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새벽에 할짓도 없고 심심하기도 하니 썰을 풀어봅니다.</div> <div> </div> <div> </div> <div>옛날 제 아빠가 개를 한마리를 주워오셨습니다.</div> <div>아직 새끼였던개를 근처 병원 사람들이 발로 차는것을 보고 주워오셨다는겁니다.</div> <div>개 이름은 제가 직접 '깡순이'(7살의 네이밍 센스란...)로 지어주었고 그렇게 아무런 탈없이 2년이 흐릅니다.</div> <div> </div> <div>어느 날 거제에는 매우 드물게 오던 눈내리던 그날 초등학교에 다녀온 저에게 엄마가 다가와서 말했습니다.</div> <div>"깡순이 새끼 낳았다!"</div> <div>새끼낳는것을 생각도 못했던 저는 놀라서 계단 한구석에 있는 개집을 쳐다보았습니다.</div> <div>날이 춥다보니 아빠가 개집 입구는 비닐? 비슷한 걸로 막아놓고 안에는 안 쓰는 저희 누나와 저의 옷(점퍼)등을 넣어 놓았습니다.</div> <div>그 위에서 저희 개 밑에 젖을 물고있는 새끼의 모습이란... 아직도 기억에 남는 귀여움입니다.</div> <div>근데 어미개(깡순이)너머에 하얀 다른 새끼개들과의 모습과는 다르게 검은 새끼개가 한마리 보였는데 꿈쩍도 하지않았습니다.</div> <div>보온을 위해 방안을 취했어도 땅바닥에서 올라오는 한기는 새끼한테는 견디기에는 역시 무리였습니다.</div> <div> </div> <div>아빠는 새끼를 조심스레 들어다가 검은 비닐에 싸서 다음 날 땅에 묻기로 하셨습니다.</div> <div>그리고 다음 날 새끼의 시체가 든 검은 비닐이 있던 자리로 가니 비닐은 어디가고 그저 휑한 땅바닥만 보였습니다.</div> <div>찾다 찾다 발견한것은 웬 보지도 못한 검은 잡종개가 눈에 익는 검은 비닐을 입에 문채 서있었습니다.</div> <div>다가가자 작은 소리로 으르렁 거리더군요.</div> <div>주위를 경계하면서 뒷밭으로가더니 봉지를 이빨로 뜯어 해쳤습니다. 그리고는 이미 죽어서 싸늘한 검은 새끼개를 핱았습니다.</div> <div>아빠가 말하더군요.</div> <div>"저 개가 깡순이의 남편인가보다."</div> <div>그렇게 몇 시간을 핱아대고 새끼를 지긋이 바라보더니 이내 사라져버렸습니다.</div> <div>새끼는 누나와 저 그리고 아버지가 뒷산 무덤 지역을 들어가는 입구에 묻어주었습니다.</div> <div> </div> <div>그리고 몇일 뒤 저희 가게앞에는 그 검은 개가 나타나 한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div> <div>주변에 회사 사람이 지나가도 으르렁대었죠.</div> <div>몸집은 일반 잡종개처럼 작아도 성격은 야수와 비슷했습니다. </div> <div>아빠는 굶고 있던 검은 개한테 먹이를 주었습니다.</div> <div>처음 저희를 경계하던 그 개는 약 3달쯤 지나자 저희 가족에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것을 허락했습니다.</div> <div>물론 다른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으르렁댔고요.</div> <div>이번에는 아빠가 이름을 붙여주었는데 "깜상"이라고 붙였으나 엄마와 누나는 "부자 네이밍 센스하고는..."라면서</div> <div>둘은 깜둥이로 불렀습니다.</div> <div> </div> <div>검은 개는 매우 드문 충성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div> <div>아빠가 술을 마시고 노래방을 가면 몇 시간동안 그 건물앞에 우둑커니 앉아있었고</div> <div>제가 학교를 갈때도 따라다녔죠.(몇 시간 거리)</div> <div>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div> <div>그날도 아빠는 술을 마시고 노래방을 갔고 엄마와 저 그리고 누나는 바람을 쐬러 문화예술회관 옥상에 올라가 야경을 보고있었습니다.</div> <div>아주 먼 거리지만 예술회관 정면이 노래방이기 때문에 저 멀리 검은 개가 보였습니다.</div> <div>저희가 설마하면서</div> <div>"깜상!"이라고 부르자</div> <div>앉아있던 검은 개가 번뜩 일어나더니니 노래방과 문화예술회관 중앙에 위치한 도로를 지나쳐 미친듯이 달려왔습니다.</div> <div>문화예술회관의 옥상이 아마... 5층 됬을것입니다. 1층에서 4층까지 직행으로 연결된 계단만 해도 어마어마한 갯수죠.</div> <div>3분후 저 멀리서 검은 개가 보였습니다. 역시 계단은 무리였고 먼 길을 둘러와서 온것입니다.</div> <div>어떻게 그 먼거리를 단 3분만에 뛰어왔는지는 저희도 알지 못했습니다. </div> <div>다만 제가 기억하는것은 그 때 깜상이 평소와는 다르게 2배로 빠르게 헥헥댔다는것이지요.</div> <div> </div> <div>몇년 후 깡순이가 죽었습니다. 저희가 명절에 할머니댁으로 간 3일 사이 차에 치여 죽은것입니다.</div> <div>아마 제 현재까지 제 인생에서 슬픈 날중 하나일것입니다.</div> <div>깡순이가 죽자 깜상이 사라졌습니다.</div> <div>평소에 보이던 가게 마루 옆은 휑합니다.</div> <div>이번에도 저희 아버지는 깡순이의 시체를 검은 비닐에 싸서 산에 묻어주기로 합니다. 새끼 옆에다..</div> <div>그리고 또 검은 비닐은 사라졌습니다. </div> <div>저희 가족은 이미 범인이 누군지 다 알았습니다. 깜상이지요.</div> <div>깜상을 발견한 장소는 그때와 똑같이 뒷밭이였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검은 비닐을 이빨로 풀어헤치지않고 그대로 나두었죠.</div> <div>그리고 자신은 죽은 자신의 아내의 시체가 담긴 검은 비닐옆에 앉아있었습니다.</div> <div>아빠가 다가가자 처음 만났을 때처럼 으르렁대었습니다. 그러더니 새끼때와 똑같이 지긋이 봉투를 바라보다가 봉투를 물어 저희 앞에 내두고</div> <div>자신은 산쪽 숲으로 사라졌습니다.</div> <div> </div> <div>깡순이를 새끼가 묻힌 곳 바로 옆에 묻어두고난 뒤에도</div> <div>깜상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밥 그릇에도 사료는 여전했습니다.</div> <div>저희 가족은 그냥 떠났버렸다 생각했습니다.</div> <div>하지만 그게 아니었습니다. 저희 집 옥상에 왠 토 자국이 보였습니다.</div> <div>토 자국안에는 생선 뼈등이 있었습니다.</div> <div>그리고 토 자국은 옥상에서 뒷산까지 이어져 있었습니다.</div> <div>자국이 끝나는 곳은 저희가 새끼와 깡순이를 묻어둔곳에 끝이나 있었습니다.</div> <div>그리고 그곳에는 깜상이 쓰러져서 가만히 있었습니다.</div> <div>땅은 약간 파져있었고요.</div> <div>아빠말로는 병원의 환자들이 약을 타서 죽였다고하더군요. 워낙 질 나쁜 환자(늙으신분들)들이 있다하니..</div> <div>저희는 땅을 대신 파주어서 얼마 전 묻힌 자신의 아내옆에 묻어주었습니다.</div> <div> </div> <div>지금 생각하면은 개라는 동물은 사람보다 사랑만이 아닌 감정에 매우 충실한것 같습니다.</div> <div>그리고 저희 할아버지 산소를 갈때 지나치는 개들의 무덤을 보며 생각합니다.</div> <div>'세상에 얼마없는 매우 충직하고 부성애와 자신의 아내에 대한 사랑을 지닌 개'였다고...</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