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오유 게시판이나 주변의 동물을 기르는 지인들을 볼때마다 미친 듯이 반려동물을 기르고 싶은데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제 현실과 상황을 돌아보며 항상 자제하게 됩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특히 냥줍하신 분들이나 유기견 보호소에서 봉사하는 분들이 분양글 올리실 때는 전화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아져서 일부러 폰을 꺼버려요.</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 과거 초등학생 시절 잉글리쉬 코커스파니엘 혈통도 나름 있는 수컷애를 기르게 되었는데</div> <div>좀 커서 분양받았는데 아주 새끼때부터 이리저리 분양될 뻔 하다가 말다가 하던 애가 어쩌다 우리집에 온 거라서 꼬리도 안잘려 있었어요.</div> <div>잉글리쉬답게 덩치도 크고 딴 데서 봤던 다른 코커들보다도 다리도 길고 아주 잘생겼었어요. </div> <div>데리고 돌아다니면 다들 와 얘 진짜 잘생겼네요 하고 칭찬을 받아서 괜히 뿌듯하고 그랬죠.</div> <div><br></div> <div> 그리고 그만큼 깨발랄하고 사고뭉치...ㅎ...였습니다. 아시잖아요, 코커가 비글과 함께 손꼽히는 지랄견인거...</div> <div>긴다리와 함께 발육도 좋아서 집에 오자마자 식탁위에 뛰어올라가서 잔반들을 쓸어먹고 벽지를 찢고 화분을 뜯어먹고...</div> <div>때문에 현관과 신발장 사이에 좀 넓은 공간이 있는데 거기에 집을 두고 외출시나 잠잘때는 묶어뒀었어요. 집에 가족이 있을때는 풀어줬고요.</div> <div>최대한 사고치지 않게 하려고 매일같이 학교 다녀오자마자 걔를 데리고 일산 호수공원을 자전거로 전속력으로 세바퀴를 돌고 왔죠.</div> <div><br></div> <div> 불쌍하니까 성대수술도 안해서 택배원 아저씨가 오면 미친듯이 짖고, </div> <div>당시 초등학생이던 동생을 서열아래로 봐서 동생이 밥주려하면 으르렁대고,</div> <div>이래저래 사고뭉치였지만 가족들에게는 예쁘고 소중한 또 하나의 가족이었어요. </div> <div>아버지는 퇴근하고 밤 늦게 오면 가장 반겨주는게 그 아이니까 너무너무 예뻐하셨고 주말에는 제가 데리고 나가려는걸 아버지가 목줄 가로채시고는</div> <div>자신이 데리고 호수공원을 달리고 오셨죠.</div> <div>어머니도 워낙 동물을 좋아하셔서 목욕하기 싫다고 발광하는 걸 데려다가 꼼꼼하게 씻겨주시고 귀도 닦아주시고 항문낭도 직접 짜주셨어요.</div> <div><br></div> <div> 하지만 제가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고2가 되면서 본격적으로 입시공부를 하게 되었거든요.</div> <div>부모님은 맞벌이를 하시고 동생은 개가 동생을 우습게 봐서 손타는 것까지 일일히 돌봐주는 데에 어려움이 있었어요.</div> <div>때문에 그 아이의 대부분을 제가 맡아서 돌보고 있었는데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런 제가 바빠지니 평일에 그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어졌거든요ㅠㅠ</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 어쩔 수 없이 온 가족의 슬픔아래 그 아이를 사촌오빠의 지인께서 운영하는 목장에 보냈습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보내던 날 동생이 아주 오열을 하더라고요. 맨날 개한테 무시당해서 밥그릇 잡을 때마다 덜덜 떨어놓고...ㅋ...</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보내놓고 한 달 뒤에 보러갔더니 넓은 목장에서 가축들 쫓아다니면서 아주 신나게 잘 살고 있더라고요. 잘 때 쓰는 우리도 철망이긴 해도 아주 넓었고요.</span></div> <div>그 모습을 보니 그렇게 활동력이 넘쳐나는 애를 집안에 가둬놓고 기른 것이 미안했고, </div> <div>또 알아보고 뛰어와서 꼬리를 흔들고 지랄발광을 하는 모습에 끝까지 길러주지 못해서 미안하더라고요.</div> <div><br></div> <div> 그 뒤로는 함부로 반려동물을 기를 수 없게 되었어요. </div> <div>지금 집은 이사를 해서 지난 집보다 훨씬 넓고 여유공간도 있지만 그래도 못기르겠더라고요. </div> <div>저도 아직 학생이고 동생도 군대에 가있지만 제대하면 학생이고... 아버지랑 어머니는 이전만큼 직장에 묶여있지는 않으시지만</div> <div>그래도 자식놈들 컸고 돈도 벌어놨으니 하고 싶은 것도 병행해서 하시다보니 동물과 많은 시간을 함께 해줄 수가 없어요.</div> <div>어머니는 그래도 고양이를 기르고 싶다고 하시다가도 아버지랑 동생이 고양이는 무섭대서 포기하셨어요ㅎㅎ</div> <div>개는 가족에게 의지하는 부분이 고양이보다도 크기 때문에 많은 시간을 함께 해줄 수 없는 이상 기를 수가 없어요.</div> <div>소동물도 예뻐하시는 분들에게 실례가 되는 발언일 수 있지만 소동물들은 고양이나 개만큼 한가족이라는 유대감이 느껴지지 않고,</div> <div>또 그만큼 작고 여려서 더욱 그 생명을 책임지는 것에 부담감이 느껴져요ㅠㅠ</div> <div><br></div> <div> 제가 혼자 독립하고 여유가 생긴다면 고양이를 기르고 싶고, </div> <div>부모님은 저희가 독립하고 직장을 관두게 되면 여유롭게 살면서 자식대신ㅋㅋㅋ 개를 기르고 싶다고 하시더라고요. </div> <div>하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우리 가족은 그 아이가 가족에게 주는 애정만큼 그 아이에게 시간을 할애해줄 여유와 자신이 없기에, </div> <div>그 아이에게 잘못을 저지르고 싶지 않아서 기를 수 없어요.</div> <div>주말마다 가족이 다 모여서 동물농장을 보면서 개앓이를 하지만 이전에 보낸 애가 생각나서 참게 되더라고요.</div> <div>그냥 오유분들 반려동물 이야기 볼때마다 부럽고, 분양글 볼 때마다 안타깝고 그래서 두서없이 주절거려 봤어요ㅠㅠ</div>
댓글 분란 또는 분쟁 때문에 전체 댓글이 블라인드 처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