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r></div> <div> <p style="margin:0px;padding:0px;line-height:21px;font-family:Tahoma, Geneva, sans-serif;"><br></p> <p style="margin:0px;padding:0px;line-height:21px;font-family:Tahoma, Geneva, sans-serif;"> </p> <div style="margin:0px;font-family:Tahoma, Geneva, sans-serif;text-align:justify;"><b style="margin:0px;text-align:left;line-height:1.5;font-size:16px;">모인(毛人)</b></div> <div style="margin:0px;font-family:Tahoma, Geneva, sans-serif;text-align:center;"> <div style="margin:0px;text-align:justify;"> </div> <div style="margin:0px;text-align:justify;"><b style="margin:0px;">정조 대왕</b> 때 1782년에서 1783년 사이에 영남 안찰사 <b style="margin:0px;">김공</b>이 가을에 순시를 하다가 <b style="margin:0px;">함양</b>에 도착해 위성관에 머물렀다.</div> <div style="margin:0px;text-align:justify;">안찰사는 심부름꾼들과 기생들을 모두 물러가게 하고, 방에서 혼자 잠을 잤다.</div> <div style="margin:0px;text-align:justify;">한밤 중 인적이 고요한데, 침실의 문이 슬쩍 열렸다가 닫히더니 똑똑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div> <div style="margin:0px;text-align:justify;"> </div> <div style="margin:0px;text-align:justify;"> </div> <div style="margin:0px;text-align:justify;">김공이 잠에서 깨어나 물었다.</div> <div style="margin:0px;text-align:justify;">[너는 누구냐? 사람이냐, 귀신이냐?]</div> <div style="margin:0px;text-align:justify;"> </div> <div style="margin:0px;text-align:justify;">그러자 소리가 나였다.</div> <div style="margin:0px;text-align:justify;">[저는 귀신이 아니라 사람입니다.]</div> <div style="margin:0px;text-align:justify;"> </div> <div style="margin:0px;text-align:justify;">[그렇다면 깊은 밤에 다른 사람 하나 없는데 어찌 이렇게 수상하게 움직이는가? 혹시 나에게 무슨 할 말이라도 있는 것인가?]</div> <div style="margin:0px;text-align:justify;"> </div> <div style="margin:0px;text-align:justify;">[간절히 아뢸 일이 있나이다.]</div> <div style="margin:0px;text-align:justify;"> </div> <div style="margin:0px;text-align:justify;">김공이 일어나서 사람을 불러 불을 켜려고 하자 그 사람이 말했다.</div> <div style="margin:0px;text-align:justify;">[그러지 마십시오. 만약 제 모습을 보신다면 안찰사께서 틀림없이 놀라고 <b style="margin:0px;">두려워</b>하실 것입니다. </div> <div style="margin:0px;text-align:justify;">어두운 밤이라도 앉아서 이야기를 하는데는 별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div> <div style="margin:0px;text-align:justify;"> </div> <div style="margin:0px;text-align:justify;"> </div> <div style="margin:0px;text-align:justify;">김공이 말했다.</div> <div style="margin:0px;text-align:justify;">[그대는 얼마나 괴상한 모습을 하고 있기에 불도 켜지 못하게 하는가?]</div> <div style="margin:0px;text-align:justify;"> </div> <div style="margin:0px;text-align:justify;"> </div> <div style="margin:0px;text-align:justify;">[제 온 몸이 <b style="margin:0px;">털투성이이기</b> 때문입니다.]</div> <div style="margin:0px;text-align:justify;"> </div> <div style="margin:0px;text-align:justify;"> <div style="margin:0px;">가면 갈 수록 그 사람의 말이 <b style="margin:0px;">괴이</b>하였기에 김공이 다시 물었다.</div> <div style="margin:0px;">[그대가 과연 사람인가? 도대체 어떤 이유로 온 몸에 털이 나게 되었단 말인가?]</div> <div style="margin:0px;"> </div> <div style="margin:0px;"> </div> <div style="margin:0px;"> </div> <div style="margin:0px;">[저는 원래 상주에 살던 <b style="margin:0px;">우씨 성의 주서</b>입니다. 중종 때 명경과에 급제하여 한양에서 벼슬을 얻은 뒤, </div> <div style="margin:0px;">정암 조광조 선생의 제자가 되어 여러해를 배웠습니다. 그런데 스승께서<b style="margin:0px;"> 기묘사화</b> 때 목숨을 잃으시고 여러 유생들이 잡혀갔지요. </div> <div style="margin:0px;">저는 한양에서 도망쳤는데 만약 고향집으로 간다면 바로 잡혀들어갈 것 같아 <b style="margin:0px;">지리산</b>으로 갔습니다. </div> <div style="margin:0px;">여러 날을 굶주리고 피곤한데다 난생 처음 골짜기에 들어갔기에 먹는 것마저 힘들었습니다.]</div> <div style="margin:0px;"> </div> <div style="margin:0px;">그는 잠시 숨을 고르고 말을 이었다.</div> <div style="margin:0px;"> </div> <div style="margin:0px;"> </div> <div style="margin:0px;">[물가변에 혹시 풀이라도 있으면 뽑아 먹었고, 산과일이 있으면 따 먹었습니다. 먹을 때는 배가 좀 부르는 것 같더니, </div> <div style="margin:0px;">똥을 눌 때면 모두 설사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이렇게 6개월 정도를 지냈더니 점차 온 몸에 털이 나기 시작하더니 그 길이가 몇 마디가 될 정도였습니다. </div> <div style="margin:0px;">걸음걸이도 빨라져 마치 나는 것 같아, 천길 절벽도 뛰어넘을 수 있어 <b style="margin:0px;">무슨 원숭이 </b>같이 되었지요. </div> <div style="margin:0px;">나는 세상 사람들의 눈에 띄면 괴물로 몰려 죽을 것 같아 산에서 나갈 수가 없었습니다. 가끔 목동을 보더라도 몸을 숨겼지요.]</div> <div style="margin:0px;"> </div> <div style="margin:0px;"> </div> <div style="margin:0px;">그 사람은 목이 메인 것 같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div> <div style="margin:0px;"> </div> <div style="margin:0px;"> </div> <div style="margin:0px;"> </div> <div style="margin:0px;">[깊은 계곡, 겹겹이 쌓인 <b style="margin:0px;">바위 사이</b>에서 <b style="margin:0px;">오랜 세월</b>을 살며 혹시 달이 밝게 뜨면, 혼자서 지난날 배웠던 경서를 암송하곤 했습니다. </div> <div style="margin:0px;">제 신세를 생각하니 너무나도 한심하여 혼자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div> <div style="margin:0px;">그렇지만 이미 고향의 부모와 처자가 모두 세상을 떠났을 것을 알기에 다시 돌아갈 수도 없었습니다. </div> <div style="margin:0px;">이렇게 살다보니 사나운 호랑이나 독사도 무섭지 않고, 단지 사냥꾼이 무서워 낮에는 숨어다니고 <b style="margin:0px;">밤에만 나다녔습니다. </b></div> <div style="margin:0px;">이렇게 괴물의 꼴이 되어버렸지만 마음 속의 불꽃은 꺼지지 않았습니다.]</div> <div style="margin:0px;"> </div> <div style="margin:0px;"> </div> <div style="margin:0px;">그가 계속 말했다.</div> <div style="margin:0px;"> </div> <div style="margin:0px;"> </div> <div style="margin:0px;"> </div> <div style="margin:0px;">[언제나 세상 사람을 한 번 만나, 세상일을 듣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b style="margin:0px;">괴상한 모습</b>으로는 차마 사람들 앞에 나설 수가 없었습니다. </div> <div style="margin:0px;">그러다 마침 어르신의 행차가 이 곳에 오신다는 소문에 죽음을 무릅쓰고 와서 뵙는 것일 뿐입니다. </div> <div style="margin:0px;">저에게 다만 조광조 선생의 자손이 몇이나 되는지, 선생이 돌아가신 뒤 그 명예가 회복되고 결백함이 밝혀졌는지만 알려 주십시오. 이렇게 부탁합니다.]</div> <div style="margin:0px;"> </div> <div style="margin:0px;"> </div> <div style="margin:0px;">김공이 말했다.</div> <div style="margin:0px;"> </div> <div style="margin:0px;"> </div> <div style="margin:0px;">[정암 선생은 인조 때 명예가 회복되어 종묘에 그 신위가 배향되기까지 하셨습니다. </div> <div style="margin:0px;">사액서원도 여러 곳에 있고 그 댁 자손들은 여러 사람들이 있는데, 조정에서도 높은 자리에 올라갔으니 걱정 마십시오.] <div class="autosourcingStub" style="margin:0px;"><br></div> <div class="autosourcingStub" style="margin:0px;"> </div> <div class="autosourcingStub" style="margin:0px;"> <div style="margin:0px;">김공은 내친김에 기묘사화 당시의 일에 관해 물었다.</div> <div style="margin:0px;">그 사람은 <b style="margin:0px;">하나라도 빠트리거나 잊어버린 것 없이</b> 모든 사실을 낱낱이 말해 주었다.</div> <div style="margin:0px;">또 처음 도망칠 때 그의 나이가 몇 살이었는지 물었더니 그가 말했다.</div> <div style="margin:0px;"> </div> <div style="margin:0px;"> </div> <div style="margin:0px;">[서른 다섯이었습니다.]</div> <div style="margin:0px;"> </div> <div style="margin:0px;">[그럼 기묘년으로부터 지금까지 300여년이 흘렀는데, 그렇다면 그대의 나이는 거의 <b style="margin:0px;">400살</b>에 가깝겠구려!]</div> <div style="margin:0px;"> </div> <div style="margin:0px;">[저는 그 동안 깊은 산에서 세월을 보내서 나이를 잘 모르겠습니다.]</div> <div style="margin:0px;"> </div> <div style="margin:0px;"> </div> <div style="margin:0px;"> </div> <div style="margin:0px;">김공이 물었다.</div> <div style="margin:0px;"> </div> <div style="margin:0px;"> </div> <div style="margin:0px;"> </div> <div style="margin:0px;">[그대는 지리산에 산다고 하셨지요. 그대가 사는 굴과 이 곳의 거리는 상당히 멀텐데 어찌 그렇게 빠르게 오신 것이오?]</div> <div style="margin:0px;"> </div> <div style="margin:0px;">[기운이 날 때는 아무리 험한 절벽이라도 <b style="margin:0px;">원숭이가 뛰어 놀듯</b> 넘어다닙니다. 한순간에 몇십 리를 달릴 수 있지요.]</div> <div style="margin:0px;"> </div> <div style="margin:0px;"> </div> <div style="margin:0px;"> </div> <div style="margin:0px;">김공이 이런 이야기를 듣고 매우 놀라며 음식을 대접하려 하자 그가 말했다.</div> <div style="margin:0px;"> </div> <div style="margin:0px;"> </div> <div style="margin:0px;"> </div> <div style="margin:0px;">[음식은 필요 없습니다. 굳이 주시려거든 과일이나 좀 주시지요.]</div> <div style="margin:0px;"> </div> <div style="margin:0px;">하지만 하필 방 안에 과일이 없었다.</div> <div style="margin:0px;"> </div> <div style="margin:0px;"> </div> <div style="margin:0px;"> </div> <div style="margin:0px;">밤중에 과일을 구해오라고 하기도 힘들었기에 김공이 말했다.</div> <div style="margin:0px;"> </div> <div style="margin:0px;">[지금 하필이면 과일이 없구려! 내일 밤 그대가 다시 온다면 그 때 과일을 준비해 놓겠소. 내일 오실 수 있겠소?]</div> <div style="margin:0px;"> </div> <div style="margin:0px;">[예, 그렇게 하겠습니다.]</div> <div style="margin:0px;"> </div> <div style="margin:0px;"> </div> <div style="margin:0px;"> </div> <div style="margin:0px;">그는 즉시 방을 나가더니 순식간에 사라졌다.</div> <div style="margin:0px;">김공은 그가 다시 온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병이 났다고 핑계를 대고 하루 더 위성관에서 머물렀다.</div> <div style="margin:0px;">그 날 아침과 점심 식사에 나온 과일을 모두 챙겨놓고 그 사람을 기다렸다.</div> <div style="margin:0px;"> </div> <div style="margin:0px;"> </div> <div style="margin:0px;"> </div> <div style="margin:0px;">과연 밤이 깊어지자 그가 다시 왔다.</div> <div style="margin:0px;">김공이 일어나 그를 맞이하고, 과일을 내어주니 그가 크게 기뻐하며 과일을 모두 다 먹었다.</div> <div style="margin:0px;"> </div> <div style="margin:0px;">[덕분에 배부르게 먹었습니다.]</div> <div style="margin:0px;"> </div> <div style="margin:0px;"> </div> <div style="margin:0px;"> </div> <div style="margin:0px;">김공이 물었다.</div> <div style="margin:0px;"> </div> <div style="margin:0px;">[지리산 안에 과일이 많다고 들었는데, 그대는 먹을 걱정은 없는 것이오?]</div> <div style="margin:0px;"> </div> <div style="margin:0px;">[매년 가을 낙엽이 질 때면 밤중에 주워 모아둔 과일이 서너 무더기는 되는데, 그것으로 먹고 삽니다. </div> <div style="margin:0px;">처음 <b style="margin:0px;">풀만</b> 먹을 때의 괴로움은 이제 극복했습니다. 과일만 먹어도 기력이 펄펄 넘칩니다. </div> <div style="margin:0px;">사나운 호랑이가 바로 앞에 있더라도 손발로 때려 잡을 수 있습니다.]</div> <div style="margin:0px;"> </div> <div style="margin:0px;"> </div> <div style="margin:0px;"> </div> <div style="margin:0px;">김공과 그 사람은 기묘년 사건에 대해 한바탕 이야기를 더 하고 헤어졌다.</div> <div style="margin:0px;">김공이 평생 한 번도 다른 이에게 이 이야기를 하지 않다가, 죽기 전에야 비로소 자기 아들에게 말했다.</div> <div style="margin:0px;"> </div> <div style="margin:0px;">[내가 듣기로 옛날에 털이 난 여자가 있었다고 하는데, 이는 이상한 일이 아니다.]</div> <div style="margin:0px;"> </div> <div style="margin:0px;"> </div> <div style="margin:0px;">그리고 그 아들에게 명하여 이 일을 글로 써서 알리게 하였다.</div> <div style="margin:0px;">지금 세상에 모인의 이야기가 퍼진 것은 바로 이러한 연유에서다.</div> <div style="margin:0px;"> </div> <div style="margin:0px;"> </div> <div style="margin:0px;"><span style="color:#444444;font-size:14px;">*세간에 전하여 내려오는 설로는 이 모인이 장산범의 유래가 아닌가라는 말도 있다.</span> <div class="autosourcing-stub" style="color:#444444;font-size:14px;"><br></div> <div><br></div></div></div></div></div></div></div>