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작년 3월 이후로 내 아침은 대부분 보리의 꾹꾹이로 시작된다.</div> <div>보통의 집사였다면 고양이님의 아침꾹꾹이는 그저 감격스럽고 황송한 일이었겠지만 <span style="font-size:9pt;">나같은 경우에는 상황이 조금 달랐다.</span></div> <div>나와 함께 살고 있는 보리는 흔히 대형묘로 분류되는 노르웨이숲이었다. (사실 크기는 고양이보단 삵에 가깝다.)</div> <div>그에따라 자기딴에는 꾹꾹이라고 한 행동은 내겐 건장한 성인남성의 CPR로 느껴질때가 종종 있었다.</div> <div>여하튼 입맛이 없는 날이라고는 냥털나고 한번도 없었던 왕성한 뚠냥이었다.</div> <div><br></div> <div>하지만 나 역시 '고양이는 역시 뚱냥이지!'라는 모토 하에 보리의 체중관리에 큰 관심이 없었다.</div> <div>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보리의 뱃살들을 붙잡고 있노라면 어느새 입가에 흐뭇한 미소를 띄고있는</div> <div>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아.. 이런게 키잡이라는 건가.. 하며 뱃살에 얼굴을 파묻은채 고된 하루를</div> <div>마무리하곤 했다. 그 일이 일어나기 전까지..</div> <div><br></div> <div>하루는 본인이 새벽까지 퍼마신 덕에 해가 중천이 될때까지 퍼질러 잔적이 있었다.</div> <div>놀아주는 것은 고사하고 밥그릇이 텅텅비어 있는데 자빠져자고 있던 내가</div> <div>못마땅했던 보리는 조용히 침대 옆 옷장으로 올라갔다.</div> <div><br></div> <div>그리고 자신의 육중한 몸무게를 망각한 채 그대로 내 명치를 향해 뛰어내렸고 자다가 영문도 모른채 급소를 가격당한 본인은</div> <div>도마 위 생선마냥 침대 위에서 산소를 찾아 펄떡거렸다. 이 덕분에 난 여지껏 말로만 듣던 '자다가 봉변'이라는 표현이</div> <div>어떤 상황에서 사용하는지 알게 되었고, 지금 내 방에서 옷장과 침대가 멀찌감치 떨어져 있게된 것도</div> <div>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다.</div> <div><br></div> <div>이 사건 이후로도 이 영악한 생물체는 틈만나면 내가 골로갈만한 혈자리를 찾아 찌르기 시작했고</div> <div>이따금씩 경동맥에 발톱 세운 젤리로 꾹꾹이를 받을때면 많은 생각이 들곤 한다.</div> <div>아.. 내가 요즘 보리화장실 청소를 소홀히 했었나.. 아니면 내가 침대에서 같이 자는게 마음에 들지 않는건가..</div> <div>하다 문득 '이 자식이 내 목에 바람구멍을 내어 새 집사라도 맞이하려는 계략인가'라고 생각하니</div> <div>내연녀와 바람난 남편이 이혼하자고 찾아온 것마냥 괘씸해서라도 아득바득 같이 살아주기로 결심하게 되었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