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50<br>그래도 야옹이가 가장 좋아했던 놀이는 다름 아닌 낚싯대 놀이였음을 부정할 순 없을 것입니다. <br>아...<br>지금껏 이 녀석이랑 낚싯대 가지고 놀아준 시간을 다 되새김질해보자니 가장 먼저는 한숨만 나오는 까닭도, 그 시간이 정녕 짧지는 않았기 때문입니다.<br>야옹이가 잠자기, 멍 때리기 다음으로 많은 시간을 할애했던 것이 바로 다름 아닌 이 낚싯대 놀이였던 것입니다. <br>그러니, 이 낚싯대로 인한 여러 가지 잡념이나 생각 또한 집사의 머릿속에선 끊이질 않았었습니다. <br>가장 대표적으로는, 과연 이 녀석이 이 놀이를 놀이로서 (대리적으로나마) 인식하고 있느냐 하는 문제였습니다. <br>처음에 얼핏 봤을 때는, 놀이를 놀이로서 온전히 놀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었습니다. <br>그도 그럴 것이, 놀이치고는 너무 심각하고 진지하게 낚싯대 놀이에 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br>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야옹이란 녀석은 낚싯대에 달린 물고기 등등의 표면적인 피놀이체에만 신경 쓸 뿐, 정작 그것이 매달린 막대기나 또 그것을 움직이는 집사 따위의 이를테면, 그 표상들의 본질적인 몸통 부분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었습니다.<br>그러니, 집사는 그런 야옹이를 보며, 집사가 놀이로서 놀리어대는 이 낚싯대의 매트릭스를 정작 이 녀석은 놀이로서 보지 못하고, 그것을 현실인 양, 실제인 양, 믿고 행동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계속해서 의구심이 들곤 하였던 것입니다. <br>그도 그럴 것이, 실제로 이 녀석이 이런 구조를 간파해낸다면, 기필코 낚싯대에 매달린 물고기 따위에는 일희일비하지 않고, 바로 막대기나 집사에게 대들어 끝장을 볼 것이라, 집사는 그렇게 생각하였던 것입니다. <br>그러니 인간적인 생각으로 충만해 있던 집사에게 이 야옹이란 고양이는, 그저 가끔은 허상적인 세계에 갇힌 허수아비 내지 인형으로밖에는 달리 여겨지지도 않았음을 지금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br>그렇게 집사와 야옹이는 낚싯대라는 허상을 휘두르고, 실상으로 받아먹고 있는 듯하였습니다. <br><br><br>하지만, 역시 세월은 약이던가...<br>하루 이틀이 멀다 하고, 매일 한두 시간씩 이 녀석과 낚싯대로 놀아주다 보니, 무언가 조금씩 이상한 낌새를 집사는 채기 시작하였습니다. <br>어쩌다가 가끔은, 이 녀석이 정녕 이게 놀이인 줄 아는 게 아닌가 하는, 그런 느낌을 가지게 할 만큼 무언가 수상쩍은 행동을 하기도 하였던 것입니다. <br>그런데 그게 꼭 반드시 그런 것 같지도 않고, 두루뭉수리하게 불투명한 느낌으로만 머무르는 게, 참으로 거시기하였습니다. <br>그렇다고, 이성적으로 설명해내기에도 무언가가 충분치 못하고, 그래서 발화될 수 없는 그 무엇으로만 존재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고는 하였던 것입니다. <br>하지만, 구체적인 경험과 시간이 늘어갈수록 지식의 양과 질은 더욱 뚜렷하고 확정적으로 변모해갔고, 그 녀석의 행동이나 생각을 더욱 분명하게 판단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br>그 녀석은 그게 분명히 놀이인 줄 알고도 그렇게 실제인 것마냥, 현실인 것마냥, 최선을 다해 뛰고 구르고 하였던 것입니다.<br>한번은 이런 적이 있었습니다. <br>그날은 정말 그 녀석과 놀아주는 게 힘들었고, 그래서 낚싯대를 흔드는 것조차 힘이 없이, 정녕 집사의 직분을 다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br>골방에서 잠자고, 멍 때리고 하는 그 녀석이 유일하게 에너지를 분출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낚싯대 놀이를, 그래서 웬만하면 최대한 성실하게 그리고 오랫동안 놀아주는 것을 원칙이자 임무로 여기고 최선을 다해 왔던 집사에게도, 그날은 정말 힘에 부치던 날이었던가 봅니다. <br>자연스레 낚싯대에 걸린 물고기도 힘이 없이 비실거리고, 멈춰 있기 일쑤니, 야옹이가 뛰어다닐 맛이 나지 않는 것은 당연지사였습니다.<br>그리고, 그러고도 집사는 시정할 생각 없이 계속 앉았으니까, 이 녀석이 갑자기 집사에게 덤벼들기 시작하는 게 아니겠습니까?<br>깜짝 놀라서 잠시 주춤한 채 잃었던 정신을 원 상태로 탑재시킨 다음, 집사는 다시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기 시작하면서 이 놀라운 상황을 복기해보려고 애썼습니다. <br>사실 예전부터, 낚싯대에 달린 물고기가 낚싯대와 모종의 관계로 묶여 있다는 것을 야옹이가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는 사실은, 집사 또한 흐릿하게나마 알고 있었습니다.<br>보통은 낚싯대에 달린 물고기를 쫓다가도, 어쩔 땐 가끔, 이를테면, 진이 빠져 도저히 낚싯대 놀이를 하고 싶지 않을 때라든지, 할 땐, 낚싯대 그 자체 혹은 낚싯대에 달린 줄을 씹어먹는 경우가 왕왕 발생하곤 하였던 것입니다. <br>그것은 야옹이가 낚싯대와 물고기와의 관계를 알아채고 있다는 직접적 증거는 될 수 없을지언정, 일말의 의혹과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기엔 충분한 증거가 될 수도 있었던 것입니다.<br>그러던 차에 이런 경우를 당했으니, 이것은 또다시 확장하여 돌이켜 볼 문제였습니다. <br>물론, 낚싯대의 물고기와 낚싯대, 그리고 집사와의 관계성을 전혀 파악하지도 못한 채, 순전히 짜증이 나서 집사를 새로운 놀이의 대체물로 파악하고 덤벼들었을 수도 있고, 그냥 고양이답게 아무 생각 없이 지 기분 내키는 대로 덤벼들었을 수도 있으며, 어쩌면, 순전히 우연의 찌끄러기가 하필 그 상황에 끼어들었을 수도 있었습니다. <br>그러니 역시나, 이것이 명백한 증거는 될 수가 없었고, 실제로 여러 가지 변인들을 설정하여 수백, 수천 번 과학적으로 실험하지 않고서는, 이 상황을 논리 정연하게 설명할 수 있는 근거란 사실 어불성설에 다름 아닐지도 몰랐습니다. <br>하지만, 집사는 인간의 과학적 탐구 자세와 더불어, 아니, 그것을 넘어서는, 어떤 일련의 신비주의적 태도 또한 야옹이를 비롯한 고양이들과 함께 지내며 터득해오고 있습니다. <br>분명 과학적, 논리적으로 타당성 있는 근거를 대기는 힘들지만, 그렇다고 그 심정적, 신비적 직관, 혹은 지혜의 샘물을 떨쳐내버리기도 힘든 상황을 여러 번 겪어오면서, 집사는 -최소한 아직까진- 이성적 기능만을 중시하는 과학적 사고가 동물과의 진정한 교감과 이해를 위한 유일한 도구라고는 믿지 않게 된 것이었습니다. <br>그러니, 이번에도 집사가 지닌 과학적 능력의 한계와 피치 못할 부대 사정상 또 다른 도구를 빌릴 수밖에는 달리 도리가 없었습니다. <br>그리고 그 결과는 다음과 같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br>'야옹이는 정녕 그 몸통을 알면서도, 몸통에 달린 곁가지에 충실한 놀이만을 최선을 다해 즐기고 있는 것이다.'<br><br><br>한때, 매트릭스가 회자된 적이 있었습니다. <br>영화로도 유명했었고, 그 개념 또한 여러 과학적 성과를 반영하여 학문의 주요한 이론적 틀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br>그리고 이 틀은 사실, 고대 그리스 시절부터 악명 높고 인기 있던 생각의 변주이기도 하였습니다. <br>그만큼 이 매트릭스는 인간들에게 강력한 영감과 사상의 지평을 제공해왔던 것입니다. <br>매트릭스를 두고 일단의 인간들은 말합니다. <br>너희는 단지 허상의 세계에 갇혀 실상을 보지 못하는 구조 속에 빠져 있는 것이라고. <br>그러니, 그 허상의 세계를 깨서 실상을 향해 일어서라고. <br>그것이야말로 진리이고, 그래서 그것이야말로, 너희를 자유케 하리니. <br>집사는 야옹이와 낚싯대 놀이를 하면서 자주 이런 매트릭스를 떠올리곤 하였습니다. <br>기실 몸통은 안중에도 없이, 그것이 겉으로만 드러나 팔딱거리는 물고기에만 온 신경을 다 집중시켜 뛰어다니는 야옹이가, 그래서, 그때만큼은 참으로 안되고 딱해 보였으며, 또 그런 모습이 집사의 현실 생활과 오버랩되어 피차 간에 불쌍하고, 동정심이 일었던 것입니다. <br>하지만, 이젠 그 생각을 접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br>야옹이는 몸통을 알면서도, 그 진리와 진실을 알면서도, 자신의 매트릭스를 오롯이 즐기고 있으며, 놀아대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br>오로지 그 거지 같은 매트릭스를 벗어나기 위한 방법은 그것을 망치로 깨부수는 것이 다인 줄로만 알았던 집사에게, 이 황송할 만한 야옹이는 정말 집사에게 신세계를 보여 주었던 것입니다. <br>매트릭스인 줄 알면서도, 그것을 즐겁게, 최선을 다해 놀아대는 펠리스 루덴스(Felis Ludens)라니!<br>기꺼이 신의 세계를 포기하고 자기를 쳐서 인간 세계에 내려온 예수처럼, 그렇게 또 다른 신의 세계를 포기하고 우리 집 골방이란 매트릭스에서 뒹굴고 있는 야옹이에게 경의와 존경을 표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br>아예 매트릭스인 줄 자각도 하지 못한 채 삶을 살아내는 인간들과는 전혀 다르게, 자신들은 이것이야말로 순전히 유희의 세계이자 놀이의 세계에 불과한 매트릭스인 줄 알면서도, 최선을 다해 삶을 살아내는 이 야옹이라니!<br>그러니, 사망 권세에서 부활하여 신의 세계로 돌아간 예수처럼, 그렇게 여유롭게 최선을 다해 놀다가 언젠가는 자신의 세계로 돌아갈 야옹이에게 집사는 아연함과 거리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br>원래가 이 세계 생명이 아니었음은 진작에 파악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이렇듯 위대한 동물이었다니!<br><br><br>참으로, 야옹이와 놀다 보면 여러 가지로 깨닫는 게 많습니다. <br>그게 집사만의 정신병적 과대망상으로 비쳐질지, 아니면 오롯이 인생의 지혜로서 비쳐질지는, 정녕 잘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br> </div> <div><br></div> <div> <div style="text-align:left;"><img width="800" height="450" class="chimg_photo" style="border:medium;" alt="IMG_1204 0000001654ms그림.pn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703/1490534068a557abcea01c49b1b0331224c7941e70__w1440__h810__f104470__Ym201703.png" filesize="104470"></div> <div style="text-align:left;"><br></div> <div style="text-align:left;"><br></div> <div style="text-align:left;"><img width="800" height="450" class="chimg_photo" style="border:medium;" alt="IMG_1204 0000008754ms그림.pn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703/1490534082bb93de13675f494ab2697889943e1eaa__w1440__h810__f106254__Ym201703.png" filesize="106254"></div> <div style="text-align:left;"><br></div> <div style="text-align:left;"><br></div> <div style="text-align:left;"><img width="800" height="450" class="chimg_photo" style="border:medium;" alt="IMG_1207 0000010698ms그림.pn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703/149053409804cfa84c52734a18aa9a743b2962766c__w1440__h810__f133106__Ym201703.png" filesize="133106"></div> <div style="text-align:left;"><br></div> <div style="text-align:left;"><br></div> <div style="text-align:left;"><img width="800" height="450" class="chimg_photo" style="border:medium;" alt="IMG_1252 0000000738ms그림.pn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703/14905341138c8e51d28d164e1b8f47ef0f85d466d6__w1440__h810__f111822__Ym201703.png" filesize="111822"></div></div> <div><br> </div> <div><br></div> <div><사람들은 고양이의 지능을 과소평가한다. - 루이스 웨인 - > </div> <div><br></div> <div><고양이들에게는 어떻게 하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지 보여 줄 필요가 없다. <br> 그 방면에선 이미 확실한 재능을 타고났기 때문이다. - 제임스 메이슨 - ><b></b></div> <div><br></div><span></sp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