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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animal_178488
    작성자 : 솜씨
    추천 : 19
    조회수 : 971
    IP : 210.103.***.229
    댓글 : 9개
    등록시간 : 2017/03/25 00:25:44
    http://todayhumor.com/?animal_178488 모바일
    똥고양이가 우리집에 처음 온 이야기.Ssu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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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본 글은 작성자가 지난 16년도 디시인사이드 야옹이 갤러리에 게시하였던 글을 조금 다듬은 글입니다.
    수필 형식으로 작성되어 있으며, 구어체가 불편하시다면 뒤로가기를 눌러주시길 부탁드립니다.



    IMG_20151108_225416.jpg



     몇 년 전부터 고양이의 매력에 눈을 뜬 나는 엄마에게 '우리 고양이 키울까?' 하는 농담아닌 농담을 던져보곤 했었는데, 그 때마다 엄마는 '무슨 고양이야! 털 날리고 돈도 없어.' 하는 핀잔을 들어야만 했다.
    아마도 엄마는 누가 고양이를 입양해오던지간에 똥오줌 치우기와 사료 챙겨주기는 오롯이 당신의 몫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어렴풋이 하고 있었기 때문이겠지만, 사실 우리집에 햄스터보다 큰 동물을 데려온다는 건 생각보다 고민되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하루는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데 엄마가 '우리 고양이 키울까?' 하고 카톡을 보냈다. 현실적인 이유로 고양이는 물론 반려동물 입양에 일체 반대하던 엄마가 이런 말을 하다니, 순간 많은 생각들이 스쳐지나갔다. 오늘 만우절인가? 사실 나는 이 직종이 아니라 영업에 소질이 있는 건 아닐까? 당장 이 개같은 회사를 때려치워야지! (물론 핑계다.)
    사실 그때쯤 동생이 질풍노도의 흑염룡을 영혼에 교착시킨 시기여서 정서적 교감과 가정 내 화목한 분위기 조성 등 뭐시기 뭐시기를 위해 고양이를 입양할까 한다고 엄마는 말했지만 그러든 저러든 내 대답은 OK였기 때문에 답장을 보내는 동시에 유기고양이나 가정묘 분양관련사이트를 검색하고 있었는데, 답장을 보낸지 1분도 안돼서 엄마가 사진을 보내왔다. 사진에는 동생손에 매달린 시커멓고 작은 고양이가 있었고, 배경은 우리집 거실이었다.

    충격.

    그 동안 내가 상상했던 '우리집 고양이'의 모습이란 고등어태비에 흰 양말을 신었거나 회색 무늬를 가진 예쁜 고양이였는데, 엄마가 어디선가 데려온 고양이는 시꺼멓고 심지어 코에 수염같은 얼룩도 있었으며 발바닥도 퓨어 핑크가 아닌 혼합젤리인 놈이었다.



    20140520_064804.jpg



     우리집에 고양이가 생긴다는 사실은 정말 행복한 일이지만, 이렇게 못생긴(!)고양이를 키울것이라는 생각은 1도 안해봤기에 나는 굉장히 당황스러웠다. 고양이를 다시 데려다 놓으라고 할 수도 없고... 분명 카메라 렌즈 왜곡이 고양이를 못생겨보이게 했을것이라. 내 얼굴도 거울로 보는 것 보다 사진으로 찍는게 훨씬 못나보이지 않는가? 허나 일말의 희망을 날려버리기라도 하듯 고양이의 실물은 정말 못생겼었고, 내 얼굴도 사진이랑 똑같이 생겼다.



     저녁 늦게 업무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보니 오후에 사진으로 봤던 그 고양이가 정말로 우리집에 있었다. 몸집은 손바닥만한게 이불위에서 뒹구는 모습을 보니 생각보다 꽤 귀여운데다, 안아들었을때 고양이의 온기가 아니었다면 지금 고양이를 안고 있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않을 정도로 가벼운 몸뚱이가 내게 콩깍지를 씌우기에 충분하고도 남았다. 뭐 좀 못생겼으면 어떠랴. 우리 엄마도 내가 이렇게 크게 되리라는 생각은 안하고 나를 낳았을것이다.



     고양이의 이름은 왼발 끝과 코 밑에 검댕이가 묻은 모습이 마치 연탄묻은 손으로 코 밑을 닦은 것 같으니 연탄이라고 짓자고 건의했지만, 엄마는 부르기 쉬운 이름이 장땡이라며 강제로 콩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너무 대충 짓는 거 아니냐며 하고싶은 말이 이만큼 생겼지만 반기를 들었다간 저녁메뉴가 온전히 보장되지 않을거라는 생각이 들어 나약한 나는 조용히 수긍할 수 밖에 없었다. 짓고보니 까맣고 조그만게 꼭 검은콩같기도 하고, 나름대로 잘 어울리는 이름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



    KakaoTalk_20151023_123319403.jpg



    처음 우리집에 왔을때는 그렇게 못생겨보였던 콩이가 6개월령이 되자 갑자기 미모에 물이 오르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어딜가도 빼놓지 않는 미묘로 성장했다. 털의 무늬 때문에 정말 턱시도를 입은 신사처럼 멋있어졌다. 수의사 선생님도 콩이는 눈이 참 크고 예쁘다며 칭찬하셨고, 지금도 종종 밖에 나가면 고양이가 참 잘생겼다는 이야기를 듣곤한다.

    하지만 콩이는 암컷이다.



    세줄요약

    1. 우리집 고양이 첫인상 핵못생김
    2. 지금은 잘생겼다는 소리 들음
    3. 암컷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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