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를 만진 초등학생을 훈계했다가
부모의 반발로 도리어 학폭위에 회부되어버린
선생님의 기사를 읽었습니다.
어처구니 없는 댓글이 많더군요.
'10살 짜리가 뭘 알겠냐',
'그 정도 나이대 애들이 성적으로 뭘 하는 걸 봤냐',
'애한테 너무 심하게 군 것 아니냐' 등등.
그래서 씁니다.
제가 초딩한테 성추행 당한 썰.
멘붕게에 쓸까 하다가 부모님들께서 더 알아주셨으면 하는 마음에 육아게로 왔습니다.
어이가 없으므로 음슴체로 갈게요.
3년전, 교수님댁에 저녁을 먹으러 가게 되었음.
그 자리엔 교수님 가족뿐만 아니라
교수님과 매우 친분이 있는 박사님의 가족들도 있었음.
아이들은 총 셋이 있었는데,
6살 여자아이가 하나, 나머진 8, 9살인 남자아이였음.
그 또래 애들이 으레 그러하듯
이 아이들도 미친듯이 뛰어다니며 술래잡기를 하고 있는 듯 했음.
비록 초대받아 간 입장이지만
본인은 대학원생이었으므로
교수님 사모님을 도와 접시를 나르고 있었음.
그런데 갑자기 남자애 한 명이 오더니
내 가슴에 손을 딱 올리곤 주무른 것임.
그리고선 "누난 왜 가슴이 있어?ㅋㅋㅋㅋ" 하면서 다른 남자애가 있는 곳으로 도망가는 것임.
둘이 "거봐 가슴 있잖아" 등등의 말을 하는 것을 들었지만
너무 수치스럽고 어이가 상실되어서 더이상 뭐라 말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음.
다른 어른들은 그 장면을 보지 못했고,
나는 힘없는 대학원생이고,
도저히 혼내거나 따지거나 할 수가 없어
아주 더러운 기분으로 그 날 저녁을 보내야했음.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아 가끔씩 엄청 수치스럽고 짜증남.
유치원생이든 초딩저학년이든
어리니까 뭘 모르겠지 하는 것은 부모의 순진한 착각이자 바람일 뿐.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친구를 통해서 요즘 애들도 알 거 금방 알게 됨.
조금만 검색해봐도 이런 어린 애들한테
성추행 내지는 성희롱 당했다고 하는 사연들이 많이 나옴.
그런데도 애한테 민감하게 반응하네 어쩌네 궁시렁 대는 거 보면 매우 화가 남.
본인들이 직접 당하면 절대 그런 말이 안나올텐데
(차라리 당했으면 좋겠다라고도 생각함....그만큼 개빡침).
그러니 부모님들 무조건 감추려만 하지 말고
어릴 때부터 성교육은 확실히 시켜줬음 좋겠음.
'니 몸은 너만 만질 수 있다'뿐 아니라
'남의 몸을 니가 만져선 안된다'라는 개념도 확실하게 심어줬으면 함.
나는 아직 애가 없지만 딸이든 아들이든 낳으면 절대 잊지 않고 가르칠 것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