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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art_1503
    작성자 : 잠이오네요
    추천 : 16
    조회수 : 1022
    IP : 118.223.***.195
    댓글 : 3개
    등록시간 : 2011/09/14 06:40:42
    http://todayhumor.com/?art_1503 모바일
    [bgm]별이 빛나는 밤에
    <span style="font-size: 12px"> “그거 알아? 우주에서는 오히려 별빛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 별빛이 대기에 산란된다느니 하는 이런저런 복잡한 이유가
    있긴 하지만, 아무튼 별빛은 투명한 대기를 가진 행성에만 허락된 거야. SF에서 보듯 별빛 가득한 우주는 없어. 그곳은
    그저 어둡고 텅 빈 공간일 뿐이지.

    달빛도 마찬가지야! 우주에서 본 달은 그저 하얗고 푸석한 돌덩이고, 그 달이 자신이 받은 태양빛을 나누어 주는 곳은
    우리가 서 있는 이곳뿐이야. 신기하지 않아? 온갖 것들 것 다 있을 것만 같은 우주는 오히려 우리가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하는, 이런 아름다운 모습이라고는 전혀 없는 삭막한 곳이고 우리가 있는 이 좁은 땅덩어리가 우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는것 말이야. 하하, 이렇게 말하니 우주도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들리네.

    그래, 달이 뜨면 너무도 당연하게 달 그림자가 지고, 달이 없을 땐 별 그림자가 지고. 아! 정말로 어두운 곳에 가면 별빛으로도
    그림자가 생긴대. 아무튼, 이런 것이야 말로 이곳에 사는 생명만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이지. 신의 축복이라는 말에 더없이
    어울려. 종교도 없는 내가 신의 축복 운운하자니 낯간지럽긴 하지만 종교가 없다고 무신론자일 이유는 없으니 별 상관 없으려나.”

    달빛을 받아 약간은 창백해 보이는 옆모습에 작게 하하 하고 웃음을 띄운 그는 내 손을 잡은 그 손에 힘을 주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우주가 하나의 시스템이라면, 우주는 어딘가에 결함을 지니고 있겠지. 결함이 없는 시스템은 없으니. 그리고 난 이따금 그런
    결함을 수리하는 시스템 엔지니어를 떠올려. 뭐, 현실성 없는 이야기야.

    그래, 우리가 사는 우주가 끝없이 팽창하다가 언젠가 종말을 맞이할거라고 말하는 과학자들도 있는걸 보면, 역시 내 망상일 뿐이
    겠지. 이 우주는 내용물도 없이 끝없이 비대해지기만 하고 그걸 제어할 누군가도 없어서, 언젠가 멸망해 버릴 그런 곳이야. 하하,
    이렇게 말하니 정말로 비관적인걸. 이 참에 좀 더 비관적으로 말하면, 이런 곳에서 몇 억년을 살던 몇 시간을 살던 달라질 건 없어.
    그래! 달라질 건 없어! 그저, 그저 살아있을 뿐이지. 어때? 넌, 이곳이 즐거워?”

    마침내 내 손이 저려올 정도로 맞잡은 손을 꽉 쥔 그는 끝내 자조적인 미소를 지으며 내게 질문했다.
    이 세상에 무엇이 있냐고, 살아갈 가치가 있는 곳이냐고.
    하지만 난 그 질문에 마지못해 마주잡은 손에 같이 힘을 줄 뿐, 끝내 입을 열지 못했다.

    “우주가 아무리 넓은들 그저 삭막할 뿐이고, 이 땅이 아무리 아름답다고 할지라도 그 공허의 천분의 일, 아니 수천억 분의 일조차
    채우지 못해. 그 끝없는 공허를 채울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오히려 그 공허는 커져만 갈 뿐이지! 신의 축복? 집어 치우라지!
    끝없이 내려 쬐는 햇빛아래 놓여진 그림은 빛 바래져 갈 뿐이야! 차라리 우리에게 내려진 것이 이 아름다운 축복이 아니라 저
    공허한 저주뿐이었다면! 그렇다면 공허를 채우기 위해 발버둥 치지 않아도 됐을 텐데. 그런데! 주어진 축복은 그 어둡고 텅 빈
    곳을 채우기엔 턱없이 부족하지.

    그래…. 그래…. 아무리 채우려고 해도 남는 것은 결국 커져가는 공허뿐이야. 신이 있다면, 그 전지전능한 엔지니어가 있다면
    이 빌어먹을 것들부터 좀 어떻게 하란 말이야! 정말로 신이 있다면 그는 엄청나게 게으른 일꾼이고 무책임한 관리자일거야. 그렇지?”

    그는 마지막으로 애써 미소를 짜내며 몸을 돌려 나를 마주봤다.
    보름달을 등진 탓에 얼굴 가득 어두운 그림자가 내려 결국 그 미소 조차 볼 수 없게 됐지만, 그는 이미 그 미소마저 잃었단 걸
    아직까지 시리도록 반짝이는 그의 눈동자가 알려주었다.

    “그래, 그게 네 대답이겠지. 알았어. 결국은 마지막까지 혼자 가는 것이겠지.”

    자포자기한 듯한 그 말을 마지막으로, 그는 놓지 않으려는 내 손을 끝내 떼어냈다.
    그의 손을 잡은 내 손이 힘에 부쳤던 걸까, 그를 잡으려던 의지가 모자랐던 걸까, 해 봤지만 나는 결국 끝까지 그의 손을 잡고
    있지 못했고, 그 결과 그는 내 곁을 떠났다.

    하지만 그는 알까?
    마지막까지 그가 받은 빛을 다시 내게 전해준 것은 달빛에 시리도록 빛나던 그의 눈동자였다는 것을.</span>


    <hr />

    <span style="font-size: 12px">새벽에 옥상에서 담배피다가 문득 생각나서 적어봤습니다.

    좀 두서 없는 글이지만 편하게 봐주세요ㅎㅎ;(편한 글이 아니려나;)


    <embed allowscriptaccess="always" height="81" src="http://player.soundcloud.com/player.swf?url=http%3A%2F%2Fapi.soundcloud.com%2Ftracks%2F23278773&show_comments=true&auto_play=true&color=ff7700" type="application/x-shockwave-flash" width="100%"></emb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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