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 <div>아버지께선 가족 단톡방에 까만 솜뭉치 사진을 올리셨어.</div> <div>어느집 강아지인지 몽실몽실하고 작고 귀여워 보였지.</div> <div>그 강아지가 우리집 안방에 와 있을줄은 몰랐어.</div> <div>전혀 예상치 못했던 우리 식구.</div> <div>내 큰 두 손으로 널 감싸 안으면</div> <div>가끔 잃어버릴 것 같아 조바심이 나기도 했어</div> <div><br></div> <div>아버지는 네가 토이푸들이라 많이 크지 않을거라고 했어.</div> <div>항상 너는 작은 아기일 것 같았지.</div> <div>이렇게 훌쩍 클 줄 알았다면</div> <div>좀 더 사진을 많이 찍어줄 걸 그랬어.</div> <div>그 조그만 아기가</div> <div>지금은 처음보다 무게만 세배가 넘게 무럭무럭 자랄 줄 알았더라면.</div> <div><br></div> <div>나른한 날에 말야</div> <div>널 내 품에 올려두고 누워 있으<span style="font-size:9pt;">면</span></div> <div>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 없었어.</div> <div>네 모습 하나하나가 다 좋아서.</div> <div>짙은 갈색 곱슬거리는 털과 꼬리와</div> <div>막 씻겼을 때의 샴푸 냄새와 그 보다 더 좋던 꼬수운 몸 냄새와</div> <div>꺼칠하면서도 말랑한 발바닥과 장난감 같던 발톱</div> <div>촉촉한 코와 나를 핥는 혀와 나름 맹수마냥 자라던 이빨과</div> <div>잇몸 사이에 낀 고깃조각마냥 자라던 잇몸 털과</div> <div>밝은 회색 같은 갈색 눈동자와 푸른기 도는, 유난히 잘 보이는 흰자와</div> <div>탄탄해져가는 네 다리와 밥을 먹고는 똥똥해지던 배와</div> <div>그러면서도 쓰다듬으면 느껴지는 갈빗대와 등뼈와</div> <div>나를 그윽히 보다가 자울자울 거리던 눈빛, <span style="font-size:9pt;">가끔은 사람 같던 코골이도</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내 위에 올라오던 묵직하고 따스한 무게도</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면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만사를 다 제치고 </span><span style="font-size:9pt;">쏜살 같이 뛰어와 두발로 방방 뛰며</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꼬리를 세상 가장 빠른 메트로놈보다 흔들며 반기는 네가 좋단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그래, 나는 너를 아주, 아주 많이 좋아한단다.</span></div> <div>가끔은 다른 가족들에게 미안할 때도 있었어.</div> <div>내가 너를 다른 식구보다 더 좋아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에 말야.</div> <div>그래서 지금은 말야.</div> <div>또 지독히 우울하구나.</div> <div>너는 단순하고도 견고한 기준으로 나를 반겨주었어.</div> <div>그리움의 깊이에 정비례하며 반기는 네가 좋았어.</div> <div>지금 멀리 떨어져, 오랜동안 떨어져,</div> <div>한동안 못보고 지내지만</div> <div>분명 다시 만나면 말야,</div> <div>다시 만나면</div> <div>나를 반겨주면 좋겠어.</div> <div>그래주면 좋겠어.</div> <div><br></div> <div><div style="text-align:left;"><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703/148925928916bfad559ad147a8a576b4feca0dfd21__mn549261__w720__h960__f105236__Ym201703.jpg" width="720" height="960" alt="KakaoTalk_20170312_040726702.jpg" style="border:none;" filesize="105236"></div> <div style="text-align:left;"><br></div> <div style="text-align:left;">사랑하는 형이, 땡큐에게.</div><br></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