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div> <div>새벽이어도 발랄하고 활기넘치는 애니게에 이런 똥같은 썰 풀어서 죄송합니다만</div> <div> </div> <div>답답해 죽겠는데 제 얘기를 들어줄 사람이 없어서 여기에라도 써봅니다. </div> <div> </div> <div>고게도 있지만 굳이 애게에 쓰는건 일반인들보다 그림그리시는 분들이 더 잘 이해 해 주실거같아섭니다. 거슬리신다면 고게로 옮길게요.</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저에게는 만약 만나지 않았더라면 내 인생은 지금과는 다르지 않았을까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div> <div> </div> <div>..뭐 인생이라고 해봤자 몇년 안되는 짧은 시간이긴 합니다만</div> <div> </div> <div>생각날때마다 가증스럽고 분노가 치미는,</div> <div> </div> <div>제 근래 그림쟁이 라이프를 산산히 부숴놓은</div> <div> </div> <div>입시때 미술학원 선생님입니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허허</div> <div> </div> <div>순간 피식 하셨을 분 계셨을겁니다. '입시야 뭐 원래 빡세게 해야하니까 몇대 때릴 수도 있고 욕도 할 수 있지'라고 생각하셨겠죠.</div> <div> </div> <div>허나 당신들의 생각과는 달리 제가 증오하는 그 사람은 오히려 평범한 입시학원 선생님에 비하면 소프트하신 편이었습니다.</div> <div> </div> <div>오히려 장난끼넘치시고 재밌고 잘 가르치고 학생들한테 인기도 많고, 어떻게 보면 입시생 관리에 좀 관대했다고 생각해도 좋을 정도였죠.</div> <div> </div> <div>덕분에 저도 처음엔 그 선생님을 마음속 깊이 존경하고 따랐습니다. 그 당시엔 정말 열심히 했기 때문에 선생님도 저를 좋게 봐주셨던거같구요.</div> <div> </div> <div>게다가 특별하고 재밌는, 기묘한 인연이 있었기에 타 학생보다는 아주 조~금 더 친밀한? 그런 사제관계였던거같습니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뭐 여까지 보면 평범한 해피엔드일거같습니다. 전혀 앙금을 가질 이유도 없어보이고...</div> <div> </div> <div>아무도 그게 틀어질거라 생각도 못 했었습니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솔직히 제 자신도 왜 그 선생님과 그렇게 트러블이 생겼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기억이 안 난다고 해야할지...</div> <div> </div> <div>그 선생님 장난끼가 보통 장난끼가 아니었는데다 평범한 인연도 아니었기에 당시의 제가 받아들이기에는 지나친 장난이 많아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고</div> <div> </div> <div>개인사정으로 잠시 입시를 쉬게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선생님과 제 사이에 커다란 오해가 생겼고,</div> <div> </div> <div>다시 돌아온 뒤에는 괜찮아지는 듯 하다가 또 다시 이래저래 많이 뒤틀렸었던거같습니다.</div> <div> </div> <div>뭐 그런 앙금들이 선생님의 도를 넘은 장난이란 근원도 있지만 무엇보다 가장 컸던건</div> <div> </div> <div>그 선생님 말이 항상 마음 한군데씩 햘퀴고 지나간다는 점이였습니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학생그림이 잘 그려봤자 20년 넘게 그림만 바라보신 분 눈에 얼마나 차겠냐마는,</div> <div> </div> <div>저 역시도 살면서 그림그리기에만 불타왔기때문에 분명 평범한 실력은 아니었습니다.</div> <div> </div> <div>얼마전에 혹시라도 제가 애니학원 강사를 하면서 느꼈던 것들을 쓴 글을 읽으셨다면 아시겠지만, </div> <div> </div> <div>전 남들 쉴때 몇시간씩 더 학원에 와서 그림그리고 없는 숙제 만들어서 해오고 끊임없이 선생님들을 괴롭히는 성실한 학생이었습니다..</div> <div> </div> <div>덕분에 또래 아이들 치고 제법 잘 그리기도 했고, 솔직하게 자만도 좀 하고있긴 했었습니다.</div> <div> </div> <div>수업시간에도 혼자 다른 친구들보다 몇시간씩 앞선 진도를 나가고 있었고, 다른 선생님들한테는 칭찬도 제법 듣는 편이었죠.</div> <div> </div> <div>그래서 그 선생님한테도 좀 칭찬을 들을 법도 했는데, 언제나 실망만 하고 마는겁니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모작을 하면 생각했던 이상으로 좋은 퀄리티를 뽑았는데도 하시는 말씀이란</div> <div> </div> <div>"모작은 괜찮은데 창작은 개차반이다" 고, 다음에 시험을 치고 있으면 "모작이 괜찮길래 기대를 좀 걸어봤더니 착각이었다"고 하시고...</div> <div> </div> <div>수업이 없는 주말에도 공모전 준비때문에 혼자 나와서 그림을 그려도 </div> <div> </div> <div>"넌 테크닉이 딸리니까 하나 더 해서 내야한다" 이러고 계시질 않나..</div> <div> </div> <div>모처럼 시단위 대회에서 우승해왔더니 하는 얘기가 </div> <div> </div> <div>"어차피 대학입시에 써먹지도 못하잖아" 등등.... 여기다 줄줄히 쓰자면 해뜰 때까지 써도 시간이 부족할 정도입니다.</div> <div> </div> <div>항상 그렇게 칭찬을 받아도 좋을 상황에 독설을 들어버리니...</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물론 칭찬이 엄청 짠 선생님이시긴 했습니다. 장난이 섞인 독설도 많았지만</div> <div> </div> <div>그게 지속되다보니 어느순간에는 그 선생님이 계실땐 잘 그려도 욕먹고 못 그려도 욕먹을거 그냥 대충해버리자는 생각도 하고,</div> <div> </div> <div>선생님이 관여되지 않는 개인 그림을 그릴때도 그림에 거부감이 생겨서 손을 놔버리는 겁니다.</div> <div> </div> <div>보조강사쌤이 오셔서 칭찬을 해주셔도 그 선생님이 오면 다시 다운되버리고</div> <div> </div> <div>괜찮은 상을 타와도 그 선생님 앞에선 그냥 대입에 쓸만한 종잇조각이냐 아니냐에 불과했으니...</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덕분에(?) 생긴 트라우마는 입시가 끝난지 한참이 지난 지금까지에도 남아서</div> <div> </div> <div>누가 칭찬해주면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그냥 가식같습니다. 그래서 아니라고, 이거 진짜 남들 다 하는거라고 고개를 저어버립니다.</div> <div> </div> <div>전 칭찬해주는거 그런 식으로 거절하는게 엄청 실례되는 일인지 최근에서야 겨우 알았습니다.</div> <div> </div> <div>다들 그게 제가 겸손떠는 척하고 남을 무시하는 건 줄 알았답니다. 전 진심으로 제가 못 그린다고 해야하는 줄 알고있었고</div> <div> </div> <div>무의식적으로 진짜 제가 못 그린다고 생각하게 된건데말이죠. 심지어 그림 이외의 얘기에도 그러고 다닙니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뿐만아니라 이제 제 그림을 보는게 꺼림칙합니다.</div> <div> </div> <div>어쩌다 그림을 잘 뽑아냈어도 지적받을 생각밖에 안 나고 좋은 점은 보이지도 않아요.</div> <div> </div> <div>그러다가 다른 사람 그림을 보면 진짜 울증 걸린 사람처럼 축 쳐지죠. 난 왜이렇게 못 그리지...하고...</div> <div> </div> <div>이젠 그게 아니란걸 알면서도 기운이 빠져버립니다. 난 잘그려!라고 속으로 되뇌여도 또 남의 그림을 보면서 부정하게 되요.</div> <div> </div> <div>자책과 자해밖에 남는게 없게 되어버렸어요. 고치려고 노력중입니다만, 도저히 무의식에 뿌리깊게 박힌 트라우마는 빠질 생각을 안하네요.</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누군가의 눈에는 그저 그림을 그리지 않으려는 핑계처럼 보이지는 않을까 조바심납니다.</div> <div> </div> <div>그런데 그 선생님의 독설은 정말 칼로 긁어 파내도 지워지지 않는 자국처럼 남아서 떠나질 않습니다.</div> <div> </div> <div>저에게는 너무나 아프네요. 그렇게 사랑했던 그림그리기를 꺼려하게 만들 만큼...</div> <div> </div> <div>이제 그림그리기란 저에겐 그저 하지 않으면 딱히 할 수 있는게 없으니까 어쩔 수 없이 하는 고역에 불과한 것이 되어버렸어요.</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정말 요즘같이 혼란스러운 때에 다시금 떠올릴 수 밖에 없어서 힘드네요.</div> <div> </div> <div>그림을 그려야 할거같긴 한데 거부감이 들어서 그릴 수가 없어요. 딱히 그만 둬도 할 수 있는 것따윈 없고...</div> <div> </div> <div>어떡하면 좋을까요.. 어떡해야 조금이라도 그 선생님때문에 생긴 트라우마를 벗어날 수 있을지 조언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