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 게시판 |
베스트 |
|
유머 |
|
이야기 |
|
이슈 |
|
생활 |
|
취미 |
|
학술 |
|
방송연예 |
|
방송프로그램 |
|
디지털 |
|
스포츠 |
|
야구팀 |
|
게임1 |
|
게임2 |
|
기타 |
|
운영 |
|
임시게시판 |
|
옵션 |
|
다른 대도시로 이사를 오고 난 뒤 이 녀석은 곧잘 잠만 자고 있습니다.
이전에도 잠을 적게 잔 건 아니었지만, 지금은 그 정도가 지나친 것 같습니다.
거짓말 조금 더 보태서, 이 녀석은 인간이 구획한 시공간의 규격인 하루 24시간 가운데 22-23시간을 잠만 자는 것 같습니다.
처음엔 아무래도 어미로서의 고단한 임무를 훌훌 벗어던지고, 이젠 홀로 남아 딱히 할 일도 없어서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하였습니다만, 아무리 그래도 하나밖에 없는 생을 이런 식으로 낭비?하고 있는 모습이 과히 적절한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불현듯 그런 생각이 미쳐 억지로 깨워도, 그런 뒤 여기저기 만지고 부비고 하면서 잠을 달아나게 해도 그때만 잠시뿐, 다시금 이 녀석은 이불 아래에 파묻혀서 잠을 청하는 것이었습니다.
삶을 잠으로만 채우겠다는 심보가 괜시리 걱정되면서도, 아무려면 이 녀석이 허투루 묘생을 탕진할까 싶기도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녀석은 잠을 통해 아무래도 또 다른 삶을 대리적으로 꾸고 있는 듯하기 때문입니다.
종종 보면, 별의별 신음성 소리가 다 들리고, 수염이 파르르 떨리며 몸이 꿈척꿈척거리기도 하는 양이, 이 세상이 하 심심하여, 이젠 잠을 통해서나마 저 세상을 꿈꾸는 게 아닐까 집사는 그렇게 생각하는 것입니다.
고양이도 꿈을 꾸는가?
일견 엉뚱하고도 황당한 질문에 집사는 한 점 의혹도 없이 결연하게 단언합니다.
고양이도 꿈을 꿉니다.
그렇게 우리집 야옹이는 꿈을 통해 아바타를 타고 또 다른 세상에서 삶을 이어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고 보면, 지금 우리 집이 주위 환경이나 내부 구조상 참으로 이 세상의 삶을 만끽하기에는 과히 바람직한 형세는 아닙니다.
다른 건물들로 꽉 막혀서는 빛이 차단된 채 낮이나 밤이나 어둡고 침침한 공기가 괴괴하게 떠다니고, 창문턱은 원체가 높고 좁아서 신경 손상으로 뛰고 내릴 수 없는 이 녀석이 감히 범접하지 못할 철옹성처럼 암담하게 서 있습니다.
설령 집사가 억지로 창문턱에 올려놓고 그 녀석을 안아 두어도, 야옹이의 시야 대상에 들어오는 것은 오직 건물들의 텁텁한 벽들뿐이니, 더 이상 말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1층에 위치해 있지만, 반지하나 지하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은 이 집을 무턱대고 고른 집사의 섣부름과 어리석음을 탓해야 할 것이었습니다.
마냥 집이 넓어서, 화장실과 주방이 번듯하게 갖춰져 있어서 덜컥 계약해버린 집사의 이기심 때문일 것이었습니다.
이전에 야옹이의 고향에서 살았던 그 집, 비록 좁아터진 골방 하나에 불과한 그 집이었지만, 얼마나 너른 창문과 쏟아지는 햇볕을 안고 있었던가, 그 창문 밖으로는 얼마나 진귀한 자연 경관이 펼쳐져 있었던가 회고해볼 때면, 집사는 그저 고개가 수그러짐을 어찌할 수 없습니다.
그러고 보면, 그 녀석의 잠을 무던히도 탓할 처지는 아닙니다.
그저 그 녀석의 생리와 특수한 상황을 감안하지 못하고 이 집을 선택한 집사의 무람됨이 화근일 따름이었습니다.
그러니 지금까지 거의 2년 동안 이 녀석은 시나브로 잠을 통해 제2의 인생을 살지 않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 녀석이 마음에 분노를 품고 저를 싫어하는 구석이 있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녀석은 집사가 이렇게 생각하거나 말거나, 아주 늘어지게 잘 자고 있습니다.
아마도 잠을 통해 꾸는 또다른 삶이 내내 만족스러운지도 몰랐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집사는 요사이 시나브로 고민이 많습니다.
이제 곧 이사철이 다가오는데, 잠을 덜 잘 수 있는 환경으로 야옹이를 데려가야겠다 강단지게 마음먹고는 하는 것입니다.
잠만 자느라 살도 덕지덕지 붙어 뚱냥이가 되어버린 녀석을 보면서 더욱더 그런 생각을 굳힙니다.
녀석이 엉거주춤 올라갈 수 있을 정도의 좀 더 낮은 턱이 있고, 그렇게 올라서면 밖을 내다볼 수 있는 커다란 창문이 있어서 그것을 통해 찬연한 햇빛이 쏟아지는, 그래서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면 뭇 생명체들이 살아 약동하는 모습을 바라볼 수 있을 그런 집!
그런 집을 이번에는 기어코 들어가리라! 집사는 야무지게 다짐하는 것이었습니다.
출처 | https://blog.naver.com/ha_eun_love/221794977430 |
죄송합니다. 댓글 작성은 회원만 가능합니다.
번호 | 제 목 | 이름 | 날짜 | 조회 | 추천 | |||||
---|---|---|---|---|---|---|---|---|---|---|
200301 | 츄르를 줄 수 없겠나? [8] | 푸른놀 | 24/05/10 11:24 | 254 | 9 | |||||
200300 | 어항 물고기 좀 더 넣었습니다 [13] | 삼월이집 | 24/05/08 19:51 | 430 | 7 | |||||
200299 | 송사리 사료 추천 부탁 드립니다. [4] | ㅗㅠㅑ | 24/05/08 11:23 | 334 | 1 | |||||
200298 | 그러니...나는 150장을 올려야 한다구? 1편 [47] | 15묘집사 | 24/05/07 20:19 | 814 | 19 | |||||
200297 | [애벌레주의] 이녀석은 누구일까요 [20] | 마을날씨흐림 | 24/05/07 18:47 | 515 | 6 | |||||
200296 | 송사리 관찰일지 공유 해 봅니다. [1] | ㅗㅠㅑ | 24/05/07 10:45 | 396 | 5 | |||||
200295 | 어항 모래 바꾸는 중... [11] | 삼월이집 | 24/05/06 18:10 | 477 | 5 | |||||
200294 | 집안에서 고양이가 발견되었습니다. [1] | 본명김경호 | 24/05/05 19:14 | 431 | 5 | |||||
200293 | 밥주기 전까지 춤춘다 [2] | 잠맨 | 24/05/05 18:14 | 481 | 6 | |||||
200292 | 요즘 '메다카'가 인기인것 같은데 살짝 걱정이 됩니다. | ㅗㅠㅑ | 24/05/05 13:01 | 369 | 4 | |||||
200291 | 하일! 히드라!! [5] | ㅗㅠㅑ | 24/05/04 16:30 | 538 | 5 | |||||
200290 | 푸바오가 이렇게 보고플 줄은 몰랐는데... | artrock | 24/05/04 14:47 | 529 | 1 | |||||
200289 | 어항 모래 바꾸는 법 좀.. [10] | 삼월이집 | 24/05/03 00:27 | 672 | 2 | |||||
200288 | 어항 탁자에 받침대 설치 했습니다 | 삼월이집 | 24/05/02 21:14 | 372 | 3 | |||||
200287 | 보더콜리와 친구들 2 [3] | 삼칠양 | 24/05/02 10:26 | 482 | 6 | |||||
200286 | 적과의 동침 -_-;;; [17] | 96%충전중 | 24/05/01 06:41 | 852 | 10 | |||||
200285 | 어항 받침대, 관상요 조명 설치 했습니다. [11] | 삼월이집 | 24/04/30 23:27 | 597 | 5 | |||||
200284 | 어항 하나 더 샀습니다 [7] | 삼월이집 | 24/04/28 20:59 | 576 | 7 | |||||
200283 | 우리 몽몽이 [14] | 안생기는이유 | 24/04/25 19:49 | 649 | 12 | |||||
200282 | 구피 어항에 넣었습니다 [11] | 삼월이집 | 24/04/24 18:55 | 769 | 5 | |||||
200281 | 구피, 살 수 있을까요? [10] | 삼월이집 | 24/04/23 18:21 | 659 | 3 | |||||
200280 | 장수말벌 키우는 법 [답변부탁] [4] | JakeSpain | 24/04/22 21:19 | 760 | 1 | |||||
200279 | 오전 스트리트 냥~~~ [3] | 도라온요플레 | 24/04/21 18:34 | 695 | 6 | |||||
200278 | 냥아치들 사진!!! [45] | 96%충전중 | 24/04/19 11:52 | 1091 | 11 | |||||
200277 | 어제 저희딸 사랑이가 꿈에 와주었네요^^ [3] | 뽀사소 | 24/04/18 14:27 | 691 | 8 | |||||
200276 | 저희집 고냥이들 먹는 사료입니다 [16] | 96%충전중 | 24/04/17 13:47 | 1002 | 7 | |||||
200275 | 길냥이 죽은 새끼를 그냥 둬야 할까요? [4] | 슈켄 | 24/04/15 09:32 | 724 | 2 | |||||
200273 | 우리 몽몽이 [16] | 안생기는이유 | 24/04/12 20:52 | 849 | 11 | |||||
200272 | 고양이 집사님들 필독 사항!! [4] | 꺄~♡ | 24/04/12 10:15 | 841 | 6 | |||||
200271 | 젖소를 키우고 싶은데요... [9] | 김얼벌 | 24/04/08 15:07 | 1173 | 4 | |||||
|
||||||||||
[1] [2] [3] [4] [5] [6] [7] [8] [9] [10] [다음10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