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생활하는 공간이 정해져있었다... <div><br></div> <div>침실과 컴퓨터를 놔둔 방...</div> <div><br></div> <div>침대에 누워 잠을 잘때면 항상 옆에 와서 그르렁대면서 자기 왼 뒷발을 빨아대며 꾹꾹이를 하며 잡들었고...</div> <div><br></div> <div>내가 컴을할 때면, 문 앞에서 지켜보다가 어느새 책상위로 올라와서 키보드옆 빈공간에 자리잡고 잠을 청하던...</div> <div><br></div> <div>현관쪽은...오직 내가 외출했다 돌아올 때에만 반기러 나올 뿐...평상시에는 절대 가는 곳도 아니었다...</div> <div><br></div> <div>막 무더워지기 시작할 무렵....</div> <div><br></div> <div>모든 것이 귀찮아서 청소를 안하던 무렵...바퀴벌레 한 두 마리가 보였다....</div> <div><br></div> <div>바퀴벌레가 한 마리 보일 때이미 100마리가 있다는 말에..부랴부랴 청소하고... 가장 효과 좋았던 튜브형 바퀴벌레약을 부엌에만 쳤다..</div> <div>혹시 모를까봐....틈새 깊숙히...</div> <div><br></div> <div>평소에 부엌에는 가지도 않던 녀석이라.....안일했나보다....</div> <div><br></div> <div>앞발에 약을 잔뜩 묻히고 축 느러져 무지개 건너간 너...</div> <div><br></div> <div>나는 몰랐다..... </div> <div><br></div> <div>니가 부엌에 가는 지......나는 몰랐다...항상 내가 잠들면 같이 잠들고 내가 깨면 같이 깨는 줄만 알았다...</div> <div><br></div> <div>아깽이 시절 싱크대 올라갔을 때, 올라가지마!!! 해서 내가 잠들 때만 갔던 것인가....?</div> <div><br></div> <div>기억을 더듬어 보면....그 후로는 절대 가는 걸 못 본 듯 하다....</div> <div><br></div> <div>그래서 밤에 내가 잠들었을 때에만 순찰했던 걸까...?</div> <div><br></div> <div>나름대로 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앞발이 안 닿을 꺼라 생각했지만...니 발에는 닿았나보더라...</div> <div>많이 닿았나 보더라.....</div> <div><br></div> <div>아침에 일어나니 내 팔에는 많은 생채기가 나 있더라.....</div> <div><br></div> <div>그렇게 너는 외롭게 가버렸다.....</div> <div><br></div> <div>솔직히 어이없어서 눈물도 나지 않더라....</div> <div><br></div> <div>그 후로 두달간 니 화장실....니 사료통, 물통.... 물론 청소도 하지 않았다....</div> <div><br></div> <div>아....2주 정도 지나니...초파리가 들끓어서....니 화장실은 청소했다...</div> <div><br></div> <div>누으면 자연스레 어디선가 울면서 니가 다가와 그르렁 댈거 같았다.</div> <div><br></div> <div>2주전에야 겨우 곰팡이가 그득하게 핀 니가 먹었던 마지막 사료라 비쩍 말라버린 물통을 청소했다.</div> <div>처음으로 집을 청소했다....</div> <div><br></div> <div>이불에서는 니 빠진 털들이 한없이 나오더군. 안 보였던 털들이 롤러에 그리 많이 묻어나올 줄은 몰랐다.</div> <div><br></div> <div>드디어 실감이 오더라.....</div> <div><br></div> <div>그냥 제값주고 샀으면 쌌을 캣타워...그때는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넷망가져다 조립을 했을까...? 막상 계산해보면 캣타워가 훨씬 좋고 튼튼하고 너한테도 좋았을 텐데...</div> <div>집이 사람이 없으면 금새 낡아서 무너지듯 고작 2달 사이에 허술해지더구나.</div> <div><br></div> <div>주변사람한테 그제서야 이야기하니...</div> <div>동물키우면 엄청난 주의를 기울어야한다더라...</div> <div><br></div> <div>난 너무 안이했나보다....</div> <div><br></div> <div>무엇하나 버릴 수 없었다....</div> <div><br></div> <div>다행일까...사료는 밀봉을 해서 그런가...아님 방부제가 가득해서 그런가... 꺼내놓은 것을 제외하면..변하지 않았더라...</div> <div>버리기도 뭐해...문 앞에 니 물그릇과 니 사료그릇으로 그냥 놔두었다...</div> <div><br></div> <div>절대로 고양이가 오는 장소가 아니어서..그냥 그렇게 매일마다 버리겠지 했는데....</div> <div><br></div> <div>2~3놈이 다녀가면서 먹더라...</div> <div><br></div> <div>널 닮은 놈은 없지만....</div> <div><br></div> <div>마주치진 못 해도... 처음에는 싸우고 다투는 소리를 크게 낼까봐 걱정했는데....</div> <div>그런 거 한 번 없이 조용이 잘 먹고 가더라.</div> <div><br></div> <div>꼭 사료 한 알은 물 그릇에 집어넣은 채로 말이다...</div> <div><br></div> <div>그러다....어떻게 며칠 전...한 놈을 맞이했다...</div> <div><br></div> <div>자신 없었는데....</div> <div><br></div> <div>니가 첫날 왔듯이...겁대가리를 상실하고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더라...</div> <div><br></div> <div>널 위해 만들었던 캣봉을 아주 잘 타고 놀더군.</div> <div><br></div> <div>무너질듯한 캣타워는 아직 흥미가 없지만...</div> <div><br></div> <div>아....너는 하지 않았던...침대테러도 하더구나...말로만 듣던.....</div> <div>덕분에 새벽에 세탁기를 돌렸다.... 뭘 그리 싸놨는지.....</div> <div>침대보...침대 위에 깔아둔 얇은 이불...초겨울에 써야하는 이불...정리하기 귀찮아서 벽과 침대 틈 사이에 꾹꾹 눌러남았던 이불에다가...</div> <div>헛 웃음이 나더구나. 말로만 듣던.....아....냄새........</div> <div><br></div> <div>혹시 할퀼까봐 불안에 떨며 발톱을 자른 후 목욕을 시켰다....</div> <div>너처럼 얌전하더구나....</div> <div><br></div> <div>2틀 째 말리는 중인데..솔직히 아직도 다시 테러할까 무서워서 안 걷었다....</div> <div>물론 그 후로는 테러는 커녕...엄청 화장실 잘 가리더라....</div> <div><br></div> <div>물론 그 후 부터는 고작 2일 지났지만...니 화장실...니 사료그릇...니 물 그릇....니 이동장....</div> <div>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하는구나.</div> <div><br></div> <div>너처럼 꾹꾹이 따위는 없지만...(아..소심한 허공 꾹꾹이는 하더구나...)</div> <div><br></div> <div>우리 처음 만난 날 처럼 눈을 뜨면 머리맡에 자리잡고 쳐다보진 않지만...</div> <div>일어난 걸 확인하고서야 자기의 일과를 시작하더구나. 밥 먹고, 물먹고 힘찬 응가하고....</div> <div>그걸 지켜보던 내게 와서 그르렁대고...</div> <div><br></div> <div>좀전에는 널 위해 만든 해먹에 자리하더구나...</div> <div><br></div> <div>이틀동안은....지 눈에 안보이면 울어대고....</div> <div>안아서 무릎에다 놓으면 잘 자던놈이...이젠 무릎을 뛰쳐서 그냥 니 해먹에 자리한다...버리지 않길 잘했나봐.</div> <div><br></div> <div>너랑은 전혀 다른 생김새인데도...</div> <div>나도 모르게 문득...니 이름으로 불러본다....그리고 깨닫는다...</div> <div><br></div> <div>의식적으로 이넘에게는 니 이름과 발음이 비슷한 이름도.....널 연상시키는 이름도 붙이기 싫다...</div> <div>물론 지 이름도 모르고....아마 그건 너랑 같았겠지.... 오직 유리한 단어만 골라서 알아듣던 니놈이었듯이 말이다.</div> <div><br></div> <div>보고싶다.</div> <div>두번째 인연이 된 이 넘과 니 넘이 만났으면 더 좋았을 텐데....</div> <div><br></div> <div>우스개 소리로 한 마디 헀다...</div> <div>앞으로 벌레는 니가 잡아먹어라....</div> <div><br></div> <div>기다려라.</div> <div>이 넘과 같이 만나자.</div> <div><br></div> <div>미안하다.</div> <div><br></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