    유색인종이라고는 없는 교외 한적한 주택가에 아담한 이층집에서 아들딸 대학 보낸 그런 집입니다.

    저는 아기를 키우는 데 딱히 자신만의 고집이랄 게 있는 편도 아니고, 
    대체로 제 모국 한국이나 현재 거주중인 일본의 엄마들에 비해 좀 게으른 편입니다.
    얼마나 미덥지 않으시면, 제 친정어머니께서 아기 낳은 저를 보러 오셔서는 로봇청소기를 사 주고 가셨어요.
    너처럼 쑥쑥한(지저분한) 엄마 밑에서 자랄 손녀가 안쓰럽다시며.
    하지만 지금도 집안은 난장판입니다.

    이유식은 일단 만들어 먹이고 있긴 하지만, 그건 일본에는 배달 이유식도 없고 시판 이유식은 비싼데다가 아기도 안좋아해서입니다.
    초기에는 이것저것 열심히 만들어봤으나, 중기 이후로 아기가 별로 안먹기도 하고 귀찮기도 해서 저도 대충 만들어 먹이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돌전에는 간을 전혀 안한다고 들었는데 일본에서는 중기 이후로 간장 된장 조금씩 써도 된다고 해서 간도 하구요.
    아기용 과자도 당연히 먹입니다.

    미국 시댁에 가서도 아기 이유식을 만들어서 냉장고에 넣어놨는데, 저희 어머님이 아주 신기해하시더라구요.
    시어머님이나 주변에서 아기 이유식을 만드는 걸 본 적이 없으시대요.

    저희 시어머님이 울 남편과 시누를 키울 때는 3~4개월 부터 분유에 아기용 시리얼을 불려서 젖병에다가 주고
    그 뒤에는 거버처럼 수퍼마켓에서 파는 퓨레 형식의 이유식을 주다가
    8개월 쯤 부터는 어른들이 먹는 음식을 잘게 썰어주고
    10개월 쯤에는 거의 어른들 먹는 음식을 먹였다고 하십니다. 
    물론 그렇다고 10개월 아기에게 스테이크를 썰어먹이신 건 아니시지만, 엄마아빠가 먹는 음식 중에 먹을만 한 건 간도 따로 안하고 그냥 주셨다네요.
    진짜루.

    크리스마스 이브에 남편 외할머니댁에 놀러갔는데, 어머님이 귓속말로
    "할머니께는 아기가 아직 어른음식을 나눠먹지 않는다는 얘기 안했어. 좀... 싫어하실거야..."라고 하시더라구요.
    마치 10개월 아기에게 손수만든 이유식을 먹이는 제가 유난한 엄마로 보일 수 있다는 느낌이었어요.
    신선하더군요. 내가 그런 고집있는 엄마가 되다니!! 

    친척 중에 18개월 된 아기 엄마도 있어서 얘기를 했는데 어머님과 비슷하게 
    4개월부터 거버, 8개월쯤 부터 자기들 먹는 음식을 잘게 잘라서 먹였다고 하네요.

    시누가 곧 서른이라 주변에 아기 키우는 친구들 많은데 "우리 한국 올케는 이유식을 만들어 먹인대"하면 다들 깜짝 놀란다고 합니다.
    "이유식=수퍼에서 사먹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한가봐요.

    저도 수퍼에 가서 아기 이유식을 유심히 봤는데 대부분이 과일 채소 퓨레 종류로, 음식스러운(?) 건 못봤어요.
    한국이나 일본은 9개월 이후로는 시판 이유식도 밥알이 남아있거나 우동면같은 게 보이는데 말이죠.

    진짜 집에서 이유식을 안만드는구나 싶었던 건 서점에 가서 느꼈습니다.
    미국 서점에서 가장 큰 영역을 차지하는 건 요리책이지 싶거든요. 
    채식주의 요리책만 해도 몇십권이죠.
    근데 이유식 만드는 책은 다섯권밖에 없더라구요.
    오가닉 재료로 만드는 이유식(대부분 과일 채소 퓨레 만드는 법), 아이주도 이유식 정도.

    이러니 아기 먹이겠다고 시금치 데치고 당근 삶고 화이트소스 만드는 제가 시댁 식구들 눈에는 "유난하고 까다로운 엄마"로 보일 수 밖에 없었겠죠.
    후후훗. 

    이런 상황을 겪고, 저는 아... 지금까지도 대충 먹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더 대충 먹여도 되겠구나!!란 생각이 들면서 편해졌습니다.
    8개월 때부터 엄청난 편식으로 맥앤치즈와 치토스(!)만 먹었다던 남편이 지금은 누구보다 건강한 식생활을 하고 있는 걸 보니
    지금 내가 아기에게 먹이는 음식이 아기의 평생을 좌우할 것 같은 중압감이 사라졌거든요.

    이게 이번 미국 여행에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이라면 수확입니다.
    대충 해도 괜찮다는 거. 크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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