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초코가 무지개 다리를 건넜습니다 <div><br></div> <div>사실 저는 초코가 귀찮았습니다</div> <div>초코 똥 오줌 때문에 해야했던 계단청소도 달갑지 않았습니다</div> <div>하도 짖어대는 탓에 이웃집에서 들려오는 불평소리도 싫었습니다</div> <div><br></div> <div>초코는</div> <div>제가 군대가기 전에 할머니가 외로워 하실까봐</div> <div>입양해온 새끼 강아지였습니다</div> <div>할머니가 참 좋아하셨습니다</div> <div>손바닥만 했던 강아지는 곰 새끼마냥 커졌고, 그 세월이 햇수로 9년입니다</div> <div><br></div> <div>초코도 사람을 좋아해서 그랬는지 유독 관심받는 걸 좋아했습니다</div> <div>제가 담배피러 나가거나, 전화를 받으러 나가거나, 집을 나설 때</div> <div>초코를 보면 보란듯이 밥을 먹고 있었습니다</div> <div>마치,</div> <div>"나 지금 밥 먹고 있어. 귀여워 해줘"</div> <div>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div> <div><br></div> <div>비오는 날 배달을 시키면 초코때문에 배달하시는 분들이 2층으로 오지 못했고</div> <div>비를 맞으며 1층으로 내려가서 받아야 했습니다</div> <div>그래도 괜찮았습니다</div> <div>비싼 돈 들여 설치한 마루의 샤시와 방충망을 죄다 못쓰게 만들었습니다</div> <div>그래도 괜찮았습니다</div> <div>제가 먹던 음식을 늘 탐내서 한 입만 달라며 방방거릴 때, 반쪽 쪼개어 주면 허겁지겁 먹곤 했습니다</div> <div>배부르지는 않았지만, 괜찮았습니다</div> <div><br></div> <div>그 세월이 9년입니다</div> <div><br></div> <div>그랬던 녀석이 어제는 식욕이 없었습니다</div> <div>평소에 좋아하던 간식과 삶은 감자를 눈 앞에 두고도 몇 입 먹지 않았습니다</div> <div>종종 구름이를 더 예뻐하면 투정하며 밥을 안먹던 녀석이라</div> <div>좀 지나면 괜찮겠지 생각했습니다</div> <div>그런데</div> <div>오늘 아침에 할머니가 놀라며 저를 찾아 부른 곳으로 가보니</div> <div>피를 토한채 싸늘한 주검이 되어있습니다</div> <div>그렇게 허망하고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이제는 귀찮던 계단청소 안해도 되고</div> <div>배달시키면 현관에서 받을 수 있고</div> <div>대문을 꼭 꼭 잠그지 않아도 됩니다</div> <div>상상할 때는 편하고 좋을 것 같았는데</div> <div>전혀 그렇지 않습니다</div> <div>앓던 이가 빠질거라 생각했는데</div> <div>어금니였습니다</div> <div>갑자기 빠진 그 자리의 입 안 공백이</div> <div>생각보다 큽니다</div> <div><br></div> <div>초코야</div> <div>더 잘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div> <div>할머니도 나도..</div> <div>허망하다</div> <div><br></div> <div>맛있는거 많이 먹고</div> <div>너무 짖지 말고</div> <div>똥 오줌 아무곳에나 지리지 말고</div> <div>행복하게 잘 살아야 해</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