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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art_2303
    작성자 : 잠이오네요
    추천 : 0
    조회수 : 559
    IP : 118.223.***.195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1/12/25 09:59:36
    http://todayhumor.com/?art_2303 모바일
    [BGM] 석양 아래, 옥상 위
    <embed allowscriptaccess="always" height="81" src="https://player.soundcloud.com/player.swf?url=http%3A%2F%2Fapi.soundcloud.com%2Ftracks%2F31537918&show_comments=true&auto_play=true&color=ff7700" type="application/x-shockwave-flash" width="100%"></embed>

    <span style="font-size: 12px">

    석양으로 물든 붉은 빛깔의 하늘 아래로 서늘한 바람이 불어온다.

    마치 마음 속을 비워내는 듯한 그 서늘함에 등골이 쭈볏하고 저려왔다.

    고만고만한 크기의 연립주택과 오래된 빌라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동네인데다가 근방에서 한두 손가락 안에 든다는 높이의 산의 중턱까지 그 주택들이 이어져 있어, 그 옥상에 서 있는 것 만으로도 완만하게 경사진 바위산에 선 느낌이다.

    실제의 바위산과 다른 점이라면 바위가 아니라 시멘트로 이루어져 있다는 정도겠지.

    그래서인지 이곳에서 느껴지는 바람은 정말로 등산을 하며 맞이하는 바람보다 더 서늘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 서늘함이 주는 가슴을 파고들어 그 안에 든 것들을 다 들춰보고 지나가는 듯한 느낌은 특히나 좋아하는 것이었다.

    남들은 일탈을 위해서, 조금 어려운 표현을 쓰자면 부감을 위해서 산을 오르고 먼 곳으로 여행을 간다지만, 나는 이렇게 한 번씩 옥상에서 석양을 바라보며 이 서늘한 바람을 마주할 때 짜릿한 일탈을 느꼈다.

    아마도 이 옥상들로 이어진 바위산이 그 꼭대기에서 바라보면 다 고만고만한 높이의 바위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시간에 옥상에 올라서서 주위를 바라보면, 불과 십여 미터 정도 아래에는 귀가를 하거나 학원에 가는 아이들과 막 장을 봐오는 주부들이 분주하게 걸어가기도 하고, 사방으로는 아무도 없거나 해가 지기 전에 널어 놓은 빨래를 걷으려고 허둥대는 주부가 이따금 바위산 저편에 보이거나, 위로는 저 멀리 또 다른 옥상의 너머로 사라지려고 하는 해와 석양에 물든 하늘이 나를 내려다 보기도 하며, 아무래도 산 중턱이기 때문에 시내의 모습도 한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앞에서 말했다시피 역시나 서늘한 바람이 함께 나를 맞이한다는 것이다.

    내가 서있는 이곳에서, 내가 하고 있는 이 행동과, 내가 느끼는 이 느낌은, 분명 일탈이었고 부감이라 할만했다.

    불과 십여 미터 아래의 길과 저 멀리 보이는 시내를 걷는 평소에는 알 수 없는 그 무언가가, 이 불과 십여 미터 정도의 높이에서 나를 세상과 분리시켜 놓는 것 같고 그런 감각을 느끼는 내가 마치 세상을 관조하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들게 만든다.

    물론 나 혼자만 이런 상황에서 이런 느낌을 느끼는 것도 아닐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는 그런 것에서 일탈을 느낀다는 것에 이의를 느낄지도 모르지만, 높은 곳에 올라 주변을 보면 누구나 평소 자신이 알던 세상과의 이질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고 단지 내가 그 부감을 하는 곳이 남들보다 조금 낮을 뿐이다.

    뭐, 이러니 저러니 해도 요점은 개인이 일탈을 느끼는 부분들은 역시 개인의 감상이 중요한 것이지 다른 사람들의 동의나 공감이 강요되지 않는 다는 점이다.

    그렇게 석양을 마주하거나 등지면서 마치 누군가가 그래픽 프로그램으로 화려한 그라디에이션 효과를 준 것 같은 하늘을 천천히 돌아보다 보니 어느새 해는 동쪽 시야 끝에 있는 누군가의 옥상을 넘어가버렸다, 아니면 그 옥상이 있는 집으로 들어갔거나.

    ...내가 생각해도 어의가 없긴 하군.

    해가 집으로 들어 가다니, 그 집 홀랑 태워 먹을게 분명한데 그리로 들어가다니.

    해가 하루의 반절이 되는 동안이나 하던 일을 마무리 짓고 나머지 반절을 쉴 곳을 찾아 들어가고 나니, 처음 올라와서 느낀 서늘한 바람도 어느새 쌀쌀한 바람으로 바뀌어 있었기에 나도 얼른 팔짱을 끼고 쌀쌀함을 쫓으며 집으로 들어가 버렸다.

    오늘은 햇무리가 지지 않았으니 내일도 오늘과 같이 저녁을 맞을 수 있겠지 하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span>
    잠이오네요의 꼬릿말입니다
    석달만에 글하나...
    글이라고 부르기에도 짧막한 낙서 한쪽이니 편하게 읽어주세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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